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요한의 티키타카] 가난한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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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요한 시사평론가]

언론과 권력의 긴장감
 
어쩌면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모습이다. 권력이 계란말이와 김치찌개를 하사 하시고, 기자는 그 일용할 양식을 받아먹으며 파안대소하는 장면이 도무지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긴장은커녕 어쩜 그리도 화기애애하고 정겨운지 무슨 소풍 온 것 같다.
 
하기사... 대통령이 된 자는 이미 검찰에 있을 때부터 숱한 기자들을 요리조리 요리하며 특별하게 아끼는 강아지로 키웠고, 그 귀여운(?) 강아지들은 주인의 손아귀에서 '특종'이라는 뼈다귀를 받아먹으며 스스로, 순순히, 애완견 역할을 했으니, 님도 보고 뽕도 따고, 도랑치고 가재 잡는다고 생각했을게다.
 
행여 이런 행태에 문제를 제기하는 소수의 기자가 있을라치면, 합심해서 왕따 시키고 출입처도 금지 시키며 자기들만의 철옹성을 쌓았을 것이다. 그러니 이런 기자들은 취재랍시고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이지...
 
"뭐 시켰어요?"
"누가 받았어요?"
"얼마나 시켰나요?"
  
실제로는 압수수색 현장에서 언론들이 내부 상황 파악을 위해 배달 기사에게 집안 구성원과 음식 배달 수령인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렇게 던졌다고 한다.
 
“혹시 집 안에 젊은 여성이 있었나요?”
“중년 여성도 들어갔었나요?”
“짜장면은 누가 받으셨어요?”
 
생각해 보면, 위의 언급한 질문들은 굉장히 차이가 크다. 하지만 국민들에게는 구구절절한 변명만 될 뿐이다. 그만큼 언론에 대한 불신이 크기 때문이다.
 
수석님! 자수합니다~
 
2019년 2월쯤으로 기억한다.
 
"요한사도~ 시간 있나? 청와대 홍보수석이 평론가들하고 밥 먹자는데?"
 
지금은 돌아가신 故 최영일 평론가가 자기도 들었다며 전화를 주었다. 시간이 되면 가겠노라고 답을 하고, 하필 저녁 먹자고 한 그날 낮에 그 홍보수석 출신 방송국 라디오에 출연해서 쓴소리를 해댔다.
 
그리고 저녁식사...
 
누군가 맥주와 소주를 말아 돌리면서 건배사를 외치려고 할 때, 잠깐!!! 소릴 질렀다.
 
"저... 수석님, 저 자수합니다! 제가 오늘 낮에 '그' 방송국에 나가서 수석님 비판했습니다. 언론에 있다가 채 6개월도 안 지나서 권력의 품에 포옥 안겼다고요... 자수라도 해야 이 저녁밥이 목으로 넘어갈 것 같아서... 자.수.합.니.다.!!!"
 
한 마디로 사투리로 이야기 하자면 메기는 거다. 니가 그러고도 전직 언론인이라고 할 수 있냐... 이제 권력의 품에 안겼으니 다시 언론 쪽으로는 돌아오지 말라는 야유였다.
 
정치인이 다 된 그 홍보수석은 "아~ 그러믄입쇼~" 라며 웃어 보였다. 이후 필자한테는 그런 저녁 식사 제의 따위는 없었다. 
 
가난한 평론가
 
필자는 가난하다. 뭐, 못 먹고 못 입을 정도는 아니지만 평균 50대 중반 남성들의 벌이만큼 되는 것 같지 않다. 그래서 필자는 매우 바쁘다. 일주일에 열댓 번의 라디오 전화 인터뷰와 두어 번의 TV출연, 몇 번의 칼럼을 쓰면서 허덕허덕한다. 기고 청탁이라도 들어오면 기쁘게 밤을 샌다. 매일 공부하고 매일 자료를 찾으면서 매일 아내와 아이들에게 미안해한다.
 
무슨 큰 사건이나 사고라도 터지면 필자는 부지런히 방송을 준비하고 이거저거 챙기느라 집안일은 신경도 쓰지 못한다. 이런 일에 진력이 난 듯 아내와 아이들은 그냥 그러려니 한다. 그래도 당선 전에 자주 통화하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눴던 정치인들에게 당선 후에는 어지간한 공익적 내용 말고는 문자도 보내지 않았다. 진영의 문제가 아니다.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방송 평론에 20년 동안 짬밥 먹으면서 지킨 룰이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틈이 보일라치면 밤에 신께 기도드렸다.
 
"하느님, 내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습니까? 이 잔을 내게 거두어 주소서..."
 
뱀발 – 정권교체기에 으레 뻔한 레파토리처럼 ‘언론개혁’을 외치시는 기자님들아~ 니가 바뀌면 된단다, 니만 바뀌면!



필자 주요이력 
- 前 정치컨설턴트
- 前 KBS 뉴스애널리스트
- 現 경제민주화 네트워크 자문위원
- 現 최요한콘텐츠제작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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