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이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다시 격화하면서 해운·조선 분야까지 전장이 확대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엔 '식용유 카드'를 꺼내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중국이 의도적으로 미국의 대두를 사지 않고 우리 대두 농가들에 어려움을 주는 것은 경제적으로 적대적인 행위”라며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식용유를 비롯한 일부 교역 품목과 관련된 중국과의 사업을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언급한 식용유는 에탄올 등 친환경·바이오 연료에 쓰이는 폐식용유(UCO)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대부분의 식용유를 캐나다에서 카놀라유로 수입하지만, 폐식용유는 대부분 중국에서 들여온다.
사실 2022년까지만 해도 중국의 폐식용유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도 채 안됐다. 하지만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가 친환경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하면서 친환경 연료의 주원료인 폐식용유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고, 2022년 40만톤이었던 미국의 폐식용유 수입 규모는 지난해 136만톤으로 늘었다. 이 수요를 중국이 차지하게 되면서 2023년 중국은 미국의 최대 폐식용유 공급국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산 대두 수입을 중단하며 자신의 주요 지지층인 미국 농가의 피해가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이 식용유 교역 단절로 맞대응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선 것이다.
미중 양국이 지난 4차례의 고위급 무역 협상에 걸쳐 상대국에 대해 부과했던 100%대의 초고율 관세를 대폭 낮추고 휴전에 돌입했으나 최근 미중 간 갈등이 다시 격화하는 모양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을 겨냥한 희토류 수출통제 조치를 내놓자 11월부터 중국산 제품에 100%의 추가 관세 부과하겠다고 즉각 맞불을 놨다. 특히 이번주 들어서는 전장이 해운·조선 분야까지 확대됐다. 양국은 전날 나란히 상대국 선박에 입항료를 부과하기 시작했고, 중국은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의 상징인 한화오션의 미국 내 자회사 5곳에 대한 제재 조치도 발표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APEC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 주도권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앞서 미중 관계에 대해 "중국을 조심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중국과 공정한 관계를 갖고 있으며 난 이게 괜찮아질 것이라 생각한다"며 양국 간 갈등이 순조롭게 해결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미국 측은 미중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릴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CNBC 방송 인터뷰에서 미중 정상회담에 대해 "성사될지 아닐지는 아직 단정 짓고 싶지 않지만, 가능한 때 만나는 것은 합리적인 일"이라면서 "예정해 둔 시간"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그러면서 100% 관세가 발효될지 여부에 대해 "중국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많은 것이 달려있다"며 "이처럼 중대한 긴장을 선택한 것은 바로 중국"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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