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 칼럼] 中 '3대 기술 쇼크' 세계가 떨고 있다

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용인대 중국학과
[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장/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중국판 엔비디아로 불리는 중국 AI칩 스타트업인 캠브리콘(Cambricon·寒武紀)의 성장세가 무섭다. 엔비디아 CPU가 미국제재로 대중국 수출이 막힌 틈을 타고 캠브리콘의 몸값이 천정부지 올라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이 28억8100만 위안(약 5619억원)으로 전년 대비 4383% 급증했고, 중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반도체기업 중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SMIC까지 추월하며 시가총액 1위로 등극했다. 이는 2016년 설립된 캠브리콘의 기술경쟁력에 정부의 반도체 기술자립 정책이 더해진 결과다. 물론 저사양 AI칩 엔비디아 H20에 대한 백도어(데이터 유출의 우회경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정부의 사용 자제령도 한몫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반도체 기술자립 의지는 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중국 증시에 상장된 반도체 관련 기업이 총 227개인데 이 중 약 80% 기업의 상반기 매출이 전년 대비 늘었고, 평균 60% 이상 순이익이 증가했다.
미국의 제재와 수출통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반도체 기술자립 속도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트럼프 1기인 2019년 화웨이를 거래 제한 블랙리스트에 올리면서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는 시작되었다. 또한 네덜란드 정부를 압박해 ASML의 반도체 장비인 극자외선(EUV)의 대중국 수출도 막기 시작했다. 지난 6년 동안 미국의 대중국 제재와 수출통제는 전방위로 확산되며 중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막았다. 대부분 매체와 전문가들은 미국의 압박과 제재 속에 중국의 반도체 산업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6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중국 반도체 산업의 기술 내재화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엔비디아 CEO인 젠슨 황은 "중국은 이미 많은 AI 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엔비디아 반도체가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차선책을 써서 목표를 달성할 것이다. 재능과 결단력이 있는 중국 기업에 대한 수출통제는 오히려 기술개발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애기한 바 있다. 중국 제재의 역설이 현실화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일어난 3대 기업의 기술 쇼크를 통해 미국 반도체 제재의 역설을 살펴보자.
첫째, 7나노폰과 AI 반도체 GPU의 ‘화웨이 쇼크’다. 2023년 8월 말 미국의 전방위 제재에도 불구하고 화웨이는 7나노 스마트폰 칩(기린 9000s)을 탑재한 ‘메이트 60프로’ 스마트폰을 발표하며 전 세계에 충격을 주었다. 1차 화웨이 쇼크다. 화웨이의 팹리스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이 설계하고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SMIC의 7나노미터 공정에서 제작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탑재해 만들어 낸 것이다. 7나노 칩 생산의 출발은 2019년 미국 제재가 본격화되면서부터다. 화웨이는 모바일 반도체 기술자립을 위해 7나노 칩 생산을 위해 약 670억 달러(약 88조원)라는 막대한 R&D 자금을 투입하며 SMIC와 공동연구, 기술협력을 강화해 나갔다. 중국 정부도 자금과 정책을 지원하며 도왔다. 화웨이는 2022년 중국 정부에서 전년 대비 2배 늘어난 65억5000만 위안(약 1조2747억원)을 지원받았고, SMIC는 중국 집적회로(IC)산업 투자기금에서 약 70억 위안(약 1조3642억원)의 국가지원금을 받았다. 미국 제재로 인해 비록 스마트폰 사업 매출이 반 토막 났지만 화웨이는 AI 칩 ‘어센드 910(Ascend 910)’을 출시하며 AI 전용 컴퓨팅 시스템 구축을 본격화했다. 2022년 10월 바이든 행정부가 엔비디아 A100과 H100에 대해 대중국 수출통제를 시작하자 화웨이는 A100에 해당하는 어센드 910B(2024년), H100에 상응하는 어센드 910C(2025년)를 출시하며 미국 제재로 생긴 중국 시장 공백을 파고들었다. 이른바 ‘제2차 화웨이 쇼크’다. 젠슨 황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 기업들이 엔비디아 GPU를 마음대로 쓰게 해서 그들이 자체 기술개발을 하지 않고 종속되게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미국이 대중 수출을 통제하면 화웨이가 곧 엔비디아를 대체할 수 있다는 걱정과 우려 때문이다.
둘째, AI 반도체 시장에 변화를 가져 온 ‘딥시크 쇼크’다. 2025년 1월 저비용·고성능 모델로 챗GPT에 경쟁할 만한 R1을 공개하면서 전 세계 AI 시장에 충격을 주었다. 특히 딥시크가 독자적인 알고리즘 최적화 기술을 활용해 AI 성능을 높였다는 점에 주목했고, 이를 계기로 전 세계가 중국 AI 굴기를 재조명하기 시작했다. 딥시크는 미국의 대중국 AI반도체 수출규제에도 불구하고 우회 전략과 자체 역량을 통해 기술자립을 이룬 중국 기술혁신의 아이콘이 되었다.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과 기술경쟁구도에서 수출제재와 통제가 중국 억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딥시크 충격은 중국 내 LLM 모델 개발 경쟁을 불을 지폈고 알리바바 큐원, 바이트댄스의 더우바오(豆包)까지 출시하며 AI 생태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단초가 되었다. 나아가 즈푸A와 같은 육소호(六小虎·6개의 LLM 모델 유니콘) 기업들을 탄생시키면서 전통 제조∙의료 등 특화된 버티컬 LLM 모델로 확장되고 있다. 딥시크 CEO인 량원펑은 중국 매체와 인터뷰하면서 "미국의 반도체 수출통제라는 도전이 오히려 기회로 작용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결국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가 딥시크 탄생의 일등공신인 셈이다. CNN은 "딥시크 쇼크는 단순한 중국의 AI 기술혁신이 아니라 미·중 AI 패권 전쟁의 한복판에서 미국의 기술 제재가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신호탄"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셋째, ‘탈엔비디아’ 전선 구축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알리바바 쇼크’다. 지난 8월 말 알리바바가 자체 AI칩을 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증시 기술주들이 일제히 하락했다. 알리바바가 엔비디아 H20을 대체할 목적으로 개발한 신형 AI 칩은 언어모델(LLM) 큐원과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 적용하는 시험 단계에 들어간 상태다. 알리바바 반도체 자회사가 직접 설계하고 생산까지 모든 과정이 중국 내에서 진행된다는 측면에서 중국 반도체 기술자립의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 알리바바 쇼크는 엔비디아 의존도를 줄이고 자국 기술경쟁력을 높이는 탈엔비디아 전선을 더욱 확대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바이두와 바이트댄스도 AI 칩 개발에 동참하면서 중국 테크기업들의 자체 AI 칩 제조 생태계가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막대한 자본과 우수한 인력 그리고 정부의 강력한 기술자립 의지의 삼박자가 더해지면서 중국 반도체 산업의 기술자립 속도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미국 제재가 만든 중국 반도체의 역설은 결국 우리에게 독이 될 수밖에 없다. 조급해진 미국이 또 다른 제재 카드를 들고 나왔다. 미국 상무부가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그동안 부여했던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지정을 취소했다. VEU는 별도의 허가나 기간 제한 없이 미국산 장비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해주는 예외적 지위를 말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와 쑤저우 후공정 공장과 SK하이닉스 우시 D램, 충칭 패키징, 다롄 낸드 공장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제재로 중국 내 우리 공장에 장비도입이 안 되면 결국 중국 반도체기업과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그만큼 중국 기업들이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면서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 기업이 더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의 파장은 우리에게 직간접적으로 투영되기 마련이다. 우리 정부는 조선업이라는 슈퍼갑과 반도체라는 슈퍼을의 최종 무기를 극대화시켜 미국과 협상에 임해야 한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을 역임했다. 미국 듀크대(2010년) 및 미주리 주립대학(2023년) 방문학자로 미·중 기술패권을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한중연합회 회장 및 산하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더차이나> <딥차이나> <미중패권전쟁에 맞서는 대한민국 미래지도, 국익의 길> <알테쉬톡의 공습>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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