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아태금융포럼] 에리카 오렌지 "코로나 가속 효과, 모든 산업이 재정의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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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준무 기자
입력 2021-03-08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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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마존은 무엇을 하는 기업인가…기존 어떤 산업군에도 가둘 수 없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은 매년 매출액을 기준으로 전 세계 기업 순위를 매긴다. 누구나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쟁쟁한 기업들이 대개 이 목록에 이름을 올린다. 하지만 포천 500대 기업의 평균 수명은 40년에 불과하다. 기업을 둘러싼 경영 불확실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충격이 전 세계를 덮쳤다. 사회적 거리두가기가 일상이 되고, 상당수의 사회활동은 비대면 방식으로 바뀌었다. 팬데믹이 종식된 이후에도 사람들의 일상과 사회 전반의 모습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란 전망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에 따라 미래 예측에 대한 기업들의 수요 또한 늘어나는 중이다. 미래 사회의 경제적·사회적·기술적인 변화를 읽어내고, 변화에 맞춰 대응하지 않는다면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공감대가 퍼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뉴욕에 위치한 세계적인 기업 컨설팅 회사 퓨처헌터스(The Future Hunters)의 부사장 에리카 오렌지는 '제14회 아시아태평양 금융포럼'에 앞서 진행한 사전 인터뷰를 통해 "기업 경영에 있어 장기적인 계획의 중요성이 커졌다"고 역설했다.

에리카 오렌지는 "코로나19는 단기적 경영 계획의 치명적인 측면을 드러냈다"며 "최고경영자(CEO)들이 단기적으로 투자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장기적인 계획을 등한시했을 때 조직을 위험에 더욱 노출시켰다"고 말했다. "단기적인 관점은 매우 복잡한 이 세상에서 시시각각 적응해 나아가기 어렵다"는 게 그의 말이다.
 

[사진=에리카 오렌지 퓨처헌터스 부사장]

◆"현 상황은 '코로나 가속 효과'···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다"

퓨처헌터스는 분기별로 각계 각층의 리더와 고객들을 한자리에 초빙해 최신 트렌드에 대해 논의하는 장을 마련한다. 이 회의에선 신기술, 인구 통계, 인지과학 분석, 사회 조직, 위기 관리 등 다양한 분야의 미래 동향이 공유된다. 퓨처헌터스는 이 자리에서 차세대 트렌드를 정확하게 묘사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들을 제안해 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세계가 맞닥뜨린 현 상황에 대해 에리카 오렌지는 '코로나 가속 효과'라고 표현했다. 이전까지 지속돼온 디지털화와 융합의 속도가 코로나19를 계기로 급격하게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세상이 원래대로 돌아가거나 '뉴노멀'로 전환될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다"며 "그러나 팬데믹은 거대한 피라미드를 구성하는 하나의 블록에 불과할 뿐"이라고 밝혔다. 에리카 오렌지는 "우리 경제는 이전에도 그랬듯이 근본적인 변화와 구조조정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우리는 과거 역사를 통해 같은 일들을 겪어왔다"고 설명했다.

코로나가 사회에 끼친 가장 큰 영향은 '탈(脫) 노동'이라고 에리카 오렌지는 지적했다. 그는 "거의 하룻밤 만에 인간의 기술 노동에 거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시대를 맞이할 수 있도록 세계적 기준이 변했다"며 "모든 산업은 전례 없는 상황에 대응해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것이 강제됐다"고 말했다.

수많은 분야의 노동이 디지털화나 아웃소싱을 통해 더 적은 비용으로 대체되고 있는데, 이러한 추세는 영구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에리카 오렌지는 "정부가 갑자기 개입해 돈을 뿌려대면서 직업을 잃은 사람들을 다시 데려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우리가 경기 침체기에 들어섰고, 경기 침체를 벗어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며 "이러한 현상을 '혁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미래에 놀라운 기회를 잡게 될 것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무언가를 고치려 애만 쓸 것"이라고 꼬집었다.

◆"모든 회사가 '기술회사'··· 사이버 보안 대비 필요"

구조적인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음을 감지한 기업들은 디지털 전환에 주력하고 있다. 이들 기업에 대해 에리카 오렌지는 "더 이상 '산업'이란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모든 산업 분야가 겹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미국의 온라인커머스 플랫폼 아마존이 대표적인 사례다. 에리카 오렌지는 "아마존은 소매업, 데이터 분석, 엔터테인먼트, 교육 등 기존의 어떤 산업군에도 가둬둘 수 없는 기업"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제조사 역시 마찬가지다. 기존 업체들은 전통적인 제조업에 속했지만 이제는 하이테크와 개인 서비스, 정보 서비스업을 포괄하는 새로운 산업군으로 나아가고 있다.

에리카 오렌지는 "차별화는 경쟁의 핵심일 뿐만 아니라 생존의 핵심"이라며 "모든 산업군은 새로운 방식으로 재정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효과적인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모든 회사가 기본적으로 '기술회사'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새로운 도구와 작업 방식을 채택하는 것은 사치가 아니라 경쟁을 위한 필수 요소"라고 했다.

달라진 시대를 대비해 사이버 보안 분야에도 대비가 필요하다. 에리카 오렌지는 "우리가 속해 있는 모든 시스템, 지적 재산, 무형적 자산은 근본적으로 취약하다"며 "이 같은 취약점을 인지하고 이해할 수 있는 인력을 구성해 앞으로 늘어날 복잡한 문제에 내부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고립의 일상화가 낳은 공동체 열망··· 위기 속 기회 될 것"

퓨처헌터스는 고객 기업들을 대상으로 위기 속 기회, 이른바 '실버라이닝(silver linings)'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우리는 어떠한 기회를 찾을 수 있을까. 고립이 일상화되면서 역설적으로 공동체에 대한 끌림을 낳고 있다고 에리카 오렌지는 진단했다.

그는 "사람들은 채널을 불문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모여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며 "과거에 대한 향수는 앞으로도 강력한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정서는 익숙함을 향한 열망을 나타내며, 불확실성에 대한 일종의 보호막 역할을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인간의 회복력과 정신력이 유례없는 강도로 시험 받으면서 생기게 될 다양한 일상의 변화들도 있다. 크라우드 소싱의 형태로 지구 곳곳에서 사람들이 뭉쳐 큰 문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문제 해결 방법을 생각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중이다. 여가 또한 퍼즐과 요리, 독서, 컬러링 등 단순한 '촉각적인 행동' 위주로 변화하고 있다.

에리카 오렌지는 "기업 경영자들 역시 새로운 업무 환경을 탐색하면서 이러한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며 "직장 문화 역시 미래지향적인 동시에 인간중심적으로 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플랫폼의 사용이라는 디지털 업무 환경 하에서도 직원들에게 어떻게 동기를 부여할지에 대해 인간적인 측면의 고려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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