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국내 주식시장에서 일명 ‘동전주’가 주가 수익률 상위권을 싹쓸이했다. 주가가 1000원 미만인 ‘동전주’는 일반적으로 재무구조가 취약하거나 투자자들의 관심 밖에 있던 종목이 대부분이지만,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으며 주가가 급등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월 한 달간 주가 수익률 상위 4개 종목은 아퓨어스, 썸에이지, 율호, 동일스틸럭스였다.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종목은 아퓨어스였다. 한 달 새 무려 186%가 올랐다. 코넥스 상장사인 아퓨어스는 항암제 유효성 평가에 사용되는 동물 모델을 개발하고, 재생의료용 소재 및 제품을 연구·생산하는 바이오 기업이다. 특히 미니돼지 세포, 인공피부 등 특수 연구소재를 공급하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으며, 최근 미국과 일본 등 해외와의 계약 가능성, 유전자 편집 기술 등에서 주목을 받았다.
모바일 게임 개발 업체인 썸에이지는 같은 기간 175%가 넘는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썸에이지가 2021년 블랙핑크 멤버인 로제의 소속사 더블랙레이블에 초기 투자했다는 점이 주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더블랙레이블은 넷플릭스 콘텐츠 ‘케이팝 데몬 헌터스’ 사운드트랙 수록곡 ‘골든’ 프로듀싱을 맡은 테디, 24, IDO(아이디오) 등이 소속됐다.
IT인프라 기업 율호는 특정한 사업 이슈나 업황 개선보다는 순환매 수급에 의해 주가가 상승한 케이스다. 율호의 주가는 지난 한 달간 571원에서 1266원으로 올랐고, 이 과정에서 거래량도 크게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율호가 명확한 실적 개선 없이 반복적으로 저가 테마주로 매매되며, 시장의 단기적 관심을 끌었던 전례가 있는 종목으로 평가한다.
철강 유통을 기반으로 하는 동일스틸럭스도 실적이나 업황이 직접적으로 개선됐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과거 관리종목 지정 이후 해제가 예상되면서 시장의 관심을 받았고, 철강 관련 테마가 형성되면서 수급이 몰렸다. 동전주 특유의 호가 공백 구조와 저평가 인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한 달간 주가가 730원에서 1554원으로 상승하며 112.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동전주 급등 현상이 구조적 상승이 아니라, 수급 중심의 단기 테마 장세라고 평가한다. 주가가 매우 낮은 수준에 있던 종목들이어서 소액의 자금으로도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었고, 거래 호가 간격이 넓다 보니 급격한 가격 변동이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더해 일부 종목은 상장폐지 우려가 해소됐다는 소문, 혹은 기술력에 대한 루머 등이 퍼지면서 매수세가 집중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동전주는 그만큼 변동성이 크고,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단기 급등 이후 급락할 가능성도 높다”며 “기술력과 미래 성장성이 일부 확인된 기업은 예외일 수 있으나, 대부분은 명확한 실적 모멘텀이 부족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기대감만으로 상승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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