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베트남 하노이 '탈내연기관' 선언…도시의 미래, 서울 모델에서 해답 찾을까

  • 2026년부터 도심 내 오토바이 전면 금지…공공교통·전기차 전환 위한 민관협력이 관건

베트남 하노이는 현재 1번 순환도로 지역에서 약 45만 대의 휘발유 오토바이가 운행되고 있다 사진베트남통신사
베트남 하노이는 현재 1번 순환도로 지역에서 약 45만 대의 휘발유 오토바이가 운행되고 있다. [사진=베트남통신사]


베트남 수도 하노이는 2026년부터 내연기관 오토바이의 도심 운행을 금지하고 단계적으로 도시 전역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환경 개선과 도시 지속 가능성을 위한 전기차 전환이 본격화될 전망이며, 서울시의 사례도 정책적 참고 모델로 일부 언급되고 있다.

지난 12일 팜민찐 베트남 총리는 ‘환경오염 방지를 위한 긴급 과제’를 담은 제20호 지시에 공식 서명하며, 오는 2026년 7월 1일부터 하노이 도심(1번 순환도로) 내 내연기관 오토바이의 운행을 전면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수도 하노이의 대기오염 문제 해결을 위한 강도 높은 조치다.

하노이의 1번 순환도로는 정부 기관, 병원, 상업시설, 교육기관 등이 밀집된 이른바 ‘도시 핵심부’로, 현재 약 45만 대의 휘발유 오토바이가 운행 중인 곳이다. 하노이시는 1번 순환도로를 시작으로 2028년, 2030년까지 통제 구역을 2, 3번 순환도로로 점차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같은 강도 높은 정책은 하노이의 심각한 대기질 악화에서 기인한다. 즈엉득뚜언 하노이시 인민위원회 부위원장(부시장 격)은 “현재 시내 공기오염의 약 60%가 오토바이 등 소형 휘발유 차량에서 발생한다”며 “전기 오토바이 전환을 위한 보조금 지급 등 다각적인 지원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노이시 건설청은 최근 오토바이 교체 대상자에게 300만~500만 동(약 15만~26만 원) 수준의 전환 지원금을 지급하고, 전기 오토바이에 대해 2030년까지 등록세 및 번호판 등록 수수료 전액 면제를 시행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단순한 금전적 보조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특히 교통 인프라의 미비는 정책 실행의 가장 큰 난관으로 꼽힌다. 현재 하노이의 대중교통 시스템은 극히 제한적인 수준이다. 도시철도는 깟린–하동 노선 단 1개뿐이며, 전체 시민 이동 수요 중 대중교통의 점유율은 16% 수준(지하철 약 2%, 버스 약 14%)에 불과하다. 다오응옥응이엠 베트남 도시계획개발협회 부회장은 “인구 밀도가 과도하게 높은 도심에서 개인 이동 수단을 금지한다면, 대중교통 부족으로 교통 혼란이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토바이는 많은 베트남 사람에게 생계이기 때문에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방향으로 전기 오토바이 전환 방안이 필요하다 사진베트남통신사
오토바이는 많은 베트남 사람에게 '생계'이기 때문에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방향으로 전기 오토바이 전환 방안이 필요하다. [사진=베트남통신사]


이러한 맥락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서울시는 2000년대 초반부터 내연기관 중심의 교통 시스템을 친환경 대중교통 중심으로 재편하며, ‘그린 모빌리티’ 확산에 성공한 대표 도시다. 지하철을 포함한 방대한 철도망, 전용차선을 운영하는 준공영제 버스 시스템, 서울시 승용차 공유사업 '나눔카' 도입 등으로 서울 시민의 대중교통 이용률은 60~70% 수준에 달한다.

특히 나눔카는 전기차·하이브리드 차량 수천 대를 시민들이 단기 대여할 수 있게 해 자가용 보유율 억제와 교통 혼잡 완화에 기여하고 있다. 서울시는 2021년 기준 전기차 충전소 9만4000여 개를 설치했으며, 오는 2025년까지 ‘도보 5분 거리 내 충전소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시의 사례는 단순히 인프라 구축을 넘어 ‘사회적 합의’ 형성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하노이 역시 전기 오토바이 전환 정책이 저소득층·생계형 운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고려하고, 공정한 보상과 전환 유인을 제공해야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전환 흐름은 한국 기업에게도 새로운 기회로 다가온다. 현대차와 기아 등은 이미 베트남에서 전기차 ‘아이오닉 5’, ‘EV6’ 등을 선보이며 입지를 넓히고 있으며, 충전 인프라·배터리 시스템 구축 노하우도 갖추고 있다. 하노이는 전기차 인프라 구축을 위한 민관협력(PPP)에도 적극적인 입장이다. 특히 충전소 건설 프로젝트에는 향후 5년간 은행이자 70% 보전, 2033년까지 부지 임대료 전액 면제 등 파격적인 혜택이 제공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전환의 성공 여부는 ‘정책 + 인프라 + 시민 인식’이라는 3대 축의 유기적 연계에 달려 있다고 본다. 호앙즈엉뚱 베트남 청정대기네트워크 대표은 “남은 시간은 길지 않다. 단순한 제도 도입보다 시민의 인식 전환과 실천을 유도하는 홍보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응우옌반꾸옌 베트남자동차운송협회 회장은 “오토바이 운행 제한은 도시의 소음과 공기질을 개선할 수 있지만, 대체 수단이 마련되지 않으면 거센 반발과 교통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정책 실행 전, 보완책 마련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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