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 미국에서 '크립토 위크(가상화폐 주간)'를 맞아 가상화폐 제도화를 골자로 한 주요 법안들이 잇따라 통과된 가운데 글로벌 가상화폐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4조 달러(약 5574조원)를 돌파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이 가상화폐 정보업체 코인게코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 18일(현지시간)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을 담은 ‘지니어스 법안’이 미국 하원을 통과한 이후 가상화폐 시가총액이 4조 달러를 넘었다.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주 사상 처음으로 12만3000달러를 넘은 데 이어 이더리움과 솔라나 등 다른 가상화폐도 일제히 급등했다.
가상화폐 3대 패키지 법안 중 지니어스법은 미 상·하원 모두 통과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까지 마쳤다. 이 법은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정의, 발행 절차, 공시 의무 등을 규정해 연방 차원에서 규제의 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 다른 법안인 디지털 자산 관련 규제를 명확히 하는 ‘클래러티 법안’, 연방준비제도의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금지하는 ‘CBDC 감시 국가 방지법안’은 하원 통과에 따라 상원 의결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FT는 법안 통과로 월가의 은행, 투자사,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가상화폐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JP모건체이스 등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지니어스 법안이 법제화되면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달러와 같은 법정화폐에 연동해 가격이 안정적인 가상화폐다. 거래 수수료가 낮고 해외 송금 등에 활용도가 높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테이블코인 법제화를 통해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의 지위를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해 민간 기업들이 달러나 미국 국채를 준비자산으로 보유하면 자연스럽게 달러 수요가 늘고 이는 금리 하락과 달러 강세를 유도하게 된다.
다만 스테이블코인의 성장과 달러화 수요 증가는 결과적으로 달러 강세를 초래할 수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달러 약세 유도 전략과는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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