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올해 하반기 가계대출로 내줄 자금이 최대 3조원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을 제한한 데 이어 지난 6·27 대책으로 하반기 대출 총량이 절반으로 줄어든 탓이다. 현재 가계대출 증가 속도대로면 8월 중 자금이 소진될 전망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이 정책대출을 제외하고, 연말까지 공급할 수 있는 가계대출 자금은 최대 3조591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은행이 취급하는 대출 상품은 크게 은행 재원 대출과 정부 예산을 기반으로 하는 정책대출로 나뉜다.
앞서 금융당국은 정책대출을 제외한 은행 가계대출의 올해 연간 증가율을 1~2%(시중은행 기준)로 제한했는데, 이에 따라 5대 은행 모두 2% 증가율을 적용받았다고 가정하면 최대 연간 증가폭은 12조8202억원이 된다.
여기에 더해 지난 6·27 대책에서 당국은 하반기부터 대출 총량을 기존 목표치의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방침을 세웠고, 은행의 하반기 가계대출 공급액은 더 줄었다. 감소한 목표치에서 올해 1월부터 이달 15일까지 늘어난 가계대출 증가액을 제외하면 하반기 공급 가능액은 단 3조5910억원에 그친다.
문제는 이대로면 당장 8월 말부터 은행 자체 대출 상품의 자금이 모두 소진된다는 데 있다. 이달 들어 지난 15일까지 늘어난 5대 은행의 자체 대출 증가폭은 1조4034억원에 달한다. 이러한 증가 속도가 유지된다면 8월 말까지 필요한 자금 추정치만 4조2000억원을 넘는다. 이는 하반기 총 공급 가능액을 약 6000억원 뛰어넘는 금액이다.
다만 그보다 더 빨리 소진될 가능성도 있다. 당국은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각각 가계대출 목표치를 넘은 은행에 대해 다른 은행보다 공급량을 줄이는 일종의 페널티를 부과했기 때문이다. 최대 증가율 2%가 반영되지 않았고, 지난 가계대출 목표치 초과분만큼 대출 한도를 적게 받은 은행이 있다는 의미다. 당장에 올해 상반기만 해도 5대 은행 중 NH농협은행이 목표치를 초과했다.
은행들은 지난 11일까지 6·27 대책에 따른 당국의 새 방침을 적용한 하반기 가계대출 월별·분기별 목표치를 제출했고, 당국은 제출 목표치에 은행마다 가계대출 초과분에 따른 페널티 등을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 은행들은 관리를 강화하고자 최근 들어 급격히 가계대출 문턱을 높였다. 신한은행은 지난 14일부터 대출모집인을 통한 8~9월 실행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하나은행은 지역에 상관없이 대출모집인을 통한 8월 실행 주담대를 받지 않고 있다. 또 NH농협은행은 이미 대출모집인을 통한 7~9월 실행 주담대가 모두 소진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반기 가계대출 목표치가 갑자기 절반으로 줄며 관리를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6·27 대책 여파로 수요가 줄겠지만, 주담대는 통상 매매 계약일과 대출 실행일 간 시차가 있어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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