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80차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첫 일정으로 세계경제포럼(WEF) 의장인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과 AI(인공지능)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만남을 통해 우리 정부와 블랙록은 한국에 향후 아시아·태평양 지역 수요에 대응할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핑크 회장을 비롯해 블랙록의 자회사인 글로벌 인프라스트럭처 파트너스(GIP) 아데바요 오군레시 회장,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와 회담했다.
이들은 AI와 에너지 전환, 인구 변화 등 인류의 세 가지 대전환 과제를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했고, 한국과 글로벌 투자사 간 전략적 협력을 위한 공감대도 확인했다.
래리 핑크 회장은 "AI와 탈탄소 전환은 반드시 함께 진행되는 것이 중요하고, 이는 전 세계가 함께 가야 할 문제"라면서 "한국이 아시아의 AI 수도(AI Capital in Asia)가 될 수 있도록 글로벌 자본을 연계해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의 아시아·태평양 AI 수도 실현을 위해 협력할 수 있게 돼 환영한다"며 "긴밀하고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이번 협력 관계를 실질적인 협력 성과로 이어지게끔 하자"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핑크 회장을 직접 한국에 초대했다.
핑크 회장 일행은 "이 대통령의 리더십으로 취임 이후에 대한민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정치·경제 상황이 빠르게 안정화되고 있고, 향후 한국의 경제 발전을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AI·에너지 분야에서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추진을 높게 평가하고, 한국의 AI·에너지 인프라 투자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특히 이날 회담을 계기로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핑크 회장은 글로벌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우선 양측은 MOU에 따라 국내 AI·재생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협력을 논의한다. 한국 내 급격히 늘어나는 AI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데이터센터와 재생 에너지 발전·저장 설비를 결합하는 통합적 접근을 검토하고,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모델을 만들 가능성을 모색하기로 했다.
또 한국 내 아·태 AI 허브를 구축하기 위해 협력한다. 양측은 재생 에너지 기반의 하이퍼 스케일 AI 데이터센터를 한국에 두는 방안을 협의하면서 국내 수요를 충족하고, 아·태 지역의 수요까지 아우를 수 있는 지역 거점 역할을 구상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한국은 주요 기관 투자자, 산업 파트너와 함께 글로벌 'AI 인프라 파트너십(AIP)'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양측은 향후 5년간 아·태 지역 AI·재생 에너지 전환을 위해 필요한 대규모 투자 방향을 공동으로 마련해 나가기로 했다.
블랙록은 현재 12조5000억 달러(약 1경7000조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로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xAI 등과 함께 AIP를 구성해 글로벌 차원의 AI·재생 에너지 인프라에 투자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반도체, 배터리, 통신, 보안, 냉각 기술에 더해, 재생 에너지 발전과 저장 장치, 송배전망까지 결합해 국내 기업 전체가 참여할 수 있는 초대형 통합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이를 통해 국가 전반의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국내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게 하는 계기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와의 공식적인 협력 파트너십을 통해 데이터센터, 재생 에너지, 전력망 등 핵심 분야의 성장 기회를 창출하고, 한국이 국제 금융 시장에서 신뢰할 만한 투자처로 인정받아 앞으로 더 다양한 글로벌 자본 유치를 추진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25일 글로벌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대한민국 투자 서밋'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편 올해는 유엔이 선포한 '양자과학의 해'로 23일 배 장관과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은 IBM 양자연구센터를 찾아 양자 분야에서의 한·미 협력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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