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내다보고 한 결정인데... 멕시코 공장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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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10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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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멕시코 공장 전경. [사진=기아차 제공]


아주경제 유진희·윤정훈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압력이 나날이 지속되며 국내 기업들의 ‘속앓이’마저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 진출의 교두보로 멕시코를 선택했던 기업들은 향후 행보에 대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멕시코·캐나다와 맺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오는 5월 재협상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삼성을 비롯한 미국에 진출해 있는 국내 기업에 대해 공장을 이전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당장 북미자유무역협정의 재협상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대로 멕시코산 제품에 35% 관세를 매길 경우 현지에 진출해 있는 국내 기업이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현재 멕시코 진출해 있는 국내 기업은 180여곳이며, 연매출은 약 220억달러(약 25조7000여억원)에 이른다.

◆대기업들 멕시코 공장 향후 운영 방향 두고 고심
9일 업계에 따르면 멕시코에 진출해 있는 국내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들이 현지 공장의 향후 운영 방침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북미자유무역협정으로 인한 멕시코 생산품에 대한 미국 수출의 무관세 △멕시코 정부의 외국 기업에 대한 지원 정책(산업용 전기요금 인하, 각종 융자 정책, 자문 서비스 등) △미국 등 북미로 수출하는 제품의 물류비 절감 등의 이점으로 인해 멕시코에 현지 공장 건설 등 최근 투자를 늘려왔다.

실제로 한국수출입은행의 자료에 의하면 현지에 진출한 국내 제조업체들의 투자금액은 2013년 5억달러에서 2015년 89억 달러로 2년 새 1680%가 증가했다.

이 같은 기업들의 투자 전략이 트럼프 정부가 들어들면서 제대로 효과를 누리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멕시코에 투자한 대부분의 기업이 북미 수출을 염두에 두고 투자에 나섰으나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로 차질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 내 수출 물량을 대부분 멕시코 공장에서 조달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방안까지 선택지에 넣고 고심하고 있다.

기아자동차도 지난해 5월부터 멕시코 공장에서 연 20만대 규모의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향후 연 40만대까지 늘릴 계획이었으나, 북미 전략이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장부품 업체인 LS오토모티브는 미주 수출량 증가에 맞춰 2018년부터 공장 가동을 목표로 멕시코 투자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현재 관련 계획을 잠정 보류한 상태다.

이밖에도 이들업체에 부품을 조달하기 위해 최근 공장을 건설했던 포스코, GS칼텍스, SKC, 한화첨단소재, 효성, 현대제철, 현대모비스 등도 적지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현지 진출 80~90% 중견·중소기업 “우리도 힘들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을 보고 현지에 진출한 중견·중소기업들도 수두룩하다는 점이다. 당장 어느 정도 사태를 관망하며 버틸 수 있는 대기업과 달리, 중견·중소기업들은 곧 한계점이 다다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멕시코에 진출해 있는 국내 기업은 120여개로 추정되며, 이 중 80~90%로 중견·중소기업이다.

기아차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A 중견기업 관계자는 “관세가 강화된다면 가격 부담을 안게 돼 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이나 아직 구체적인 방안 마련은 못했다”며 “기아차의 현지 진출에 맞춰 들어왔으나 기아차 공장이 아직 완전히 운영을 못하고 있어서 그 여파가 있다”고 호소했다.

멕시코에 공장이 둔 B 중견기업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 업체로 수출을 염두에 두고 진출했는데, 관세 부과가 된다면 멕시코 로컬 업체와 거래에 주력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외에도 한국중견기업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중견기업의 30%가 넘게 트럼프 정부 트럼프 정부의 북미자유무역협정 및 한·미FTA 재협상 가능성으로 인해 피해를 볼 것으로 조사됐다.

반원익 중견련 상근부회장은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강력한 보호무역주의가 현실화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활동이 커다란 위협에 직면했다”며 “정부는 경제와 외교 컨트롤 타워를 만들고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는 길어야 8년이지만 기업이 한 나라에 신규 공장을 설립하는 것은 수십년을 내다보고 결정한다”며 “현 상황에서 기업들이 해법을 쉽게 찾지 못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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