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금융 공기업 공채 A매치 리그에서 단연 '톱'은 금융감독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A매치 금감원’에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감지됩니다. 바로 금융소비자원(금소원) 분리를 골자로 한 조직개편 때문입니다. 금감원은 내년(2026년) 입사할 66명의 신입을 모집하며 지난 8일 서류 접수를 마쳤는데 내부에서는 뽑히지도 않은 신입을 두고 “취업사기 아니냐”, “인적성 시험 마지막 문항에 ‘금소원으로 가도 괜찮습니까?’라는 질문이라도 넣어야 한다”는 농담이 나옵니다.
우수 인력이 다른 A매치로 빠져나갈 것이라는 우려도 내부에서 나옵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금감원의 위상은 예전 같지 않습니다. 금융업계 ‘톱 클래스’였던 연봉은 시중은행에 밀렸고 업무강도는 더 높아졌습니다.
임금도 아쉽습니다. 지난 10년간 시중은행 연봉은 50% 가까이 올랐지만, 금감원은 4% 남짓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지난해엔는 성과급 축소, 시간외수당 삭감 등도 있었습니다.
![[사진=유대길 기자]](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5/09/10/20250910131456258594.jpg)
실제 퇴사자도 늘고 있습니다. 국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금감원에서 만 3년 차 미만으로 퇴사한 직원은 18명으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직전 5년 평균(2.6명)과 비교하면 ‘급증’이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입니다. 최근 몇년간은 회계사 등 전문직 직원을 모집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 속 자부심으로 버티던 직원들에게서 반발이 나옵니다. 금소원 분리 뒤에는 원치 않는 부서에 사실상 ‘평생 묶일 수도 있다’는 우려가 큽니다. 감독 효율 저하와 독립성 약화에 대한 우려 또한 있습니다. 전날 오전에는 검은 옷을 입은 금감원 직원 700여 명(전체 직원의 30%)이 집결해 “금소원 분리 철회”, “공공기관 지정 철회”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열었습니다.
앞서 이찬진 금감원장은 내부 이메일에서 “감독체계 개편이 합리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가 안타깝다”며 “국회 논의와 협의 과정에서 적극 대응하고, 금감원·금소원 간 인사 교류 및 처우 개선으로 우려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원장이 인사 교류와 처우 개선을 약속했지만 내부에선 회의적 시각이 더 큽니다. 이번 결정이 결국 정부 의지와 맞물린 사안인 데다, 이 원장 또한 이번 정부의 인사인 만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위기입니다. 당정은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관련 법을 통과시킬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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