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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진칼럼] 한반도비핵화 유지해야 하나

강영진 초빙논설위원입력 : 2017-09-12 20:00수정 : 2017-09-12 20:00
강영진칼럼
 

     [사진=강영진 초빙논설위원]


한반도비핵화 유지해야 하나

강영진 초빙논설위원

북한의 수소폭탄 핵실험 성공을 계기로 한국의 핵무장 문제가 '눈썹을 태우는' 화두(話頭)가 됐다. 미국의 상원 군사외교위원장 매케인이 주한미군에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됐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야당은 물론 여당과 군 당국의 일부에서 전술핵 재배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요 언론매체들에서도 이에 동조하는 의견이 집중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는 전술핵 재배치를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가장 큰 명분은 ‘한반도 비핵화’를 포기할 수 없다는 것.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다고 해서 우리까지 보유하면 북한의 비핵화를 설득할 명분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 밖에도 청와대는 중국과 러시아의 강한 반발 등 여러 부작용을 우려하는 듯하다.
여론은 압도적으로 전술핵 재배치 찬성에 기울어져 있다. 전술핵 재배치가 북한의 핵공격 가능성을 크게 억제해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최소한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으로 크게 불안해진 심리를 안정시키는 효과만큼은 충분해 보인다.
전술핵 재배치를 둘러싼 논의가 이처럼 활발해진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몇 년 전부터 정치권이나 일부 군 출신 인사들이 간간이 한국의 핵무장 필요성을 제기하고 그것이 어렵다면 전술핵 재배치라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엔 크게 다른 분위기다.
그러면 과연 전술핵 재배치는 정말 필요할까. 재배치 주장의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공포의 균형론’이 있다. 절대적 전략무기인 핵무기를 상대할 수 있는 무기는 핵무기뿐이라는 주장이다. 이 점은 냉전시대 미·소 사이에 이른바 ‘상호확증파괴전략’으로 효과가 입증됐다.
그보다 더 주목받는 주장은 미국이 과연 서울과 로스앤젤레스를 맞바꿀 수 있느냐는 의구심이다. 이는 북한이 미국에 직접 핵공격을 위협하면서 한국에서 손을 떼라고 할 때 전술핵이 그런 위협을 상쇄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연결된다. 실제로 북한은 수소폭탄 실험 이후 노골적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한반도에도 이런 주장이 적용될까. 한·미가 채택한 ‘확장억제전략’은 한반도 주변에 배치된 핵무기를 포함한 막강한 미 군사력으로 북한의 어떤 위협으로부터도 한국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결국 전술핵 재배치 문제는 실질적인 군사적 의미를 갖기보다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으로 자극된 불안감을 가라앉히는 의미가 더 커 보인다. 따라서 한반도 비핵화 정책을 훼손하면서까지 전술핵을 재배치할 필요가 없다는 청와대 입장은 최소한 논리적으로는 타당해 보인다.
문제는 한반도 비핵화론 유지 입장이 국민들의 안보 불안감을 가라앉히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나아가 안보불안감을 진정시키지 않고선 정부의 어떤 대내·대외 정책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다른 묘책이 없다면 정부는 결국 한반도 비핵화 입장을 포기 내지 수정해야 할지 모른다.
남북한이 1991년에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북한의 일방적 파기로 이미 폐기된 지 오래된 문건이다. 그런데도 진보든 보수든 역대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 정책을 유지해왔다. 최소한 북한의 핵무기 개발 완성이 가시화되기 전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북한이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하고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작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는 현재도 한반도 비핵화 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의미가 있고 가능할 수 있을까.
한반도 비핵화 정책은 비핵화를 통해 평화를 정착시키고 나아가 통일을 이룰 수 있다는 비전 아래 만들어진 것이다. 1991년은 북한이 조만간 곧 붕괴해 통일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던 시기였다. 따라서 한반도비핵화 정책은 당시 시대 상황에 맞았다. 그러나 지금은 평화 정착이나 통일 비전보다 우리의 안위를 지키는 것이 더 시급해진 상황이다. 어떤 정책도 시대 상황을 무시하고 지속될 수는 없다.
전술핵 재배치 논의가 급진전하는 배경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결의안 채택을 위해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한 미국의 의도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사실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주한미군 전술핵 재배치는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다.
국내의 핵무기 개발능력은 6개월이면 100kt 규모의 핵무기를 개발할 정도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일본은 이보다 훨씬 짧아 3주면 가능하다고 한다. 다시 말해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은 기술적 어려움보다는 국제정치적 환경이 더 큰 억제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개발이 최종 완성되고 북한의 대남·대미 핵위협이 한층 노골화되면 전술핵 재배치 주장은 한순간에 독자적 핵무장 주장으로 바뀔 수도 있다. 이는 핵확산방지체제로부터 이탈을 전제로 하며 그에 따른 엄청난 희생이 뒤따를 위험성이 아주 크다. 그럼에도 우리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 그것뿐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는 것이 정부와 국민 모두에게 주어진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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