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7 대출 규제 후 서울에서 비아파트(단독·다가구, 연립·다세대 등) 수요가 고개를 들고 있다. 모아타운·신속통합기획 재개발 등 정비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 6억 주택 대출 제한에서 제외되고 임대사업자는 실거주 의무를 적용받지 않아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2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강북구 미아동의 한 빌라(연립·다세대)에서 전용면적 50㎡가 지난 5일 2억 6500만원에 매매 거래됐다. 이 일대는 고도지구 규제지역으로 정비사업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신속통합기획으로 재개발이 확정됐다. 최고 25층, 2500가구 규모 주거단지가 들어서는 내용의 정비계획이 지난해 확정됐고, 올해 말 조합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강동구 암사동의 한 빌라는 지난 7월 28일 전용면적 72㎡가 3억 6800만원에 거래됐다. 이 일대는 지난해 7월 모아타운 통합심의가 통과했다. 총 4개 구역으로 나눠져 주민 제안방식으로 추진된다. 암사동 모아타운 통합추진 준비위원회는 약 2433가구 규모의 주거단지 관리계획을 제출하기 위한 주민 동의서를 받고 있다.
재개발 투자 수요가 비아파트 거래량을 견인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의 비아파트(단독·다가구, 연립·다세대 등) 매매 거래량은 4561건이다. 지난 1월 거래량 2074건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났다. 전년 동기(3265건) 대비로는 39.7% 증가했다.
금천구를 제외하고 서울 내의 모든 자치구가 거래량이 올랐다. 특히 송파구가 1월 77건에서 7월 333건으로 늘어 가장 많은 증가세를 보였다. 송파구 거여동에서는 359가구, 풍납동 930가구 규모의 모아타운 관리계획이 확정됐다. 또 거여·마천 재정비촉진지구(104만 5409㎡)에서도 마천2구역이 11년 만에 정비구역 재지정에 돌입하는 등 정비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밖에도 동작구(72→296건)·마포구(80→299건)·은평구(153→370건)·강서구(139건→296건) 등의 순으로 1월 대비 7월 비아파트 거래량이 뛰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의 경우 빌라는 아파트와 달리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의 '2년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 신통기획이나 모아타운 사업지로 지정된 곳은 비아파트도 토허제 적용을 받지만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세입자를 들일 수 있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 교수는 "빌라가 아파트의 보완재 역할을 하면서 한 곳에만 집중됐던 수요가 이동하는 건 좋은 신호라고 보여진다"며 "다만 거래량은 아직 빌라 시장이 활황 신호라고 보기엔 미약하다"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요건 강화는 임대 수익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정부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조건을 공시가격의 98%까지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전세보증 가입을 위해선 보증금이 공시가격의 126% 이내여야 한다.
현행법상 임대주택사업자는 보증보험 가입이 의무다. 미가입시 임대보증금 10분의 1에 해당하는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그런데 보증 가입 조건이 강화되면 4분기 만기 예정인, 전국 연립·다세대 전세 계약 2만4191건 중 78.1%(1만8889건)가 기준에 미달된다는 부동산 중개 플랫폼 집토스의 분석 결과가 나왔다.
가입 거절로 신규 세입자와 계약을 맺지 못하면 기존 임차인 보증금 반환에 차질을 빚고, 장기적으로는 비아파트 임대 공급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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