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한 골판지 포장재 업체의 주가가 단 하루 만에 30배 치솟는 이례적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 배경에는 ‘월드코인’이 ‘전략자산’으로 편입된 점이 영향을 미쳤는데요. 이렇듯 암호화폐가 기업의 재무 전략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며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나스닥 상장사인 에이트코홀딩스(Eightco Holdings)가 월드코인을 주요 재무자산으로 편입하겠다고 밝힌 이후 주가가 하루 만에 1.45달러에서 45.08달러로 치솟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무려 3008.97% 급등한 수치입니다.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이 주도한 암호화폐 프로젝트 ‘월드코인(Worldcoin·WLD)’은 2023년 7월 처음 공개됐습니다. 월드코인은 ‘오브(Orb)’라는 홍채 인식 기기를 통해 사람의 홍채를 데이터화하고 이를 블록체인과 연결하는 방식을 특징으로 합니다. 그러나 개인정보 침해 우려와 벤처캐피탈(VC) 대규모 투자에 따른 회수 가능성 논란 등으로 인해 오랫동안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월드코인이 미국의 골판지 포장재 업체 재무자산에 편입되자, 기업 주가뿐 아니라 월드코인 자체 가치도 함께 상승했습니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중 유일하게 월드코인이 상장돼 있던 빗썸에서는 하루 만에 80% 상승했으며, 9일 새롭게 상장한 업비트에서는 39.5% 폭등을 기록했습니다.
일본의 코스닥 상장사 메타플래닛(Metaplanet) 역시 암호화폐 전략자산 편입 흐름을 보여줍니다. 현재 약 2만개의 비트코인 보유고를 기록하고 있는 메타플래닛은 지난해 4월부터 비트코인을 전략적 준비자산으로 본격 편입하기 시작했으며, ‘아시아판 마이크로스트래티지’로 불릴 만큼 적극적인 암호화폐 투자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올해 상반기 비트코인 추가 매입 발표 때에는 주가가 2배 가까이 뛰는 현상도 보였습니다.
국내 코스닥 시장에서도 암호화폐 편입 열풍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비트맥스입니다. 이 회사는 올해에만 12차례에 걸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매입했습니다. 매입 공시가 발표될 때마다 주가는 단기간에 500% 이상 급등했다가 다시 급락하는 모습을 반복했습니다. 비트맥스의 경우 1000원대였던 주가가 단숨에 7000원대까지 치솟은 뒤, 이후 절반 이하로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에이트코홀딩스와 마이크로스트래티지, 비트맥스의 사례는 암호화폐가 투기적 자산이 아닌, 상장기업의 재무전략 차원에서 편입될 수 있는 ‘전략자산’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다만 시장에서는 암호화폐 편입이 단기적으로는 기업 주가를 급등시키지만, 장기적으로는 변동성과 위험을 높인다는 경고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실적과 무관한 주가 급등락은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고, 암호화폐의 변동성에 따라 기업 재무에도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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