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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산되는 '차이나 포비아'

김중근 기자입력 : 2017-09-24 08:00수정 : 2017-09-24 08:00
기술력·차이나 머니·일대일로… 中 전방위 공세에 세계가 '충격과 공포' 4차 산업혁명 핵심 ICT 기술력 급성장… 막강 자본력 앞세워 경쟁사 인수·합병 일대일로 프로젝트 통해 세계 영향력 확대… 한국은 사드 보복으로 中서 이중고
# 우리나라가 차지하고 있던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왕좌를 올해 중에 중국에 빼앗길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IT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대만의 위츠뷰는 이달 초 전 세계 대형 LCD 패널 생산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35.7%를 기록하며 사상 첫 1위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했다.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왔던 한국은 지난해 34.1%에서 5.3%포인트 줄어든 28.8%에 머물면서 왕좌 자리를 내주게 됐다. 한국은 이제 LCD 분야에서 중국, 대만(29.8%)에 이어 3위가 된다.
 

[그래픽=임이슬 기자]



# 세계 규모의 박람회장에 가보면 중국 제품으로 넘쳐난다. 독일 베를린에서 이달 초 열린 ‘국제가전박람회(IFA) 2017’도 마찬가지였다. 전체 참가기업 1600여 곳 중 40%가 넘는 650여 개 기업이 중국 기업이었다. 물량 총공세다. 단순히 숫자만 많은 것이 아니라 하이얼, TCL, 하이센스, 창홍 등 중국 대표 가전·IT 기업이 대부분 참가했다.

# 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우리 조선업계에 최근 비보(悲報)가 날아들었다. 프랑스 컨테이너 선사 ‘CMA CGM’가 발주한 2000TEU급 컨테이너선 9척의 계약을 중국 조선소가 따냈다는 소식이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한국의 조선 빅3가 모두 입찰에 참여했지만 고배를 마신 것이다. 중국 조선소가 발주 계약을 따냈다는 것은 해외 선사들까지 중국의 선박 건조 기술력을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반기 메가 프로젝트로 큰 관심을 모았었기에 세계 조선업계에는 큰 충격이었다.

13억 인구 대국인 중국의 세계를 향한 ‘진격’이 속도를 내면서 ‘차이나 포비아(China phobia·중국 공포증)’가 확산되고 있다. 심리학적으로 공포증은 두려워하고 고민하며 불안을 느끼는 증상을 말한다. 중국이 이제 그만큼 위협적인 존재가 됐다는 의미다.

차이나 포비아의 기저에는 미국과 더불어 G2(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두 나라라는 의미)로 불릴 정도로 커진 중국의 국력이 있다. 25년 전 한중 수교 당시 한국과 1:1 수준이었던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지금은 1:8 정도로 커졌다. 이 중국이 지금 세계를 향한 전방위 싹쓸이식 공세를 펼치고 있다.

커진 국력을 기반으로 한 중국의 공세는 크게 세 가지 범주로 나뉜다. 세계가 놀랄 정도로 급격히 발전하는 기술력, 차이나 머니(중국자본)를 앞세운 무차별적인 기업인수합병(M&A) 추진 등 자본과 물량 공세, 중국의 부흥을 꿈꾸는 중국몽(中國夢)과 신 실크로드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등 중국 정부의 강력한 정책 추진이 그것이다.

◆깜짝 놀랄 中 기술력 성장에 세계가 ‘긴장’

먼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기술력은 세계의 경쟁자들을 긴장시키고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기에 충분하다. 중국은 ICBM으로 불리는 IoT(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을 비롯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첨단산업에서 앞서나가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제 ‘정보통신기술(ICT) 성지’로까지 불릴 정도다.

첨단 기술이 기반 되어야 실현가능한 민간항공기와 항공모함, 초고속 열차 제작에서부터 안면인식 기술, 핀테크, 공유경제에 이르기까지 하나같이 위협적이다. 한국의 조선 빅3도 선박 수주에서 번번이 중국에 빼앗기고 있다.

4차산업혁명의 상징인 드론 분야에서도 이미 중국은 최고 강자다. 중국의 드론 제조사 DJI는 세계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다. 중국은 날고 한국은 기고 있는 모양새다.

AI(인공지능) 분야에서도 중국의 기술력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AI칩 유니콘 기업도 중국에서 탄생했다. 캄브리콘테크놀로지라는 회사로 알리바바 창업투자와 레노버 창업투자 등으로부터 1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유니콘 기업이란 1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스타트업을 말한다.

글로벌 컨설팅기업인 BCG는 중국과 미국의 AI산업을 비교하며 중국을 ‘기술 드라이브형’이라고 표현했다.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며 미국을 추격하고 있다는 것이다. BCG는 또 중국 AI산업의 성장 비결이 많은 인구와 인재, 자본과 인프라 등이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인터넷 분야에서도 이미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고 BCG는 평가했다. BCG는 이와 함께 바이두, 텐센트, 알리바바 등 인터넷 3대 기업이 광범위한 생태계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많은 업종에서 새로운 공룡을 육성하고 있는 구조라고 진단했으며, 전자상거래와 인터넷 금융의 점유율은 미국보다 현저하게 높다고 분석했다.

◆차이나 머니, 물량 공세에 세계가 ‘공포’

거대한 차이나 머니를 통한 물량 공세가 가공할 위력을 내뿜고 있다. 중국이 진출하면 분야를 막론하고 시장이 요동친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 차량 공유업체 디디추싱(滴滴出行)이다. 디디추싱은 이달 초 영국 런던에 진출하며 세계 1위인 우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디디추싱이 12%의 지분을 보유해 최대 주주로 있는 유럽 차량공유업체 택시파이(Taxify)는 3000여명의 운전자를 확보하고 지난 5일부터 런던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차량 호출 요금을 내리는 반면 운전자 수입은 오히려 늘려 우버가 선점한 유럽 시장을 흔든다는 전략이다. 택시파이 최고경영자인 마르쿠스 빌리그는 “우리는 우버 운전자 영입을 원한다”며 우버를 노골적으로 자극하기도 했다.

디디추싱은 지난해 우버의 중국 사업을 인수하며 세계 최대 격전지인 안방에서 1승을 올린 바 있다. 현재 영국을 비롯 동남아시아와 인도, 미국 등 세계 각지에서 숙명의 라이벌인 우버를 압박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형 LCD 분야에서 중국이 글로벌 1위 기업으로 등극하게 된 것도 막대한 자본과 범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은 것이다. 앞으로도 어중간한 기술로는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주는 것이 시간문제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 업체들이 TV 패널 생산을 장악해 나가는 상황에서 한국은 프리미엄 제품에 승부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성이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에, LG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라는 차세대 패널에 전사적인 힘을 쏟는 이유다.

중국이 차이나 머니로 세계의 첨단기술 기업과 에너지, 인프라에 이르기까지 핵심산업과 기간산업을 무차별적으로 인수하고 있는 것과 관련, 세계 각국이 강력하게 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3일 중국계 사모펀드인 캐넌브리지의 미국 반도체 회사 ‘래티스 반도체’ 13억 달러 인수 요청 승인을 거부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에서 “지식재산 이전 가능성과 반도체 공급망 등을 고려했을 때 국가안보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승인 거부 이유를 밝혔다.

미국은 지금 차이나 머니의 손과 발을 묶을 궁리에 한창이다. 미국 연방의회에서는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차이나 머니를 규제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초당적 대책 마련에 머리를 맞대고 있다.

이에 앞서 미 국방부는 지난 3월 백악관에 보낸 보고서를 통해 “중국 정부가 인공지능과 로봇 등 첨단기술에 특화한 미국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하라고 중국 기업에 독려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에 첨단기술을 중국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이 없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유럽연합(EU)도 중국 자본의 M&A에 제동을 걸고 있다. 유럽연합이 외국 자본 유입에 대한 심사 강화에 나선 것도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EU 회원국들은 외국자본의 유럽 기업 M&A 시도가 우려스럽다고 판단될 경우 EU 집행위원회에 심사를 요청할 수 있다.

영국의 유력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EU는 에너지·인프라스트럭처 등 핵심 산업을 외국자본의 유입으로부터 보호할 것”이라며 “이는 유럽에서 공격적인 M&A를 벌여온 중국 기업을 겨냥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유럽연합에서 해외자본 유입 심사 강화를 주도하고 있는 사람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다. 그의 주 전공이 M&A였다. 여기에 지난해 최대 산업용 로봇 업체인 쿠카를 45억 유로에 중국 가전업체 메이디(美的)에 인수당한 뼈아픈 경험을 한 독일도 해외자본 심사 강화를 주장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철도와 항만 등 기간산업에서 중국 자본을 환영하던 호주에서도 최근 들어 인수불허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중국 자본이 호주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기간산업을 급속도로 잠식해오자 태도를 바꾼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세계 최대, 세계 최고’가 된 중국의 거대한 자본 투자 유혹을 완전히 뿌리칠 수도 없다는 것이 딜레마다.

◆‘일대일로’ 통해 세계 영향력 키워

중국은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제창한 신 실크로드 전략인 일대일로를 통해 연선 국가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일대일로는 중국과 중앙아시아, 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One belt)와 중국과 동남아시아, 유럽,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One road)를 뜻하는 말이다. 중국의 서진(西進) 정책이다. 동아시아를 포함해 중앙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 등 중국 서쪽에서 패권을 거머쥐겠다는 야망이 깔려 있다.

우리나라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여파로 유통업계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이마트에 이어 롯데마트까지 전격적인 철수를 결정했다. ‘차이나드림’이 ‘악몽’으로 끝난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떠날 수도 없는 입장이어서 속만 끓이고 있다. 우리 수출의 뼈대인 IT 분야도 중국이 언제 꼬투리를 잡을지 알 수 없어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중국은 세계 1위 분야가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포춘 500대 기업 중 중국 기업이 5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거대한 공룡이 됐다. 부강하고 위대한 중국을 만들겠다는 중국몽(中國夢)이 현실화되고 있다.

지금 세계는 ‘차이나 포비아’로 신음하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차이나 만성피로증후군’ 증상도 보인다. 안타까운 사실은 현재로선 마땅한 치료제가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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