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돈바스(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 지역 전체 포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포기 △중립 유지 △서방군의 우크라이나 주둔 금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6월 제시한 푸틴 대통령의 휴전 조건과 사실상 동일한 내용이다.
다만 당시에는 돈바스뿐 아니라 남부 헤르손·자포리자 철수까지 요구했던 것과 달리, 현재는 돈바스를 포기하는 대신 자포리자와 헤르손 전선을 동결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또 러시아가 점령 중인 하르키우·수미·드니트로페트로우스크 일부 지역은 넘겨줄 수 있다는 의사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들은 이를 푸틴 대통령의 ‘타협 의지’ 신호로 해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5일 알래스카 미·러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이러한 조건과 양보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로서는 돈바스 철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정상회담에 대해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임기가 만료되고도 계엄을 이유로 선거를 미루고 있어 법적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지난 19일 방송 인터뷰에서도 “회담은 언론이나 방송을 위해 준비되는 게 아니라 전문가급부터 시작해 최대한 철저히 준비돼야 한다”며 단기간 내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우크라이나 역시 회담보다 안전보장 합의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동맹국들이 안전보장 방안에 합의해야 푸틴 대통령과의 양자회담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18일 푸틴·젤렌스키 정상회담 조율에 착수했다고 밝히면서 조기 종전 기대감이 커졌지만, 정작 당사국들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알래스카에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데 이어 18일 백악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유럽 정상들과 회담했고, 같은 날 푸틴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 이후 유럽 정상들은 “2주 내 회담이 가능하다”며 스위스 제네바를 개최지로 추천하는 등 기대를 높였다. 오스트리아와 헝가리도 회담 유치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통화에 대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직접 협상에 참여하는 대표의 급을 높이는 가능성을 연구하면 가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가 논의됐다”고만 언급하며 정상회담 성사 전망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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