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김정남 암살로 본 동남아에서의 한국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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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22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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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이자 김정일의 장자인 김정남이 지난 14일 이국만리 타국에서 암살당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제2국제공항에서 북한 공작원으로 추정되는 괴한에 의해 피살되었고 국내외 뉴스는 누가 김정나 피살 배후에 있는지 연일 앞 다퉈 보도하고 있다.

암살의 핵심인물로 추정되는 인물들은 이미 말레이시아를 빠져나가 북한으로 돌아갔고, 주 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가 말레이 당국의 수사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며 남한과의 연루설을 주장해 북-말레이시아 간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북한과 말레이시아 간 갈등을 틈타 우리 외교당국도 대(對) 말레이시아 외교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강정숙 정치부 외교·안보팀 기자 [사진= 아주경제 DB]

하지만 우리는 뭔가 혼동하고 있는 듯하다. 남북대치라는 상황 속에서 말레이시아에서 벌어진 북한의 '백두혈통' 암살 사건을 마치 우리가 테러라도 당한 듯 한 반응이다.

심지어 혹자는 1983년 미얀마 아웅산 묘지 폭탄 테러와 비교하면서 말레이시아에서의 김정남 암살사건을 보고 있다.

아웅산 묘지 폭탄 테러는 한국 사람들이 북한 공작원에 의한 희생사건이었다. 이번 사건과는 명확히 다르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이재현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의 외교를 포함한 언론들까지도 이 부분을 명확히 인지하고 일정한 선을 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말레이시아 입장에서 보면 이 사건은 북한에 의한 북한 국민이 말레이시아에서 살해된 건이라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활용해 동남아에서 북한의 활동을 억제하기 위해 동남아 국가들을 세게 압박할 좋은 기회를 맞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의 대 동남아 외교력을 생각해보면 심사숙고할 부분이다.

아울러 자칫 어불성설 하는 주 말레이시아 북한 대사의 한국-말레이시아 연류 설에 힘을 실어주는 꼴이 되기 십상이다.

이 연구위원은 "이번 사건 수사의 추이나 관련된 움직임에 대한 정보 파악에는 적극적이어야 하겠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동남아 국가들을 북한 관련 사안으로 강하게 압박하려 한다거나 지나치게 간섭하려 한다면 큰 외교적 실수를 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번 사건으로 말레이 당국은 현재 매우 당혹스러운 상태다. 치안 관련 국가 이미지도 큰 타격을 입었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도 자국민 연루로 인해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동남아 국가를 압박하려 든다면 자존심 강한 동남아 국가로부터 반발을 불러 올 수 있다. 북한에 대한 압박은 고사하고 한-아세안 관계까지 망칠 수 있다.

특히 그동안 4강(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외교에만 혈안된 우리의 외교 현주소에 대한 각성이 필요하다.

우선 지정학적으로 아세안 국가는 세계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G2(미국·중국)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접점에 위치해 있다.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정책과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가 맞서는 지역이다. 그래서 G2는 남중국해 문제 등의 현안을 유리하게 이끌고 가기 위해 이들 국가를 잘 '구워삶고' 있지 않은가.

한국-동남아-북한의 삼각관계에 대해서 한국은 동남아 국가들과 어떤 우호적인 관계를 잘 이끌어 내 동남아에서의 한국 입지를 더 넓힐 궁리를 해야 할 때다.

아세안 10개국은 2015년 말 아세안공동체(ASEAN Community)를 선언하고 실질적 공동체 건설을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정치, 안보 분야에서 협력 강화, 경제적 통합, 사회문화적 공통 정체성 건설을 목적으로 한다. 아세안 안에서도, 한-아세안 간에도 인적 이동과 교류는 증가할 것이다. 아세안 내 인적 이동이 더 활발해지면서 아세안내 초국가적 범죄 관련 네트워크도 더욱 확산될 수 있다. 북한이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이 동남아 초국가적 범죄 네트워크를 이용할 기회도 따라서 늘어난다.

따라서 우리 자국민의 안전과 중국시장을 대체할 만한 아세안 시장을 노리는 우리기업들의 영역 확장에도 한계가 온다.

우리도 '아세안센터' 등이 운영되는 등 대 아세안 외교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변적이고 커다란 이 지역을 하나의 틀로 묶어 너무 쉬운 외교를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번 김정남 피살을 계기로 동남아에서 북한 문제를 다루는 우리의 태도가 아세안 지역에서의 우리의 입지를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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