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 트레이딩 사업을 영위하는 현대코퍼레이션이 제조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며 '준비된 100년 기업' 프로젝트에 나섰다.
범(凡)현대가 일원인 정몽혁 회장의 오랜 염원인 제조업 진출을 계기로 신사업 발굴 및 육성을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코퍼레이션은 현대종합상사라는 사명으로 1976년 설립 후 다음 해부터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등이 생산한 선박, 자동차, 기계 등의 수출을 담당했다. 1981년에는 국내 최초로 호주 드레이튼 석탄 합작 계약을 맺었고, 1991년에는 미국의 경제 미디어 ‘포브스’에 의해 세계 500대 기업으로도 선정되는 등 황금기를 누렸다. 이후 2000년 현대그룹 '왕자의 난' 혼란 속에서 부침을 겪었고, 2003년엔 현대그룹에서 분리돼 채권단 관리를 받았으나 현대중공업그룹이 인수, 이후 정몽혁 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 후 2016년 계열 분리를 통해 독립했다. 이후 2021년 3월 사명을 현대종합상사에서 현대코퍼레이션으로 변경하고 트레이팅을 넘어 사업 영역 저변 확장을 추진 중이다.
현대코퍼레이션의 주요 사업은 철강, 승용, 에너지상용부품, 기계인프라, 석유화학, 기타 등 6개의 사업본부로 분류되며 각 사업본부는 수출입과 삼국 간 무역 및 프로젝트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사업 구조상 여전히 전체 매출에서 트레이딩이 차지하는 비중이 90% 이상이지만 그 비중을 점차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현대코퍼레이션은 차량용 부품사 시그마를 인수하며 본격적인 제조업 진출을 알렸다. 시그마는 2007년 설립된 차량용 실내조명 및 인테리어 부품 제조사로, 국내 모든 완성차 업체에 엠비언트 라이트(무드 조명)를 공급해 이 분야 국내 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알짜 회사다. 이밖에 도어 라이트, 전장 부품도 공급하고 있다.
정 회장은 시그마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범현대가에서 독립한 후 줄곧 제조업에 대한 아쉬움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의 의지는 시그마 인수 비용에서도 알 수 있다. 시그마의 지분 77.6%를 약 523억원에 인수했는데,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달성한 영업이익 1335억원의 약 40%에 달한다. 그야말로 회사의 명운을 걸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정 회장이 올해 초 '2025 글로벌전략회의(GSC)'에서 "우리가 바라는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우선 당면 과제인 '바이아웃(경영권 인수·매각) 딜'을 이뤄야 한다"고 언급한 데에서도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현대코퍼레이션은 시그마의 주력 분야 기술력과 제품 경쟁력은 물론 제조업 노하우를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신사업을 전담하는 지주사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를 통해 기존에 촘촘히 형성한 글로벌 네트워크 역량을 십분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자동차 부품 제조 분야뿐 아니라 친환경 폐자원 리사이클링 등 다양한 미래 사업 분야에서 발전 가능성이 높은 국내외 기술기업들과 지분투자, 조인트벤처(JV) 설립, 인수합병(M&A) 등 전략적 제휴를 통해 글로벌 진출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시그마 인수는 바이아웃 딜의 첫 번째 사례로, 핵심 추진 과제를 성사시켰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며 "새로운 출발을 알린 만큼 기존 주력 사업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에 뛰어들어 미래 먹거리 확보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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