구석구석 머물며 느껴볼까…지역재생 불켜는 '관광 BETTER里'

  • 봉화에서 일주일 살기·제천 시네마 힐링투어

  • 안동 전통주 미식 투어·단양 강물길 트래킹

  • 지역색 입힌 콘텐츠로 인구감소지역 자립 모색

  • 지난해 관광객 5000여명·1억5000만원 매출 성과

지난 9월 진행된 안동 전통발표 테마 미식투어에 참가한 외국인 관광객이 음식을 맛보고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더술컴퍼니아카데미(주)가 지난 9월 진행한 안동 전통발효 테마 미식투어에 참가한 외국인 관광객이 음식을 맛보고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빈집은 게스트하우스로, 버려진 농가는 여행지로, 죽어가던 골목은 문화예술의 무대로.'

한국관광공사와 지역자치단체가 'BETTER里(배터리)' 사업을 통해 인구 감소로 쇠락하던 마을 곳곳에 새 숨결을 불어넣고 있다.

'Better(더 나은)'와 마을을 뜻하는 '里(리)'의 합성어인 BETTER里는 인구감소지역에 관광 인구를 충전해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사업이다. 단순한 관광 유치가 아니라 관광을 매개로 한 지역 재생을 통해 마을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동력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관광을 통해 지역에 자립의 힘을 심고, 소멸 위기 마을을 '활기 넘치는 마을'로 바꾸겠다는 공사와 지자체의 의지는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지난해 사업 확대를 통해 관광객 5000여 명을 유치하고 매출 1억5000만원을 올리며 인구감소지역이 '사람이 머무는 지역'으로 바뀌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엔코위더스 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기간에 맞춰 지난 9월 1박 2일 테마 투어를 기획·진행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엔코위더스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기간에 맞춰 지난 9월 1박 2일 테마 투어를 기획·진행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인구감소지역에 이식한 관광

우리나라는 저출산·고령화, 수도권 집중화 등 여러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농어촌·산간지역을 중심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지역이 쇠퇴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지자체들은 인구·경제 기반이 급격히 약화되는 위기감을 안고 있다.

BETTER里 사업은 바로 이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공사는 ‘관광생태계 혁신·성장을 통한 관광산업 성과 창출’이라는 전략 방향을 갖고 해당 사업을 주요 사업 중 하나로 추진 중이다. 

공사는 2023년 경북 영주에서 첫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공사, 지자체와 관광벤처기업이 협업해 지역의 유휴공간, 문화자원, 특산품을 활용한 체류형 관광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 공사가 참여 관광스타트업 사업화 및 지자체 협업 지원, 사업 운영 총괄, 홍보 및 판로 지원을 맡았고, 지역관광과 전문기관 등은 관광스타트업 사업모델 컨설팅 및 콘텐츠 육성에 힘을 쏟았다. 참여 기업들은 맞춤형 사업모델 개발 및 지역 현지 사업장 운영에 땀을 흘렸다. 여기에 지자체는 지역 내 행정 및 사업 추진과 홍보 및 판로를 적극 지원했다.

지난해에는 봉화·안동·제천·단양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각 지역은 특색 있는 관광자원을 기반으로 '머무는 여행'을 목표로 한 체류형 콘텐츠를 선보였다. 경북 봉화는 다섯 개 기업을 중심으로 체류형 관광 생태계를 구축했다. 관광벤처 (주)블랭크는 오래된 빈집을 개조해 '유휴하우스'를 운영했다. 여행자가 한 주간 머물며 지역 주민과 교류하는 '일주일 살아보기' 프로그램은 관광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또 (주)로컬앤라이프는 농촌과 자연을 결합한 체험 플랫폼 '프루떼'를 운영했다. △유록마을의 '조선 천문학자의 별 이야기' △대정연가의 '힐링 다이닝 & 감성 도자기 드로잉 체험' △강아지마을의 '대형견과 함께 걷는 봉화 숲길' 등으로 체험형 관광 프로그램을 꾸렸다.
 
농암종택의 가양주 일엽편주와 함께하는 미식 체험 사진한국관광공사
농암종택 가양주 일엽편주와 함께하는 미식 체험. [사진=한국관광공사]
경북 안동에서는 전통문화와 미식의 결합이 눈에 띈다. (주)더술컴퍼니아카데미는 지역 양조장과 연계한 전통주 미식투어를 운영해 국내외 관광객 발길을 이끌었다. 9월 말부터 10월 말까지 예정된 4회 차 투어에는 기존 목표 인원을 초과한 참가자가 모집됐다. 공연 기획 기업 하회는 세계문화유산인 하회마을을 배경으로 퓨전국악과 전자음악을 결합한 공연 'ROOTING'을 선보여 전통의 공간에 젊은 감성을 불어넣었다. 지난달 25일 열린 이 행사는 국내외 아티스트 다섯 팀과 하회마을 보존회, 김종흠 명인 등 지역 파트너와 함께 조선의 고택과 현대의 리듬이 공존하는 독특한 무대를 완성했다.

충북 제천은 '영화와 음악의 도시'라는 정체성을 관광으로 확장하고 있다. 외국인 주거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엔코위더스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기간에 맞춰 지난 9월 1박 2일간 외국인 대상 '시네마 힐링 투어'를 운영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와 연계해 자연(청풍호, 의림지)과 영화를 결합한 테마형 투어다. 제천의 대표 문화자산인 영화제를 단순 관람에서 끝내지 않고 외국인 관광객을 '콘텐츠 창작자'로 변모시킨 것이 특징이다. '지역 축제'를 '앵커 콘텐츠'로 활용해 지역 내 다른 관광 자원까지 엮어내는 '종합 관광 상품'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하는 성과를 냈다.
 
경북 봉화 유록마을의 조선 천문학자의 별 이야기에 참여 중인 참여자 모습 사진한국관광공사
로컬앤라이프(주)가 진행한 경북 봉화 유록마을의 '조선 천문학자의 별 이야기'에 참여 중인 참여자 모습. [사진=한국관광공사]
충북 단양에서는 아웃도어 플랫폼 페어플레이 운영사 알앤원(주)이 ‘느림보강물길 트레킹’과 ‘도락산 & 선암골생태유람길 백패킹’ 프로그램을 통해 체류형 아웃도어 관광 상품을 선보였다. 아울러 체험을 이끄는 전문 크루 리더와 함께 'LNT(Leave No Trace·흔적 남기지 않기)' 교육을 진행하며 지속 가능한 아웃도어 문화의 가치까지 담아냈다. 체류형 아웃도어 관광 상품들은 수도권 관광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프로그램의 성공적인 운영은 단순 당일치기 관광을 넘어 지역 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체류형 관광' 모델의 성공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하회는 전통과 일레트로닉 음악을 결합해 한국의 깊은 역사와 정신이 살아 숨쉬는 하회마을을 새롭게 조명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공연 기획 기업 하회는 전통과 일레트로닉 음악을 결합해 한국의 깊은 역사와 정신이 살아 숨 쉬는 경북 안동 하회마을을 새롭게 조명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관광이 바꾸는 지역의 미래

빈집과 농가, 골목이 변화의 무대가 된 BETTER里 사업은 단순한 방문이 아닌 ‘머무르고 함께하는 경험’으로 방향을 설계하고, 관광의 힘으로 지역의 미래를 바꾸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아직은 작은 시도지만 이 움직임이 ‘머무는 마을’과 ‘함께 사는 마을’로 이어진다면 지방소멸 시대에 현실적인 해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공사는 참여 기업의 실증 결과를 토대로 'BETTER里 2.0' 모델을 구체화하고 홍보와 판로 지원을 통해 인구감소지역의 자생적 관광산업 성장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올해 BETTER里 사업 규모는 더 커졌다. 경기 가평과 전북 무주가 새롭게 합류했다. 가평은 △여행과 러닝이 결합된 2040 런투어 △자연환경을 활용한 워케이션(Workation) △반려동물 동반 여행 등 신개념 체험형 관광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무주는 △독서여행 △디자인 워케이션 등 라이프스타일형 관광 모델을 앞세워 체류형 여행지로 변모했다.

강종순 공사 관광기업창업팀 팀장은 "이 사업은 '배터리'라는 이름처럼 지역과 관광기업이 공존하며 '더 나은 마을(BETTER里)'을 만들고자 시작되었다"며 "작지만 지속 가능한 체험형·체류형 관광 모델을 확산시켜 지역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충북 단양에서는 아웃도어 플랫폼 페어플레이 운영사 알앤원주이 ‘느림보강물길 트레킹’과 ‘도락산  선암골생태유람길 백패킹 백패킹’ 프로그램을 통해 체류형 아웃도어 관광 상품을 선보였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충북 단양에서는 아웃도어 플랫폼 페어플레이 운영사 알앤원(주)이 ‘느림보강물길 트레킹’과 ‘도락산 & 선암골생태유람길 백패킹’ 프로그램을 통해 체류형 아웃도어 관광 상품을 선보였다. [사진=한국관광공사]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