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산재그늘] 솜방망이 처벌에 지지부진한 수사 산재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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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도공사 등 사고사망자가 발생한 공기업들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전년 대비 개선된 성적표를 받아든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부 공공기관들이 사망사고를 수십 건 내고도 경영평가 등급이 상향되는 등 정부의 산업재해 예방 정책이 실효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험한 작업을 하청기업에 떠넘기는 원·하청 구조 고착화와 솜방망이 처벌, 지지부진한 수사 역시 중대재해를 키운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0일 아주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 일부 공기업·준정부기관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전년보다 개선된 경영평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2021·2022년 연속 E(아주 미흡)를 받았던 코레일은 2023년 D(미흡), 2024년 C(보통)까지 개선됐다. 2022년 오봉역 사망 사고, 2024년 구로역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재무 상태 개선을 이유로 점수를 높게 받은 것이다.

코레일은 2022년 이후 3년간 ‘사망사고 감소 성과’ 부문에서 최하위 등급을 기록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들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산재 예방 배점이 기존 4점에서 절반인 2점으로 줄어 산재 발생이 등급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됐다. 반대로 재무성과 관리 분야 배점은 2022년부터 10점에서 20점으로 확대됐다. 이로 인해 안전 관리 부실에도 불구하고 재무 지표가 개선되면 경영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구조가 고착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해 사망사고가 3건 있었던 한국전력은 ‘2024 경영평가’에서 전년 B(양호)에서 A(우수)로 등급이 올랐다. 최고 등급인 S(탁월)가 없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최상위 평가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024년에만 사망자가 4명 발생했으나 B등급을 받았다. 국가철도공단도 노동자가 3명 숨졌지만 B등급을 유지했고 중부발전 역시 2년 연속 사망사고가 발생했음에도 B등급을 지켰다.

원·하청 구조 고착화도 산재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제조업·건설업 현장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하청 구조는 원청이 위험 업무를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위험의 외주화’로 지적돼 왔다.

최근 5년간 한국전력의 사고 사망자 33명 가운데 직영 근로자는 2명에 불과했고, 건설발주 관련 인력이 29명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도급 과정에서 발생한 사망자도 2명으로 집계됐다. 이 밖에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중부발전 등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역시 건설 발주 현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과 지지부진한 수사도 산재를 키우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49건 가운데 집행유예가 42건(85.7%)으로, 형사공판사건 평균 집행유예 비율(36.5%)보다 2.3배 높다. 또 중처법 위반 1심 무죄 비율은 10.7%로 일반 형사사건(3.1%) 대비 세 배를 웃돈다.

수사 역시 지연되고 있다. 중대재해 수사 대상 사건 1252건 중 73%(917건)가 여전히 노동부와 검찰에서 수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송치 사건 처리 기간이 장기화하면 중대재해처벌법 실효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국회 입법조사처는 분석했다.

이동영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산업재해를 실질적으로 줄이려면 사업장 특성에 맞는 안전보건경영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개인이나 노동조합이 안전보건관리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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