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영상톡]"풍경에 여백과 메시지 넣으니 새롭네"..선화랑 정우범 판타지아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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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성 기자
입력 2018-05-09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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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인사동 선화랑서 5월 19일까지

"빽빽이 들어찼던 풍경에 먹으로 칠 한 여유가 생기고, 못 보던 문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우범의 판타지아는 새롭게 변화했다."

판타지아(Fantasia) 연작으로 유명한 정우범 작가가 4년 만에 '판타지아'개인전을 서울 종로구 선화랑에서 이달 19일까지 연다.

이번 전시는 선화랑에서 일곱 번째 개인전이고 현 원혜경 선화랑 대표와는 두 번째 개인전이다.

[선화랑 제공]


이번 작품은 앞선 2014년도 작품과 확연히 다른 점을 가지고 있다.

수채 물감에 아크릴 물감을 같이 사용함으로써 좀 더 깊이가 느껴지고 입체적인 느낌도 나고, 더 강한 느낌도 준다.

거기에 2016년부터 화법에도 새로운 변화가 생겼다.

[선화랑 정우범 판타지아 개인전 작품]


2001년부터 '판타지아' 연작을 해온 작가는 이전 전시에서는 캔버스를 완전히 색채로 채웠지만, 이번에는 하얀색이나 진한 색으로 여백을 만들어 냈다.

또한 숨은그림찾기처럼 글씨를 곳곳에 배치해 풍경에 메시지를 더했다.

먹물을 이용해 세필로 글씨를 써서 번지게 한 다음 여백을 주는 경우도 있고, 글씨를 해체해서 조각조각 나눠 놓기도 한다. 어떤 때는 노골적으로 만들어진 글씨가 보이기도 한다.

[선화랑 정우범 판타지아 개인전 작품]


이런 시도에 대해 원혜경 대표는 "먹 작업을 통해 숨통이 트이고 여백이 생기고 새로운 판타지아를 만드어 냈다."라며 "과거의 판타지아는 열정적이고 정열이 넘치고 힘이 있었다면 최근의 판타지아는 먼가 평화를 주고 편안함을 준다"고 평가했다.

그림을 담는 액자도 변화가 있다.

액자도 작품 일부분이라고 생각하는 작가는 늘 액자도 작업의 대상이었다.

과거에는 하나의 색에 작품의 색을 툭툭 던져 넣는 형식으로 액자를 만들었는데, 최근에는 작품을 좀 더 확산시키는 얼룩무늬 액자를 사용한다.

[선화랑 정우범 판타지아 개인전 작품]


원 대표는 "작가는 푸른 초원을 뛰어노는 얼룩말 혹은 자작나무를 생각하고 액자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정우범 작가는 선화랑과 인연이 깊다.

선화랑 설립자인 선대 회장은 1997년 정우범 작가의 작품을 보고 한눈에 반해 그해 바로 개인전을 시작했다.

보통 검증이 된 작가가 아니면 장시간 고민하고 결정하겠지만, 선대 회장은 작품을 보자마자 결정했다고 한다.

그 이후 1999년, 2001년, 2005년, 2010년까지 선대회장과 함께 개인전을 열었고 2014년과 2018년은 지금의 원혜경 대표와 함께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작가는 2001년 판타지아 연작을 시작하면서 그만의 독특한 기법과 도구를 개발했다.

수채화는 연필로 스케치하고 수채 물감으로 투명하게 칠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수채화의 투명함과 가벼움을 벗어나서 힘 있는 수채화를 만들고 싶어 한 작가는 두드리는 기법(Stroke)을 고안했다.

종이는 칼로 긁어도 잘 찢어지지 않고 유화 캔버스보다 질긴 아르슈(Arches)지를 사용한다.

붓은 수채화 붓이 아닌 유화 붓을 쓴다. 유화 붓은 좀 거칠다. 거기에 조금 더 거칠게 하려고 칼로 붓끝을 '삐죽삐죽' 잘라 사용한다. 작가는 이것을 '갈필 붓'이라고 부른다.

[선화랑 정우범 판타지아 개인전 작품]


작가는 미리 물을 뿌려서 불려 놓은 아르슈지에 수채 물감을 그대로 붓에 찍어 바른다. 보통은 물과 물감을 섞어서 바르지만, 물감을 붓에 묻혀서 두들기면서 바른다. 그것이 스트로크 기법이다.

이런 작업을 거친 작품은 마치 피부 속의 모세혈관처럼 물감이 아르슈지에 침습되고, 완전히 흡착돼서 물감이 들러붙는다.

원혜경 선화랑 대표는 "정우범 작가의 작품은 그만의 독특한 기법으로 수채화지만 유화 느낌이 나고 좀 더 중후하게 다가온다" 며 "수채화라는 것을 감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여기에 농담의 효과를 주기 위해 소위 '플러스'와 '마이너스'라고 불리는 효과를 더 준다. 플러스는 붓을 더 두들겨서 덧칠해주는 거고, 마이너스는 좀 더 번짐을 내기 위해서 물을 뿌려 주는 것이다.

이러한 기법으로 작가는 기억에 의해 해체하고 조합한 반추상의 풍경화를 만들어냈다. 거기에 전체 공간 속에 여백을 살려내어 좀 더 시원하고 여유로운 화면을 선사한 것이 이번 전시 작품의 특징이다.

좀 더 재미있는 요소로는 화면 안에 숨은그림찾기처럼 새겨진 글씨, 행복·소망과 같은 희망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봄꽃들이 만개하기 시작한 5월,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상상의 꽃을 보려면 인사동으로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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