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공격'에 맞서 브릭스(BRICS)의 반(反)미국 연대가 한층 강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브릭스 주요 회원국인 브라질과 인도 정상이 연대 의지를 다지며 다자주의에 입각한 교역 확대를 결의했다. 브라질과 인도는 미국으로부터 나란히 50%라는 고율 관세를 맞은 상황이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브라질 대통령실은 이날 성명을 통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1시간가량 전화 통화를 했다"며 "두 정상은 글로벌 경제 상황과 일방적인 관세 부과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무역 관계 강화 계획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지난달 모디 총리의 브라질 국빈 방문을 계기로 교역 확대 목표(2030년까지 200억 달러 규모)를 설정한 바 있다.
브라질 대통령실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이 부과한 관세로 인해 “현재까지 브라질과 인도가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언급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브라질은 트럼프와 각별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쿠데타 모의 혐의 재판 진행 등을 이유로 50% 관세를, 인도는 기존 25%에 러시아산 석유 구매에 따른 추가 25% 관세(총 50%)를 각각 부과받았다.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정책'에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관세율이다.
브라질 대통령실은 또 "브라질과 인도가 다자주의 수호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한편 현재의 도전 과제에 대응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재확인했다"며 "이를 계기로 더 깊은 통합 가능성을 모색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룰라 대통령이 내년 인도를 국빈 방문할 예정이라고 브라질 대통령실은 덧붙였다.
앞서 룰라 대통령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관세에 대한 대응 방안을 브릭스 회원국들과 함께 논의할 것이라면서 "7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에게 전화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이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한 다른 정상들에게도 연락할 것이라고 언급한 만큼 조만간 시 주석과의 통화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칼날을 브릭스 국가들에 집중적으로 휘두르면서 브릭스의 반미국 연대도 한층 강화되는 모습이다. 복수의 외신 보도에 따르면 모디 총리는 이달 31일 개막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차 7년 만에 중국을 방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룰라-모디 통화와 모디 총리의 방중 계획을 언급하며 "이는 이전부터 예정돼 있던 이벤트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의 무역장벽과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이유로 인도에 50% 관세를 부과하면서 그 의미가 더욱 커졌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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