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더레코드] "석 달 새 76만명이 이용했다"...서학개미 사로잡은 토스증권 '어닝콜' 번역서비스

[사진=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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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학개미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뜨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바로 토스증권이 지난 5월 선보인 '어닝콜(Earnings Call) 실시간 번역 서비스'입니다. 출시 2주 만에 20만명, 석 달간 누적 기준 76만명이 이용할 만큼 인기몰이 중입니다. 비결이 뭘까요?

'어닝콜'은 흔히 '콘퍼런스콜'이라고 합니다. 기업 경영진이 애널리스트, 투자자들에게 실적과 전망을 설명하고 궁금증을 풀어주는 장입니다. 국내에선 몇몇 대기업들만 제공하지만, 미국에선 많은 기업들이 '어닝콜'을 진행합니다. 특히 서학개미들이 늘면서 '어닝콜'을 실시간으로 듣고 알짜 정보를 챙기려는 수요도 상당합니다. 

문제는 언어입니다. 해외 기업 어닝콜은 대부분 영어로 진행되고, 발표 시간도 심야시간대여서 일반 투자자가 접하기 쉽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서학개미들이 간밤에 있었던 어닝콜을 증권사 애널리스트 리포트나 언론사 뉴스로 뒤늦게 접하곤 합니다. 

이런 장벽을 없앤 게 토스증권의 실시간 어닝콜 번역 서비스입니다. 이 서비스는 인공지능(AI) 기반 특화 번역모델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어닝콜을 한국어로 번역하고 요약까지 해줍니다. 4만건 이상의 어닝콜 데이터를 학습시켜 전문 용어와 번역 정확도가 흠잡을 데 없는 수준입니다. 덕분에 투자자들은 복잡한 영어 발표를 손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토스증권은 기술적으로 꽤 도전적인 작업이었다고 설명합니다. 어닝콜은 여러 사람이 동시에 발언하는데, 실시간으로 음성을 텍스트로 바꾸고 다시 번역하는 과정에서 지연이나 오류가 생기면 투자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죠. 토스증권은 STT(Speech-to-Text) 기술과 번역 엔진을 결합해 이 문제를 최소화했다고 합니다. 
 
지난 21일한국시간 오후 9시 진행된 월마트Walmart 어닝콜 실시간 번역 화면 사진토스증권
지난 21일(한국시간 오후 9시) 진행된 월마트(Walmart) 어닝콜 실시간 번역 화면. [사진=토스증권]

지난 21일(한국시간 오후 9시) 진행된 월마트 어닝콜을 보면, 어닝콜 실시간 번역에 시차가 없음은 물론 EPS(주당순이익) 등 전문용어 수치의 오차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앱 화면에선 해당 기업 어닝콜에 토스증권 투자자들이 현재 몇 명 접속해 있는지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경영진의 발언 도중 투자자들은 실시간으로 이모지를 남길 수 있어 재미도 가미했습니다. 다른 이용자들과 의견 공유도 가능합니다.

투자자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도 눈에 띄는데요. 발표를 들으면서 동시에 차트와 호가를 확인하고 매매까지 할 수 있는 백그라운드 재생 기능도 탑재했습니다. 

반응은 뜨겁습니다. 지난 5월 말 진행된 엔비디아 어닝콜에는 동시 접속자 1500명, 총 4만명이 몰렸다고 합니다. 또한 7월 한 달 동안 이용자 수는 39만명에 달했고, 이달 현재까지 누적 이용자 수는 76만명을 넘었습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 서비스가 단순한 기술을 넘어 고객 록인(Lock-in)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봅니다. 직접적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는 아니지만 해외 주식 거래 고객 확보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편의성' 자체가 강력한 무기가 된다는 분석이죠. 한 증권사 관계자는 "어닝콜 번역 서비스 자체만으로도 투자를 위한 하나의 '서비스'로 인식돼 해외 주식 투자자들의 충성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반기에도 어닝콜 일정은 빼곡합니다. △8월 28일 엔비디아 △29일 알리바바그룹 △9월 4일 세일즈포스 △5일 브로드컴 △9일 오라클 △26일 코스트코 등 글로벌 대형 기업들이 줄줄이 발표를 앞두고 있죠. 토스증권은 이번 분기에만 650건 이상의 어닝콜을 실시간으로 스트리밍하고 번역할 계획입니다.

토스증권 관계자는 "해외주식 투자자들이 겪어온 정보 비대칭 문제를 기술로 해소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도 AI 기반 서비스를 고도화해 누구나 동등한 환경에서 투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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