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영상톡]"딱 2개 작품으로 전시장 꽉꽉 채운 감각" 박혜수 전소정 리센스 코리아나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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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성 기자
입력 2018-09-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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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e: Sense'(리센스)전 8월23일~11월 10일까지

  • 코리아나미술관 개관 15주년 특별전


연인과 맛있는 음식을 먹고 영화를 보거나 사랑을 나눌 때 우리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 오감으로 감각을 받아들여 행복감을 느낀다. 때로는 소리를 들으면서 색을 같이 느끼는 공감각을 경험하기도 한다.

불면증을 겪으면서 느끼는 시각과 촉각, 피아노 조율과 시각 차단 체험에서 느끼는 공감각을 대형 설치 작품으로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전소정 작가(왼쪽)와 박혜수 작가가 코리아나미술관에서 열린 're: Sense'전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코리아나미술관(관장 유상옥·유승희)은 개관 15주년을 맞이하여 기획전 're: Sense'(리센스)를 8월 23일부터 11월 10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대형 설치 전으로 198㎡ 크기의 코리아나미술관 지하 1층에는 박혜수 작가의 'H.E.L.P'(헬프)가 설치됐고, 330㎡ 크기의 지하 2층에는 전소정 작가의 '부바 키키'(bouba kiki)가 전시됐다.

전시장에는 단 두 작품이 설치됐지만, 전시장 안을 가득 메운 작품이 관람객에게 새로운 감각을 느끼게 했다.

서지은 큐레이터는 지난 8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신체를 주제로 다양한 전시를 해온 코리아나미술관이 신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감각을 주제로 전시를 준비했다" 며 "감각이라는 것이 남용되는 부분도 없지 않다고 생각하고 그것에 대해서 다시 한번 고찰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전시 제목인 're: Sense'는 메일을 주고받을 때의 답장 형식에서 의미를 유추할 수 있다. '감각을 다시 생각해보다' 혹은 '다시 감각하다'의 의미로 해석된다.

서 큐레이터는 "보고 이해하는 것으로 끝나는 전시가 아니라 관람객들은 예술가들이 감각적인 경험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경험하고 상호작용하면서 자신의 감각을 다시 일깨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넓은 전시 공간에 단 두 작품만 설치된 것도 감각이라는 주제로 너무 많은 작품이 들어가면 서로 부딪치는 부분도 있고 공간 자체를 충분히 쓰기가 어려운 부분도 있다는 것 서 큐레이터의 설명이다.

"이해하는 전시가 아니라 감각적으로 다가가고 감각을 이용해서 전시를 관람하는 입장에서 너무 많은 것들이 한꺼번에 있을 때 하나하나의 작품을 느끼기가 힘든 것도 있었다. 그런 것들을 줄이고 하나의 작품에서 극대화해서 느낄 수 있는 공간구성이 필요했다."

[코리아나미술관에 전시된 박혜수 작가의 'H.E.L.P'] 


▶불면증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박혜수 작가

지하 1층 전시장 입구에 군대에서 쓰는 기상나팔이 걸려 있고 거기에는 'HELP'라고 쓰인 하얀색 천이 매달려 있다. 미로 같이 좁은 입구를 지나 전시장에 들어서니 박혜수 작가의 설치 작품 'H.E.L.P'가 모습을 드러냈다.

방 중앙에 네 개의 1인용 간이 침상이 방사형으로 설치됐고, 중앙 앞쪽에는 수면을 상징하는 베개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천장에는 기다란 얇은 플라스틱판들이 촘촘하게 배열돼 있어서 서큘레이터에서 바람이 불 때마다 대나무 숲에 온 듯한 소리가 난다.
양쪽 벽에는 500개의 조그만 시계가 촘촘히 박혀 있고, 시계 초침에서 나는 소리가 모여 '윙윙'거리는 묘한 소리를 만들어 낸다.
조명은 잠자는 환경에 맞춰 어두워 마치 동굴에 들어온 듯하다.

[코리아나미술관에 전시된 박혜수 작가의 'H.E.L.P' 기상나팔]


'H.E.L.P'는 2016년 처음 발표한 작품으로 작가는 불면증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당시에는 화이트박스에서 빛이 나오고 베개가 있고, 시계 사운드가 들리는 작은 규모의 설치 작업이었다. 이번에는 감각을 주제로 공간을 재구성하면서 여러 가지 요소가 첨가됐다.

잠자리에 누워서 잠을 자고 싶지만 잠이 오지 않는 상태의 감각들을 공간 속에 담아냈다.
어두컴컴한 시간적인 요소와 시계 소리 같은 청각적인 요소, 바람이 이는 촉각적인 요소까지 동원됐다. 

[코리아나미술관에 전시된 박혜수 작가의 'H.E.L.P' 잠자는 사진]


박혜수 작가는 "처음 발표했을 때보다 공간이 커졌기 때문에 다른 변화가 필요했다" 며 "화이트 노이즈를 베이스 음악으로 깔고 불면을 겪었을 때 사람이 괴로운 것을 사운드적으로 만들어보고자 음향도 추가됐고 입구에 좁은 통로도 만들었다. 천장에 긴 필름이 들어간 작업도 이번에 처음 들어간 것이다"고 설명했다.

박 작가는 이어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고 분리되는 느낌, 혹은 잠을 자고 싶지만 잠이 안 올 때 감각이 굉장히 예민해져서 작은 소리가 귀를 괴롭히는 느낌, 혹은 감각이 둔감해져서 멍한 느낌을 공간적으로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전시장 입구에는 작가가 직접 베개를 베고 자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은 것도 전시됐고, 불면증에 관한 설문을 통해 자신의 불면 정도를 알 수 있는 설문도 정신과 의사의 자문을 통해 설치됐다.
 

[코리아나미술관에 전시된 전소정 작가의 '부바 키키' 중 '12개의 방' 영상 작품 ]


▶'파'음을 배춧잎을 만지는 촉감으로 표현한 전소정 작가

지하 2층에 들어서면 공감각을 경험할 수 있는 전소정 작가의 '부바 키키'(bouba kiki) 작품이 보인다.
'부바 키키' 작품은 크게 '12개의 방'이라는 비디오 작품과 시각 장애인 체험에서 얻은 설치 작품으로 구성됐다.

작품 중앙에는 '12개의 방'이라는 영상 작품이 상영되고 있고 그 앞에는 앉아서 영상을 감상할 수 있게 보도블록으로 만든 돌의자가 놓였다.
돌의자 옆쪽에는 기이한 형태의 철로 만든 책장이 있고, 그 옆에는 스테인리스로 만든 거울이 둥글게 말려 있다.

[코리아나미술관에 전시된 전소정 작가의 '부바 키키' 중 돌의자]


영상 작품 뒤쪽에는 폭 1m가량의 기다란 나무판이 바닥은 물론 9M의 천장을 향해 마치 도로처럼 깔려 있고, 벽면에는 이러한 설치 작품의 원형으로 보이는 드로잉 작품이 걸려 있다.

'부바 키키'라는 용어는 소리와 형태를 연관 지어 생각하는 유명한 공감각 실험에서 나왔다.
곡선 형태의 도형과 뾰족뾰족한 형태의 도형이 있을 때 실험자들의 98%가 곡선 형태의 도형을 부바로 인식하고 뾰족뾰족한 형태의 도형을 키키로 인식했다.
이 두 도형은 책장에 전시된 '부바 키키: 공감각에 관한 단상'(2018)이라는 책의 표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코리아나미술관에 전시된 전소정 작가의 '부바 키키' 중 책장]


영상 '12개의 방'은 피아노 조율사가 등장하는 영상으로 작가는 음을 색과 연결해서 표현했다.

전소정 작가는 "피아노 조율사분이 흥미로웠던 게 '파'음을 배춧잎을 만지는 촉감으로 표현했다. 그런 것들이 저한테 많은 영감을 줬고 조율하는 음 자체를 일종의 콘서트처럼 접목하는 것이 작업의 컨셉이었다" 며 "색을 보면 하나의 소리를 들린다던가 그게 색청감각인데, 그런 식으로 두 개의 감각이 한 번에 일어나는 일종의 이상현상이다"고 설명했다.

[코리아나미술관에 전시된 전소정 작가의 '부바 키키' 중 스테인리스 거울]


영상 작품 앞뒤로 책장, 돌의자, 스테인리스 거울, 나무로 만든 보도블록 등의 설치물이 놓여 있다.

이 설치물들은 작가가 시각 장애인 체험에서 느낀 감정을 표현한 것이다.

"시각장애인 댄서와 작품을 했었는데, 그분이 제안해서 같이 시각장애인 체험으로 도시를 돌아다녀 봤고, 그 과정을 드로잉으로 남겼다."

시각을 중심으로 살아온 작가에게 시각을 없애고 도시를 경험하는 행위는 촉각적인 경험을 극대화하는 경험이다. 나무판이 곡선적인 형태로 휘어지고, 책장의 형태가 기이하게 풀어져서 나오고, 스테인리스 거울은 볼록한 형태로 말아져 공간을 왜곡하고 있다. 작가는 그때의 드로잉을 바탕으로 공간 작품을 구성했다. 

[코리아나미술관에 전시된 전소정 작가의 '부바 키키' 중 나무로된 보도블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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