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불황 장기화] "조일 수 있는 만큼 조여라" 이익 개선에 사활 건 건설업계

  • 10대 건설사 상반기 매출 전년 比 12% 감소…'인력·고용' 동반 감축

서울 시내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연합뉴스]

건설업계가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외형 확장보다는 비용 감축에 더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인력을 감축하기 시작했는데 특히 비정규직부터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용에서도 문이 닫히고 있다. 매출 감소세가 여전한 상황에서 무리한 외형 확장보다 체질 개선을 통한 버티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8일 건설업계 따르면 올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의 상반기 누적 매출액은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상위 10개 건설사의 반기보고서를 보면 올 상반기 매출은 총 58조701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6조8109억원)보다 12.1% 감소했다. 

10개 건설사 중 SK에코플랜트와 HDC현대산업개발만 매출액이 이 기간에 각각 35.9%, 1.3% 증가했고, 나머지 8개 건설사는 모두 매출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대표적으로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올 상반기 매출이 7조419억원으로 32.9% 급감했고, 현대건설도 11.6% 줄어든 15조1763억원, 대우건설은 18.1% 감소한 4조3499억원으로 두 자릿수 매출 감소율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업계 불황이 누적됐다고 보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 5월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구조적이며 회복 여건 제한' 보고서에서 건설업계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지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3년간 건설경기 주요 지표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보다 전반적으로 더 빠른 하락세를 보였다"라며 "어려운 금융 여건, 높은 공사비, 주택 수요 위축, 제한적인 정부 대응 여력 등으로 인해 회복 동력 또한 과거보다 제약적인 구조에 놓여 있다"고 분석했다. 

건설사 간의 수주 경쟁도 기피하는 모습이다. 정비사업장에서 단독 입찰이 가능한 곳만 노려 경쟁에 따른 비용 증가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서울 강북구 미아4-1구역은 지난달 입찰에 나선 건설사가 한 곳도 나오지 않고 성북구 장위동 장위15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과 강남권 최대어 '압구정2구역' 모두 현대건설의 단독입찰에 따른 유찰 사례로 남았다. 개포주공6·7단지 재건축 조합은 1차 입찰 당시에도 현대건설만 참여하며 유찰된 바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비나 공사기간 현실화가 쉽지 않고 이로 인해 비용 증가를 해결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이라며 "대형 건설사도 무리한 경쟁입찰은 피하려고 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건설사 직원도 감소하고 있다. 상위 10개 건설사의 올 상반기 기준 직원 수는 총 5만38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39명(5.3%) 줄었다. 특히 기간제 근로자가 더 감소한 모습이다. 같은 기간 기간제 근로자 감소 규모는 2324명으로 이 기간 감소 인원 중 대부분을 차지했다. 정규직 인원도 515명 줄었지만, 업계에서는 우선 기간제 인력부터 줄이는 '슬림화'가 진행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건설업 불황으로 인해 현장의 고용도 줄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건설업 취업자 수는 총 196만64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 감소했다. 협회에 따르면 총 건설 수주액이 같은 기간 15.9% 줄어든 22조4386억원을 기록했고, 자금력이 떨어지는 지방의 중소·중견 건설사에서 폐업이나 부실이 커진 곳이 늘어나면서 업계의 고용시장이 위축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발표한 '경제전망 수정'에서 건설투자 부진이 국내 경제성장률 회복의 최대 걸림돌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또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6·27 부동산 대책과 현장 안전사고로 인한 건설사 고강도 제재 여파가 건설업 부진에 영향을 줄 것으로도 예상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최근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공사가 중단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반영해 건설투자 전망은 큰 폭으로 하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