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가 인텔의 최대 주주가 되면서 해외 기업인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지분 취득을 시도할지 관심이 쏠린다. 아울러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인텔에 직접 투자할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미국(미국 정부)이 이제 더 놀라운 미래를 가진 위대한 미국 기업 인텔의 (지분) 10%를 완전히 소유하고 통제한다고 보고드리게 돼 큰 영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한 미국 정부의 인텔 지분 10% 획득은 반도체법(CHIPS Act·칩스법)에 입각해 인텔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데 따른 반대급부 성격이다. 인텔은 반도체법에 따라 총 109억 달러 규모의 정부 보조금을 받게 돼 있다.
미국 정부가 취득하는 인텔 지분은 현재 주식 가치로 약 110억 달러(약 15조원)이며 기존 최대주주인 미국 자산운용사 븍랙록 지분 8.92%를 뛰어넘었다.
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삼성전자와 같이 대미 반도체 설비투자에 따른 보조금을 수령하는 기업에도 인텔 방식으로 지분 인수를 시도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1일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을 주는 대가로 보조금 수령 기업의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미국 투자를 늘리고 있는 대형 업체들에 대해선 지분 확보를 추구할 계획이 없다고 행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우리나라 정부도 같은 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브리핑을 열고 관련 논란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이 삼성전자에 제공키로 한 보조금(47억4500만 달러, 약 6조6000억원)을 받게 된다면 트럼프 정부는 어떠한 형태로든 반대급부를 요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이미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 전략에 올라탔기 때문에 보조금을 포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국에 대규모 생산라인 투자 계획도 확정한 터라 더욱 그렇다. 이제 와서 미국 정부가 지분을 요구하더라도 삼성전자가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대만 정보기술(IT) 전문 매체인 디지타임스는 "TSMC 독립성이 위협받을 수 있는 만큼 미 정부 보조금을 거부해야 한다”고 제언하면서도 삼성전자에 대해선 "최근 이익 감소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생산) 사업이 부담되는 삼성은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고 설명했다. 미국 측 지분 요구 검토에 대해 TSMC와 삼성전자가 처한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짚은 것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일본 소프트뱅크처럼 인텔에 직접 투자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IT전문매체인 새미팬즈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미국 반도체의 상징인 인텔에 지분 투자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미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에 힘을 보태고, 트럼프 행정부와 협력해 관세 감면 혜택을 확보하려는 두 가지 핵심 목표를 담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그간 행보를 보면 해외 반도체 업체들에 대해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카드를 쓸 수 있다"며 "당장은 보조금 대신 지분 요구안을 해외 기업에 적용하지 않는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지만 현실화할 것을 염두에 두고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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