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3500억 달러(약 486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와 관련해 "통화 스와프 없이 미국이 요구하는 방식대로 전액 현금으로 3500억 달러를 인출해 투자한다면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와 유사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 대통령은 22일(한국 시간) 공개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투자의 상업적 타당성이 미국과의 통상 협상의 주요 걸림돌"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한미 양국은 지난 7월 말 관세와 관련한 큰 틀의 협정을 맺었으나, 대미 투자 펀드의 규모와 운용 방식을 두고는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이 지정한 투자처에 한국이 현금을 직접 지원하고 투자 수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가는 방식을 요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투자 처리 방식에 대한 이견 때문에 아직 합의 내용을 문서화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지난 7월 미국과 무역협정을 체결한 일본과 다르다"며 "일본은 한국의 외환보유액 4100억달러의 두 배 이상을 보유 중이고 미국과 통화 스와프도 체결 중"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한미 관계에 대해 "혈맹 관계인 두 나라 사이에서 최소한의 합리성은 유지될 것이라 믿는다"며 "이 불안정한 상황은 가능한 조속히 끝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이달 초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근로자가 구금된 사건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우리 국민들은 근로자에 수갑을 채우는 등 참혹한 대우에 분노했다"며 "기업들이 미국에 대한 투자를 경계하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구금 사태로 한미 동맹이 약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대통령은 "구금 조치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가 아닌 과도한 법 집행의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미국이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과했고 (양측이) 합리적 조치를 모색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인터뷰는 지난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부터 3박 5일 일정으로 미국 뉴욕을 방문해 제80차 유엔총회에 참석한다. 23일에는 196개국 정상 가운데 7번째 순서로 기조연설에 나선다.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를 통해 한국이 민주주의와 평화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국제사회에 복귀했음을 선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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