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5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첫 한미 정상회담을 가질 가운데 외신들은 트럼프가 한국에 내밀 청구서의 규모에 주목하고 있다. 힘의 논리를 앞세워 안보와 통상 두 분야에서 전세계 각국에 값비싼 청구서를 뿌려대는 트럼프이 한국에도 돌발 요구를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AP통신은 24일 일본발 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25일 정상회담은 주로 통상과 안보 이슈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보 이슈에서는 주한미군 방위비 부담금 인상 논의가 제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관리는 통신에 “(트럼프의) 주요 관심 분야는 이른바 ‘(방위비) 부담 분담’이 될 것”이라며 “트럼프는 한국에 (더 돈을 많이 내라고)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도 “한국은 주한미군 험프리스 기지 건설비 비용은 물론 연간 10억 달러 이상의 미군 주둔비도 내고 있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명백히 더 (많은 돈을)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 석좌는 “그(트럼프)는 모든 동맹국에 GDP의 5% 가까이 국방비로 쓰기를 원한다“면서 ”한국은 현재 (GDP의) 3.5%(를 국방비로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가 보조금을 대가로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의 지분 10%를 확보한 것과 같은 조치를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에 요구할지도 변수다. 로이터통신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반도체지원법에 따른 지원을 받아 미국에 공장을 짓는 반도체 제조기업들의 지분을 미국 정부가 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자국 기업인 인텔에 반도체법 보조금을 주는 대가로 시가 110억 달러(15조원) 상당의 인텔 지분 10%를 받으려고 추진 중이다. 이를 대만 TSMC, 미국 마이크론, 한국 삼성전자 등에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금시초문이고, 해당 기업들도 전혀 모르고 있더라”고 설명하는 등 우리 정부는 이같은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상 협상 테이블에서 돌발적인 요구가 나올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트럼프가 1987년 집필한 ‘거래의 기술’에는 “목표는 높게 잡고, 이를 얻어낼 때까지 계속 압박한다”는 대목이 나온다고 미국 경제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전했다.
트럼프와 지난 2월 정상회담을 해본 경험이 있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이 대통령에게 ‘트럼프 상대 비결’을 귀띔했을 것이라는 외신 분석도 나왔다. 미 CNN은 “이시바 총리가 (한일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에게 트럼프의 변덕스러운(mercurial) 스타일에 대처하는 방법을 조언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도쿄 브리핑에서 “구체적으로 조언을 했다기보다는 (이시바 총리) 본인의 경험을 공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시바 총리는 2월 방미 기간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두고 “TV에서 보던 셀러브리티(유명 인사)를 만나게 돼 기뻤다”고 극찬했지만, 이달 초 중의원(하원)에서 미일 관세 협상에서 합의문이 없다는 야당의 비판이 쏟아지자 “상대(트럼프)는 보통 사람이 아니라 규칙을 바꾸는 사람”이라며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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