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TF 경쟁이 과열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올해 ETF 시장이 초호황을 기록하면서 마케팅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일부 증권사들은 앞다퉈 '상장일 순매수 1위'와 같은 문구를 내세워 투자자를 겨냥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마케팅이 투자상품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기보다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TIGER 미국AI소프트웨어TOP4Plus ETF는 상장 첫날인 9일 3.10% 강세를 보인 데 이어 이날은 6.70% 급등세를 보였다. 이날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해당 상품에 전날 개인 순매수 116억원이 들어온 것을 두고 "올해 출시된 미국 주식형 ETF 중 상장일 기준 개인 순매수 1위"라고 대대적으로 알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상장일 개인 순매수 규모를 홍보하는 것이 지나치게 단편적인 정보를 부풀리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적지 않다. 대부분 ETF는 상장 첫날 매수세가 몰리는 경향이 있는 만큼 상장일 순매수 규모만으로 투자상품 매력을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상장일 개인 순매수 규모'를 홍보했던 상품 세 개를 비교해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코리아배당다우존스 ETF와 TIGER 토탈월드스탁액티브 ETF, 삼성자산운용의 KODEX K방산TOP100 ETF 모두 상장일 개인 순매수 규모가 100억원을 넘었다.
이후 순매수 추이도 상장 첫날 마케팅 효과와 동떨어진다. TIGER 코리아배당다우존스 ETF는 상장 후 네 달이 되어가는 지금까지 2000억원 넘는 개인 순매수가 유입된 반면 TIGER 토탈월드스탁액티브 ETF는 상장 후 세 달 동안 477억원, KODEX K방산TOP100 ETF는 두 달 동안 563억원의 개인 순매수가 유입되는 데 그쳤다. 특히 TIGER 토탈월드스탁액티브는 상장 첫날인 6월 24일에는 116억원에 달했던 개인 순매수 규모가 다음날부터는 50억원, 22억원, 19억원, 17억원, 7억원, 5억원 순으로 급격히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금융투자업계는 오랜 판매 관행이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지적한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일부 회사는 같은 그룹 자산운용사의 ETF를 메인 상품으로 정하고 상장일 판매 실적을 지점 PB(프라이빗 뱅커)들의 KPI(업무성과지표)로 삼는 경우가 있다"고 귀띔했다. ETF의 상장일 개인 순매수세는 단순히 개인투자자 수요가 강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지표가 아니라 회사의 영업 전략이나 지점 보유 현황에 따라 편향된 결과일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상장된 ETF 상품 개수는 1021개, 이 가운데 올해 들어 상장한 ETF 개수는 114개다. 워낙 많은 상품이 새로 출시되고 있는 만큼 ETF 마케팅은 계속 과열 양상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기준 광고선전비가 가장 컸던 10개 운용사의 합산 광고선전비는 116억원으로 전년 동기 71억원 대비 63%가량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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