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접종 피해로 장애 일시보상금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추가 진료비 지급을 모두 거부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보상금 지급 전에 발생한 진료비와 이후 질병이 재발·악화해 필요한 적극적 치료비까지 보상 대상에서 제외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고(故) 전모씨가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낸 추가 진료비 지급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질병청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전씨는 2014년 10월 경기 용인시의 한 보건소에서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받은 뒤 급성 마비성 질환인 길랑-바레 증후군을 진단받았다. 입원치료를 받았지만, 이듬해 6월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같은 해 9월 예방접종 피해 보상을 청구했다가 거부당한 전씨는 소송을 제기해 2021년 2월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질병청은 그해 5월 장애 일시보상금과 2014년 10월부터 2015년 7월까지의 진료비·간병비 등 총 3억2578만여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발생한 치료비 등은 보상에 반영되지 않았다. 전씨는 2021년 9월 진료비 1억3618만여원과 간병비 1억90만원의 추가 지급을 요청했지만, 질병청은 다음 달 이를 거부했다. 장애 일시보상금을 받은 경우 진료비를 지급하지 않도록 한 감염병예방법 시행령 29조 1호 가목 단서가 근거였다.
전씨가 다시 소송을 내면서 쟁점은 해당 시행령 조항의 효력과 진료비 지급을 제한할 수 있는 범위로 모였다.
1·2심은 시행령 조항이 상위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 무효라고 판단했다. 감염병예방법이 대통령령에 맡긴 것은 보상금의 지급기준과 절차 등이지 법률에 없는 지급 제한 사유를 새로 정할 권한까지는 아니라는 이유였다.
대법원도 지급 거부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결론은 유지했다. 다만 시행령 자체가 무효라는 하급심 판단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해당 조항을 장애 일시보상금 지급 이후 발생하는 '보존적 치료에 관한 진료비'의 중복 지급을 제한하는 규정으로 해석했다. 장애 일시보상금에 이 비용이 이미 포함돼 있다고 볼 수 있어 이 같은 범위에서 지급을 제한하는 것은 적법하다는 것이다.
반면 일시보상금을 받기 전에 발생한 진료비나 지급 이후 질병이 재발·악화해 필요한 적극적 치료비까지 제한할 수는 없다고 봤다. 보상금 수령 여부만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진료비가 발생한 시점과 치료의 성격을 구분해야 한다는 의미다.
대법원은 질병청이 전씨의 보상금 수령 전 진료비와 수령 후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는 적극적 치료비 지급을 일률적으로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지급해야 할 부분만 따로 가려 취소하기 어려운 만큼 거부 처분 전체를 취소해야 한다고 봤다. 이번 판결은 추가 청구액 전액의 지급을 명한 것이 아니라 지급 거부 처분의 위법성을 확정한 것이다.
전씨는 항소심 선고를 앞둔 2024년 6월 숨졌다. 이후 상속인들이 소송을 이어받아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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