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HBM4 개발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33.3%)를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36.9%)에 오른 만큼 이 기세를 차세대 AI 메모리 시장에서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는 핵심 고객사인 엔비디아 측 '요구 사항'에 맞춰 HBM4의 데이터 전송 통로인 대역폭을 두 배 늘렸고 전력 효율을 40% 이상 개선했다.
일각에선 디램칩을 16단 이상 적층하려면 차세대 적층 기술인 하이브리드 본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지만 SK하이닉스는 안정성을 택했다. 회사는 "HBM4에 기존 방식을 개선한 '어드밴스드 MR-MUF' 적층 방식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투트랙' 전략으로 시장 입지를 넓힐 전망이다. 판을 뒤집는 HBM4 신기술 개발과 함께 최신 그래픽 D램인 'GDDR7'을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D1c(10나노급 6세대) D램 공정과 4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동시에 적용한다. SK하이닉스 1b(10나노미터급 5세대) D램 기술보다 더 미세한 공정을 통해 HBM4를 개발했다. 미세 공정은 사용할수록 집적도를 높여주면서 전력 소모를 줄이는 장점이 있다.
다만 삼성전자는 지난 3월 SK하이닉스가 시제품을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에 남품한 것과 비교하면 약 4개월가량 개발 속도가 늦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에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은 "1c D램을 기반으로 한 제품을 업계 최초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충분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와 별개로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GDDR7 초도 물량을 사실상 단독으로 공급하면서 실적 반전을 꾀한다. 엔비디아가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 ‘루빈 CPX’를 내년 말 출시하면서 관련 물량 출하가 한층 늘어날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추론과 동영상 처리에 특화한 루빈 CPX에는 HBM 대신 128기가바이트(GB) GDDR7이 탑재된다.
일각에선 HBM4 공급과잉 우려를 제기하지만 업계 내 차세대 HBM 시장 수요가 큰 만큼 당분간 국내 양대 메모리 기업이 사운을 걸고 HBM 주도권을 잡기에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의 ICT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8월 기준 미국 관세 장벽에도 반도체 수출 규모는 전년 동월 대비 27% 증가한 151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메모리 수출 실적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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