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엔 석유화학, 이번달엔 철강…구조조정에 불안한 은행권

  • 정부 이달 철강 구조조정 발표 예정

  • 철강업계 익스포저 20조 이상 예상

  • 금융지원 추가 요구할 듯…부담 가중

경기도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경기 부진이 제조업과 수출 부문 전반으로 번지는 가운데 기간산업의 위기가 특히 가속화되고 있다. 석유화학에 이어 철강 부문까지 정부가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 들자 금융권의 역할과 부담도 동시에 커지는 모습이다. 경기 둔화 속에서 뿌리산업이 흔들리면 금융 시스템 전체의 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전반이 긴장감을 높이며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16일 관계 부처와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 늦어도 다음 주 중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철강산업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한다. 이번 대책에는 석유화학업계와 마찬가지로 철강업계 사업 재편과 자구 노력을 조건으로 공동 금융 지원에 나서는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업계에는 수입재 대응과 저탄소 전환 투자 지원 방향이 제시되고 채권금융기관에는 자금 회수 중단과 만기 연장 등 금융 지원 협조를 요청하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실효성 있는 시장 차입금 해결책을 마련한 기업에 대해서는 신규 자금 지원도 검토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철강업계는 벼랑 끝에 내몰린 상황이다. 미국의 고율 관세 충격에 대미(對美) 수출이 25% 급감했고, 중국·일본산 저가 철강재가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까지 겹치며 내수 수요마저 위축됐다. 올 상반기 철강 3사의 평균 가동률은 70%대에 그치고 상황에 따라 공장 가동을 멈추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정확한 철강업계의 금융권 익스포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시장 규모와 수출 비중을 고려했을 때 석유화학업계 대비 60~70% 수준으로 예상된다. 석유화학 익스포저가 30조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철강업계 익스포저는 20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현대제철·포스코·동국제강 등 주요 업체 익스포저만 5조~6조원, 중견·중소 철강사까지 포함하면 10조원대 중후반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과 비교해 위험 노출액 규모가 작긴 하지만 그렇다고 금융권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만기 연장, 원금 상환 유예 등 금융 지원 조치는 은행 수익성과 자본건전성 지표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한다. 상환능력이 떨어진 기업에서 대출을 회수하지 못하면 대손충당금 적립 등 실질적 손실로 이어진다. 철강업계 재무 상황이 위기 단계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오면 은행권에 추가로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당장 대손 우려는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지만 부실이 동시다발로 발생하면 건전성에 작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된다. 특히 석유화학, 철강 등 기간산업이 위기의 최전선에 있어 유사한 금융 지원 요청이 발생하면 금융사의 리스크 관리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경기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상황에서 뿌리산업의 위기는 금융권 전반의 안정성을 확인하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면서도 "정부는 핵심 제조업 위기 해결을 금융 지원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산업 구조조정과 금융 지원 간에 균형을 맞추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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