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우 전 국회의원]
[중국심서 2025] ②
미중 관세 협상의 귀결과 우리의 대응
며칠 전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을 통해 11월부터 중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100%로 올리겠다고 밝힌 것은, 그의 관세정책 의도가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미·중 갈등은 세계 경제질서 재편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충돌이다. 자유무역체제가 막을 내리고 새로운 유형의 경제질서를 찾는 과정이다.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전망하기 위해서는 2001년 중국이 WTO에 가입한 후 생긴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자유무역체제는 냉전시대의 자본주의 진영의 GATT-WTO의 다자간 질서였다. 공산 진영의 경제질서는 코메콘(COMECON)이 있었지만 소련의 붕괴와 함께 사라졌고 GATT는 WTO로 발전하여 자유무역이 지배적 경제질서가 되었다. 서방은 중국을 WTO에 편입하여 자유무역을 통해 폐쇄적인 중국을 개방시켜 민주적이고 효율적인 글로벌 가치사슬(value chain)을 만들려 했지만 역설적으로 중국의 가입이 자유무역체제를 해체하는 촉매가 되었다.
중국을 WTO체제로 편입하려는 전략이 지나친 낙관이었다는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바로 드러났다. 금융위기는 실물부문의 과잉생산에 따른 부실이 금융부문에서 드러나는 복합적 과정이다. 이 위기의 극복은 실물부문의 구조조정, 즉 사업성이 떨어지는 부문의 창조적 파괴를 통해 생산능력을 조절하는 과정을 수반한다. 그러나 중국은, WTO 가입 이후 전 세계를 시장으로 삼아 철강, 석유화학을 비롯한 전통적 제조업뿐만 아니라 IT산업까지 포괄하여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하여 전 세계 과잉설비를 주도하고 인프라 건설과 제조업 투자를 확대하고 내수 감소를 수출 확대로 대응하였다. 강한 국가자본을 바탕으로 제조업을 확대하고 자국 주도의 제조업 중심 경제체제를 강화했다. 과잉생산을 구조조정하지 않고 해외로 수출한 것이다. 예를 들어 일본의 한 연구에 따르면 중국 철강산업은 2000년 이후 생산량이 급증하여 2013년에는 8억톤을 넘어 전 세계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했고, 정부 보조금은 2001년 150만 달러에서 2015년 10억 달러 이상으로 증가하여 적자 업체의 생명을 연장했다. 그 결과 중국은 대규모로 과잉생산된 철강을 해외시장에 덤핑하여 세계 가격을 떨어뜨려 교역 상대 선진국 제조업 기반 파괴로 이어졌다.
전 세계의 공장이 된 중국으로 인해 금융위기를 탈출하기 위한 각국의 대량 유동성 공급이 초래할 인플레이션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중국의 제조업 기반은 더욱 강화되고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는 높아졌다. 중국을 자유무역체제로 편입, 즉 서방의 경제질서에 편입한다는 전략이 간과한 것은 중국이 자본주의적 시장경제를 따르지 않는 경제운용을 한다는 점이다. 과잉생산능력을 가진 실물경제의 부실이 금융에 전이되지만 그 폭발을 사회주의 국가의 지원을 통해 통제하여 억제하는 특징을 갖는다.
글로벌 공급망의 중국 의존 심화는 전 세계 모든 상품 생산이 중국과 연계되어 있고 그 의존이 심화되어 이를 단절하기 매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19 시기에 전 세계는 그 어떠한 상품도 중국에서 제조하지 않고서는 원활히 공급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중국이 생산한 제품을 통제할 경우 전 세계는 큰 문제가 된다는 의미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에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긴장하는 이유다.
중국의 국가주의적 산업정책은 민간 분야와 군사 분야를 동시에 발전시키려는 군민 융합 전략과 결합되어 있다. 중국 대학과 연구소는 AI, 로봇, 양자컴퓨팅 등 군사용과 민수용이 동시에 활용되는 기술을 개발한다. 국방산업에서 축적된 기술은 민간기업으로 이전되어 경쟁력을 강화하고, 민간기업의 연구 성과는 군사적 역량으로 귀결되는 구조다. 이는 서방의 안보질서에 대한 도전이라 미·중 기술경쟁을 더욱 격화시켰다. 화웨이에 대한 규제가 등장한 이유다. 전 세계의 통신장비 및 데이터센터 구축에 중국 장비를 계속 사용할 경우 서방은 그 기술을 중국으로 이전하는 것이고 자체적으로 구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과 연결된 글로벌 가치사슬의 단절을 추구하는 것이 목표다. '리쇼어링(해외 생산의 국내 복귀)'과 '프렌드쇼어링(우호국에 공급망 배치)'이 공급망 재편의 핵심 전략으로 부상한 것이다.
미국의 이 정책방향은 오바마 2기부터 시작된 것으로 민주·공화 양당이 공유하는 것이었지만 트럼프 2기 관세전쟁으로 더욱 급진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하였다. 중국에 의존하는 글로벌 공급망 단절이 어려운 이유는 앞서 서술한 바와 같다. 중국과의 관세협상 진전이 더딘 이유는 중국이 자국 시장(예를 들어 미국 대두의 최대 시장이 중국인데 이 수입을 통제하는 것)과 희토류 수출통제를 통해 미국 등 서방의 첨단 제품의 생산을 어렵게 만드는 방식으로 맞서고 있다. 트럼프가 100% 상호관세를 언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트럼프의 상호관세는 전 세계 교역 규모를 축소시키는 것이고 미국 시장을 무기로 삼는 것이다. 미국이 견제하고자 하는 중국은 미국보다 더 큰 시장이고 중국은 이 시장을 활용하여 미국의 견제를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있다. 예를 들어 이차전지의 경우 리튬이온 전지보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리튬철인산염(LFP·Lithium Iron Phosphate)을 큰 시장에 먼저 출시하고 시장테스트를 통한 개선을 통해 리튬이온전지와 유사한 성능으로 개선한 사례와 GPU 수출 통제에도 불구하고 하위의 장비를 사용하여 챗GPT와 유사한 중국의 AI 챗봇 ‘딥시크(DeepSeek)'를 저렴한 비용으로 구축하고 개선하는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우회로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것도 가장 큰 시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목표로 하는 중요한 전략적 제조업을 미국 내에 구축하는 것도 무너진 제조업 기반과 생태계로 인해 단기간에 달성될 수는 없다.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건설 중인 반도체 공장은 2024년에 약 143억 대만달러(약 4억400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에 비해 미국에서는 공장 건설과 설비 비용이 4~5배나 들고, 반도체 공정을 운영할 숙련 인력 확보도 어려웠다. 일부 필수 자재와 화학물질의 현지 조달이 원활하지 않은 등 공급망 생태계가 취약했던 점이 큰 손실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미국이 중국과의 글로벌 공급망을 차단하고 핵심 제조업을 국내에 둔다는 것은 10년 이상 소요될 뿐만 아니라 미국 산업의 생태계를 다시 구축해야 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성공할 수 있는 과제다.
중국도 미국의 관세 압박과 전략 첨단제품 수출 통제를 내수와 자체 공급망을 통해 우회할 수 있지만 이를 위해 정부의 대규모 자금 지원과 이를 이행하는 기업이 장기적인 적자를 보는 것을 감내하고 시간이 걸린다는 한계를 갖는다. 중국 정부는 2014년 빅펀드I(1387억 위안·약 26조원), 2019년 II(2040억 위안·약 39조원), 2024년 III(3440억 위안·약 65조원) 등 130조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하여 일부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파운드리·메모리·장비는 양산·원가·수율이 성패를 가르고, GPU는 소프트웨어·프레임워크 호환성과 생태계 등이 병목이 되어 중국 기업의 첨단 공정 개발을 늦추고 있으며, 자체 기술은 아직 완성도가 낮아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일이다.
특정 부문을 전략적으로 지원하는 경제 운용 전략은 그 부문이 다 성과를 낼 수 없기 때문에 그 부실이 금융부문의 부실로 이어져 파괴적 구조조정을 수반하지만 중국은 구조조정을 회피한 결과 사업성이 없는 부문으로 흘러간 자금은 부실화될 수밖에 없다. 중국 지방정부와 지방은행 등의 '숨겨진' 부실(부동산, 사회인프라투자, 전략산업 투자 등)이 문제다. 카네기재단의 보고에 의하면 2025년 6월 기준 중국의 총부채잔액은 430조2000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8.9 % 증가했고, 중국의 총부채/국내총생산 비율은 2024년 말 303 %에서 6개월 만에 309 %로 상승했다. IMF는 2008년 이후 세계 부채 대비 GDP 비율 증가분 중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발생했다고 추정한다. 대외 통계 공개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실상은 더 클 수도 있다.
중국의 경제발전 전략에서 특징적인 것은 국가가 전략 부문을 설정하지만 그 실행에서는 민간기업과 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2000년대 초반까지 전국적인 지급결제망 등 인프라가 완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알리바바와 같은 민간업자가 모바일 결제망을 이윤을 목적으로 구축하는 것을 용인한 후 국가의 규제체계로 흡수하였다. 시장을 활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인식한 것이다. 2015년 발표된 ‘중국제조 2025’는 중국을 2025년까지 고급 제조업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으로 로봇, 반도체, 신에너지차 등 10대 전략 산업을 지원해 외국 기술 의존을 낮추고 국내 혁신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다. 2025년 발표된 '중국표준 2035'는 중국이 개발한 기술을 글로벌 표준으로 확산시켜 국제 기술 질서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이 전략은 당연히 미국과 충돌할 수밖에 없고 관세전쟁의 근본 원인이다. 여기서도 중국 정부는 전략부문을 선정하지만 민간 업체와 시장을 적극 활용하고 방식을 따르고 있다. 민간의 이익 추구와 국가의 통제 사이에 갈등이 내재된 방식이다.
민간기업은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는, 즉 사회주의와 충돌하는 지점이 생긴다. 또한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한 농민공의 무한한 노동력 공급이 제조업 성장의 원천이 되었지만 이 농민공은 대도시에 주민등록도 할 수 없는 비공식 영역에 남아 사회적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중국 내부에는 부채 급증, 부동산 침체, 고령화와 청년실업, 교육 격차 등 구조적 문제가 갈등의 원인이다. 이 잠재적 갈등은 해결하기 위한 것이 시진핑의 '공동부유' 정책이다. 즉 모두가 잘살기 위해 자본의 이익 추구를 억제하고 이를 국가의 통제 아래 두는 방법으로 부패 척결 등을 내세우는 정책이 등장한 것이다. 이 갈등은 사회주의적 억압을 통해 드러나지 않도록 통제하지만 내부적으로 응축되어 언제든 내부 갈등이 분출될 수 있는 불안정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시진핑의 강고한 리더십이 흔들리는 모습이 이것을 보여준다.
트럼프의 중국에 대한 100% 보복관세 언급은,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도 양보할 수 없는 새로운 경제질서 구축의 구조적 갈등을 보여주는 것이다. 트럼프가 협상을 위한 엄포일 수도 있고 막판에 물러서는 후퇴(TACO·Trump Always Chickens Out)가 있을 수 있지만 갈등은 시한폭탄이다. 중국도 불평등에 따른 내부적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물러서기는 쉽지 않다. 새로운 경제질서는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며 그 귀결이 유동적인, 불확실한 길이다. 미·중 마찰의 기저에는 제조업 가치사슬이 있다. 제조업 기반이 튼튼한 우리나라는 이런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여야 전략의 수립이 필요하다. 최소한 10년 이상을 내다보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을 벤치마크한 중국이 제조업 10년, 표준화 10년 계획을 마련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중장기 계획을 민관이 합동으로 마련함과 동시에 시장 기능과 민간을 적극 활용하여야 할 것이다. 이런 계획은 사회적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국가의 주요 자원을 일정 영역에 투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이 동의 과정이 미흡하면 사회 갈등이 증폭되어 한 치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이것은 정치의 일이다.
이용우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경제학 박사 ▷제21대 국회의원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한국투자신탁운용 총괄 최고투자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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