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주요 증권사의 재무건전성을 보여주는 순자본비율(NCR)이 올 상반기 900%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년간 평균 700%대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개선세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 36곳의 2025년 상반기 평균 순자본비율은 915.18%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765.79%)보다 약 149.39%포인트, 2023년 상반기(744.13%) 대비로는 171.05%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순자본비율은 증권사의 재무 건전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부실 위험에 대비한 자본 여력을 나타낸다. 자기자본에서 부실 우려가 있는 자산을 차감한 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눈 값이다. 일반적으로 이 비율이 150% 이상이면 건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조사대상 증권사 중 대형사들이 1000% 이상을 기록하며 업계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올 상반기 영업이익 '1조클럽'을 달성한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1957.40%로 가장 높았고, KB증권이 11458.1%로 뒤를 이었다. 이어 삼성증권(1297.1%), 신한투자증권(1224.6%), 미래에셋증권(1127.6%), 하나증권(1004.2%) 순이었다.
이는 대형사들이 수익 다변화 전략을 강화하고, 리스크 관리를 고도화한 데 따른 성과로 풀이된다. 특히 금리 인상 기조가 완화되면서 보유 채권의 평가손실이 줄고, 주식·파생상품 등 시장 반등에 따른 자산가치 상승이 반영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의 순자본비율은 여전히 300%대 수준에 머물렀다. DB금융투자(318.9%), DS투자증권(277.2%), KR투자증권(329.7%) 등은 평균치를 크게 밑돌았다. 순자본비율 자체는 최소 요건을 상회하고 있지만, 금리나 증시 불확실성 확대 시 하방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증권사의 순자본비율이 향후에도 긍정적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우선,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금리 인하 전환 기대감이 현실화되면 채권 관련 손익이 추가로 개선될 수 있다. 여기에 국내 증시의 회복세가 이어질 경우 위탁매매, 자산운용, IB 부문 수익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레버리지 운용이 많은 일부 증권사는 시장 급변 상황에 취약할 수 있어, 과도한 위험 노출을 피하기 위한 자본관리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비교적 몸집이 큰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은 새로운 자기자본 기준 규제(바젤Ⅲ 적용) 등으로 내부통제와 자산건전성 관리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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