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진보의 초상, 심상정號가 구할까…정의당 ‘역할론’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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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7-31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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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정의당 대표 [사진제공=심상정 국회의원실]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예상을 비껴갔다. ‘원내 5석’의 힘없는 정당. 원내 교섭단체 구성 요건 미달로 국회 이슈에서 번번이 밀려난 ‘아웃사이더.’ 10년 넘게 반복된 ‘노(노회찬) vs 심(심상정)’ 대결 구도. 한때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를 꿈꿨지만, 실현 여부는 제로에 가까웠던 이념정당. 진보의 재구성에 대한 기대감은 바닥을 쳤다. 언제나처럼 제1야당의 ‘비판적 지지’의 희생양으로 전락할 운명이었던 정당. 그런데 심상치 않다. 정의당 심상정호(號) 얘기다.

◆진보의 공멸 속 출범한 심상정號…‘명망가 의존현상’ 끊을까

심각한 위기감 속에서 치러졌다. 한때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였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떠난 상황이다. 지난 10여 년간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 등을 거치면서 ‘NL(민족자주파) vs PD(민중민주파)’라는 낡은 운동권 이념 논쟁을 일삼았던 진보진영의 한계가 또다시 드러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10년간 계속된 기대와 실망이 반복될 때쯤 제3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경선이 실시됐다.

‘천호선 체제’를 거치면서 당 자원은 이미 고갈된 상태였다. 예측 가능한 ‘노·심’ 구도에 대한 비판적 시선도 적잖게 부담됐다. ‘2세대 진보정치’를 들고나온 조성주 후보가 ‘노·심’ 구도에 작은 균열을 일으켰지만, 보완재에 그쳤을 뿐 ‘대체재’로 자리매김하지는 못했다.

당 한 관계자는 당시 “당 자원이 부족한 정당이다 보니까 선거 때마다 ‘노·심’의 개인기에 의존하는 게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라면서도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이들 ‘투톱’의 역할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노·심’ 역할론의 당위성을 주장했지만, 소수정당 내 흔히 있는 ‘명망가’ 의존 현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31일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갤럽’의 7월 마지막 주 정례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결과에 따르면 정의당 지지율은 5%를 기록했다. 지난주 대비 2%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제3기 지도부 선출에 따른 컨벤션효과(정치적 이벤트 이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이 끝난 셈이다.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참여정부 시절 때인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 지지율이 20%를 웃돌면서 ‘진보집권플랜’을 준비했던 당시 민주노동당은 일심회 사건을 기점으로, NL과 PD가 정면충돌했다. 2007년 대선에서는 NL의 지지를 받은 권영길 후보가 3%대의 저조한 득표율로 참패했고, 이후 ‘심상정 비상대책위원회’의 혁신안이 부결되면서 PD계열이 당을 뛰쳐나와 진보신당을 창당했다.

하지만 그들의 독자적 진보정당 구축은 실패로 돌아갔다. 2008년 총선을 시작으로,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소수정당의 한계를 드러냈다. 특히 야권연대를 거부한 6·2 지방선거에서는 ‘분열의 원흉’이란 낙인이 찍혔다. 그 자리는 ‘이정희(전 대표) 체제’를 출범시킨 민주노동당이 꿰찼다. ‘유시민·천호선’ 등이 만든 국민참여당 역시 유 전 장관의 경기도지사 실패를 시작으로, 재·보궐선거에서 잇따라 석패하면서 변방으로 밀려났다.

◆만만찮은 심상정號 컨벤션…독자적 진보정당 구축이 관건

2012년 총선 직전 ‘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진보신당 탈당파(통합연대)’가 3자 원샷 통합을 꾀하면서 진보의 재구성에 박차를 가했으나, 이내 불거진 비례대표 부정경선 사태로 진보진영은 완전히 ‘정치적 미아’로 전락했다.

극한 위기감 속에서 태동한 정의당. NL 내 인천연합과 참여계, 진보신당 탈당파 등 이념과 노선이 사뭇 다른 이들이 한데 모였다. 혹자는 ‘진짜 진보의 탄생’이라고 극찬했고, 다른 누군가는 이념과 노선이 아닌 경기동부연합과의 진보 주도권 확보를 위해 만든 ‘급조된 1회용 정당’이라고 비판했다.

존재감은 미약했다. 2012년 대선 땐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를 지지하며 심 대표가 중도 사퇴했고, 지난해 7·30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선 야권 단일후보로 나선 노회찬 후보 지원에 당력을 모두 쏟았지만, 역시 2%가 부족했다. 한 관계자는 “당시 밤새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런 가운데 ‘천호선 체제’가 당의 안정화를 이룬 뒤 심상정호가 출범했다. 최대 과제는 의원권력 교체와 정권교체다. 쉽지만은 않다. ‘87년 체제’의 한계인 영·호남 지역구도 탓이다. 

다만 정국 화약고로 떠오른 선거구제 개편, 교섭단체 완화, 노동시장 개혁,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 등 야권 호재 이슈가 즐비, 경우에 따라 야권발(發) 정계개편의 종속변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정의당 산하 노동시장개혁 똑바로 특별위원회(위원장 정진후)는 3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국회 내 사회적 대화기구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진보 의제 쟁탈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셈이다. 

변수는 당의 두 자릿수 지지율이다. 이날 공개된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갤럽’의 7월 마지막 주 정례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결과에 따르면 정의당 지지율은 5%였다. 지난주 대비 2%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제3기 지도부 선출에 따른 컨벤션효과(정치적 이벤트 이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가 끝난 셈이다. 새누리당은 40%, 새정치민주연합은 22%를 각각 기록했다. 

컨벤션효과가 아닌 혁신을 통해 대중적 진보정당, 수권정당으로 발돋움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의당은 내달 중으로 △청년리더십위원회(가칭) △시민정치위원회(가칭)를 구성, ‘2세대 진보정치’를 위한 힘찬 시동을 걸 계획이다. 심 대표의 영원한 동지이자 경쟁자인 노회찬 전 대표에게도 역할을 부여, 차기 총선에서 파급력을 끌어올릴 예정이다. 정의당의 역할론은 정의당 내부 혁신에 달렸다는 얘기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 [사진제공=심상정 국회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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