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과 상견례를 하는 가운데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긴장감이 감돈다. 이 원장이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할 것을 강조하고 있어 이에 뒤처진 은행을 중심으로 지적이 나올 수 있다. 다음 달 주가연계증권(ELS) 판매 재개를 앞둔 만큼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는 발언도 예상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찬진 금감원장은 오는 28일 오후 서울 중구 소재 은행연합회에서 국내 은행장 20명과 만난다. 이는 각 금융업권과 상견례를 위한 릴레이 만남의 시작이다. 이후 다음 달 1일 보험업권, 4일 저축은행업권, 8일 금융투자업권과 간담회를 이어간다.
이찬진 금감원장이 금융권과 소통에 나서는 건 지난 14일 취임 후 단 2주 만이다. 6월 초 이복현 전 금감원장 퇴임으로 두 달 넘게 원장 자리가 공석이었던 만큼 빠르게 현안을 파악하고 소통하며 리더십을 손에 쥐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은행장 만남에서는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하는 것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취임식에서 “모험자본 공급 펀드, 중소기업 상생지수 등을 도입해 금융권의 모험자본 공급을 확대하겠다”며 “기업이 성장 자금을 시장에서 원활히 조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자장사’로 쉽게 돈을 벌어온 은행이 가계대출 대신 기업대출을 확대해 생산적인 분야로 돈이 흘러가게 하겠다는 뜻이다. 생산적 금융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시절 공약인 동시에 최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새 정부 경제성장전략’에도 담겼다.
은행마다 운영 중인 대출 포트폴리오는 상이하다. 현재로서 생산적 금융에 가장 맞아떨어지는 건 하나은행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전체 원화 대출 중 기업대출 비중이 55.37%로 가장 높다. 이어 △우리 54.37% △신한 54.33% △KB국민 51.42% △NH농협 37.38% 순으로 기업대출 비중이 컸다.
반면 가계대출에선 KB국민은행 비중이 가장 높았다. 올 6월 말 기준 전체 원화 대출 중 가계대출 비중은 KB국민은행이 48.58%로 최대이고 NH농협은행이 48.15%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또 신한·하나·우리은행이 각각 44%대를 보였다. 이러한 대출 포트폴리오에 견줘 이 금감원장의 은행별 질책도 달라질 수 있다.
소비자 보호 역시 이번 간담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안건이다. 이 금감원장은 취임 후 진행한 첫 임원회의에서 “향후 모든 업무를 추진할 때 소비자 보호를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 당장 다음 달 주요 은행들이 지난해 중단했던 ELS 판매를 재개하는 만큼 시기상으로도 소비자 보호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과 처음 만났을 때 어떤 당부가 나올지 주목되는 게 사실”이라며 “메시지에 따라 향후 은행의 사업 방향에도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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