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당국 어디갔나…최경환 경제부총리 입만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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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9-2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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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진웅 timeid@]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한국은행이 통화당국으로서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그래픽=김효곤기자 hyogoncap@]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경기부양 정책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나서면서 잇따라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을 역설하는 등 사실상 통화정책까지 좌지우지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미 시장의 눈길은 온통 최경환 부총리의 입에만 쏠려 있는 실정이다. 이렇다보니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최경환 경제부총리에게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 부총리는 최근 들어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에 대해 연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작 통화정책을 관장하는 이주열 총재의 목소리는 최 총리의 광폭 행보에 묻혀 별다른 반응이 없는 실정이다.

이에 한국은행이 통화정책 결정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잃어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시에 최 부총리가 통화당국의 역할까지 과도하게 침범하면서 또다른 형태의 관치금융을 자행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앞서 최 부총리는 지난주 호주 케언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이주열 총재와 와인을 마시며) 금리의 '금'자 얘기도 안 했지만 '척하면 척'이다"라며 우회적으로 금리 인하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였다.

최 부총리가 통화정책에 대해 왈가왈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취임 이후 줄기차게 통화정책 완화를 대내외적으로 강조하며 한국은행에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도 자체적인 판단에 따른 결정이라기 보다는 정부의 강력한 경기부양 의지에 보조를 맞추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경제부총리의 입김이 금리 인하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얘기다.

A증권사 연구원은 "이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를 발표하면서 실질적인 경기부양 효과보다 경제 주체의 심리 활성화를 강조한 것으로 보면 한국은행의 정책적 판단보다는 정부의 압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 부총리와는 대조적으로 통화당국의 수장인 이 총재는 계속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 상황에 따라 통화정책을 결정하겠다는 원칙론만 반복할 뿐이다.

이미 시중 금리 역시 최 부총리의 발언에 따라 반응하고 있다. 최 부총리가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면서 국내 채권금리가 일제히 떨어진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2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일대비 0.02%포인트 떨어진 연 2.35%를 기록했다. 국고채 5년물, 10년물 금리 역시 하락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통화정책 방향까지 좌우하려는 최 부총리의 행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이 총재가 휘둘리는 것도 문제지만 최 부총리가 과도하게 선을 넘어선 감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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