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스타인 의혹 일파만파…트럼프, 국정운영 부정평가 역대 최고치

  • 트럼프, WSJ '엡스타인 음란 편지' 보도에 14조원대 소송 제기

  • '폭스뉴스 대주주' 우군 머독과 갈등 조짐

  • 정적인 머스크는 SNS에 글 올리며 공세 강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다시 정치적 위기에 몰렸다. 엡스타인 성 추문 사건 관련 음모론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그의 국정 운영에 대한 부정 평가는 최고치를 찍었고, 최대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까지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트럼프 지지층 결집 역할을 한다고 평가받는 보수 성향 매체 '폭스뉴스'의 대주주인 루퍼트 머독까지 엡스타인 사건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거액 소송의 피고가 되면서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마이애미 연방법원에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 2명과 발행사 다우존스, WSJ의 모기업인 뉴스코퍼레이션과 소유주 머독 등을 상대로 100억 달러(약 14조원) 규모의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WSJ가 지난 17일 2003년 엡스타인의 50번째 생일 축하 책자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포함된 외설적 편지가 있었다고 보도한 데 따른 것이다. WSJ는 "(편지에) 벌거벗은 여성의 윤곽선 그림 속에 '생일 축하한다'는 문구가 쓰여 있었고, '도널드'라는 서명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 보도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허위이고 악의적이며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기사를 내보냈다"며 분노했고, 다우존스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보도의 엄격성과 정확성에 전적인 확신을 가지고 있으며, 모든 소송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억만장자 금융인 출신인 제프리 엡스타인은 2019년 미성년자 성착취 및 성매매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자살한 인물이다. 그가 전 세계 정관계 유력 인사들이 포함된 성 접대 리스트를 가지고 있으며 그로 인해 타살을 당했다는 주장 등 그의 범행과 죽음을 둘러싼 음모론이 최근 다시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달 미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은 엡스타인이 유력 인사들을 협박하거나 성 접대 리스트를 가지고 있었다는 증거는 없으며 그의 사망 원인도 자살이라고 재확인한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다만 이 같은 발언이 지난 2월 "지금 내 책상에 앉아 (엡스타인의 리스트를)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라는 팸 본디 법무장관의 발언과 충돌하면서 일부 보수 진영에선 본디 장관 해임 요구가 제기됐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대해 "과도한 관심을 자제하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보수층의 분노까지 사게 됐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갈라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엡스타인 의혹을 앞세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머스크는 엡스타인 사건 관련 법무부 발표를 "명백한 은폐"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트럼프 행정부가 과거에 문제를 처리해 온 방식을 '1. 아무것도 인정하지 않는다, 2. 모든 것을 부인한다, 3. 반론을 제기한다'로 규정한 뒤 "이번에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ABC 방송은 머스크가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리거나 공유한 트럼프 대통령과 정부가 엡스타인 리스트를 처리한 방식에 대한 비판글이 35개가 넘는다고 짚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미국민들의 지지도가 하락세를 그리고 있는 것으로 각종 조사에서 나타났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 아틀라스인텔이 지난 13~18일 미국인 19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오차범위 ±2%)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수행 부정 평가는 55%로 지난달(54%)에 비해 약 1%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후 가장 부정적인 여론조사 결과다. 그에 대한 순지지율(지지율에서 비지지율을 뺀 값)도 -11로 떨어지며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나마 유리했던 경제 정책에 대한 평가도 부정평가(55%)가 긍정평가(40%)를 크게 앞질렀다. 

또한 앞서 지난 11~14일 실시한 이코노미스트지와 유고브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순지지율은 이달 초 -11에서 -14로 고꾸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에 유리한 수치를 제시했던 에셸론 인사이트조차도 최근 순지지율이 -4에서 역대 최저인 -8로 떨어졌다는 결과를 발표했다고 뉴스위크는 짚었다. 뉴스위크는 이어 "이 같은 흐름이 계속된다면 미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잃었던 지지율을 회복해 2026년 중간선거에서는 물론 2028년 (대선에서) 더 광범위하게 세력 균형을 재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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