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금융(PF) 분야 강자였던 메리츠증권의 체질 개선 성과가 두드러지고 있다. 부동산금융, IB 분야와 달리 약점으로 꼽혔던 리테일 시장에서 최근 무섭게 존재감을 키우며 시장점유율 3위권으로 올라섰다. 증권업계에선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앞두고 리테일과 전통 IB를 강화하고 있는 메리츠증권이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거듭날 수 있을지에 주목한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메리츠증권의 리테일 시장점유율 순위는 3~4위권까지 뛰어올랐다. 불과 몇 년 전까지 10위권 밖에 있었던 걸 감안하면 초고속 성장세다. 업계 관계자는 "공식적인 순위 통계가 나오는 건 아니지만 메리츠증권이 전통적인 대형 증권사로 시장 저변이 넓은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등을 제쳤을 뿐 아니라 리테일 시장의 양대 강자인 토스와 키움증권을 따라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리츠증권이 리테일 사업을 단기간에 키울 수 있었던 배경에는 '마케팅 효과'가 자리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초부터 거래 수수료 무료 마케팅을 시작했다. 내년 말까지 시행할 예정이다. 이 마케팅은 국내 주식 거래 수수료뿐 아니라 미국 주식 거래 수수료, 달러 환전 수수료, 유관기관 수수료까지 전면 무료화하는 파격적인 행보다. 이벤트를 통해 2년 동안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되는 비용만 천억 원대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비용 문제로 이벤트가 조기 종료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메리츠증권은 뚝심 있게 밀어붙이고 있다.
시장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메리츠증권의 리테일 고객 예탁자산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31조8000억원으로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 말 27조3000억원 대비 16.5% 성장했다. 올해 2분기 말에는 1분기 대비 11.3% 증가한 35조4000억원을 기록해 2분기 연속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메리츠증권이 손실을 무릅쓰고 리테일 강화에 사활을 건 '체질 개선'을 위해서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2분기 말 기준 자기자본 7조7064억원으로 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증권에 이어 네 번째로 자기자본 규모가 크다. 하지만 부동산금융(PF) '외길'로 급성장한 결과 자기자본 규모와 달리 리테일 시장에서 존재감은 극히 미미했다.
초대형 IB 지정을 앞두고 사업 다각화 필요성이 컸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리테일뿐 아니라 전통 IB를 키우기 위해 올해 기업금융본부를 신설하는 등 IB 조직을 개편했다. 또 미래에셋증권 출신인 김미정 전무, NH투자증권 출신인 송창하 전무 등을 적극적으로 영입하는 등 부동산금융에 치우친 사업 구조를 개선하는 데 힘썼다
현재 금융 당국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발행어음 사업을 신청하면서 "부동산 자산은 담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자사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는 부동산 자산 운용을 과감히 포기하고 발행어음 정책의 취지인 기업금융·모험자본 투자에 집중하겠다는 이야기다.
시장에서는 메리츠증권 행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래수수료 전면 무료 이벤트처럼 큰 비용이 수반되는 과감한 결정은 다른 회사에서 쉽게 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다만 점유율이 빠르게 올랐으나 일부 헤비트레이더의 체리피킹일 수 있어 이벤트 이후에도 점유율을 지속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기존에 공격적인 부동산금융 투자로 인한 건전성 지표 관리도 관건이다. 메리츠금융그룹의 부동산금융 익스포저는 27조5000억원이며 이 중 해외 부동산은 4조5000억원, 국내 부동산은 23조원가량이다. 국내 부동산 23조원 중 PF가 16조10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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