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ATL코리아 사옥 전경 [사진=아주경제DB]
중국 배터리 1위 기업 CATL의 한국법인 'CATL코리아'가 출범 6개월 만에 공동대표를 모두 경질하는 강수를 뒀다. 국내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공략을 위해 실무 인력 구성을 완료한 상황에서 공공 입찰 시장을 중심으로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견제가 심화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21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한신춘·권혁준 CATL코리아 공동대표가 이달 초 동시에 사임했다. 사측의 공동대표 폐지 결정에 따른 행보다. CATL코리아는 현재 대표이사 없이 권혁준 사내이사만 남아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CATL 본사가 조만간 한국 인사를 영입해 신임 단독 대표로 선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한 공동대표와 권 공동대표는 각각 중국, 호주 국적자다.
CATL코리아는 CATL이 지난 1월 서울 강남에 설립한 한국 법인이다. 기존 국내 사무소 체제에서 법인 전환을 통해 한국 사업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본사 차원에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직접 계약하는 반면 ESS 시장은 공공 입찰 및 현지 컨소시엄과의 계약 비중이 높아 한국 법인의 영업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CATL코리아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중심으로 한국 ESS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전략 아래 그동안 영업·마케팅·기술 실무 인력 영입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이달 초 서류 접수를 마감한 540MW 규모 제1차 중앙계약시장 등 공공 ESS 입찰에서 국내 컨소시엄의 중국산 배터리 회피 경향이 뚜렷해지자 경영진 교체를 통해 전략 수정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이번 대표 교체는) 중국인 대표가 전면에 나서면 국내에 팽배한 반중 정서로 인해 고객사 및 정부와의 계약에 불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 출신 인사를 내세워 반중 정서를 완화하고 국내 고객들과 접점을 확대하려는 전략적 조치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CATL코리아는 최근 차·부장급 한국 내 ESS 사업 핵심 인력 채용을 완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본사 주도의 초기 구조에서 벗어나 조직을 '한국화'해 국내 영업과 조달 네트워크에 최적화된 형태로 재편하려는 시도로도 풀이된다.
CATL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국내 배터리 3사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과 경쟁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계 업체들은 42.0%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한국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40.3%를 앞질렀다. 이는 지난 2022년 한국이 중국을 26.9%포인트 차로 앞섰던 상황과 대조적이다.
CATL코리아 측은 본지의 질의에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할 경우 중앙계약시장 등 국내 ESS 프로젝트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조만간 새 대표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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