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 체육시설 안전관리 곳곳 '구멍'…"고척돔 보강부 지지력 부족"

  • 직장체육시설 2500여곳, 9년간 점검 대상서 누락

  • 잠실·인천문학·전주월드컵경기장도 구조 결함 방치

  • K팝 공연 티켓, 신고 인원보다 최대 70% 더 팔아

감사원 전경 사진감사원
감사원 전경. [사진=감사원]

수만명의 관람객이 몰리는 주요 체육시설에서 지붕 구조물의 지지력 부족과 철근 부실 시공, 소방·대피 설비 미비 등 안전관리 허점이 무더기로 확인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전국 2500여개로 추정되는 직장체육시설을 9년 동안 안전점검 대상에서 누락했고,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실제 점검을 하지 않고도 시설 상태를 '양호'로 입력했다.

감사원은 2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다중이용 체육시설 안전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중간 발표했다. 감사원은 문체부와 지자체 등을 대상으로 체육시설의 구조 안전성과 소방·대피시설, 수질 및 공기질 관리 실태 등을 점검했다.

감사 결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는 보강공사를 마친 지붕 철골 트러스 연결부조차 구조적으로 불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설공단은 2024년 6월 지붕 트러스 연결부 466개 가운데 23개에서 허용 시공 오차를 크게 초과하는 꺾임을 확인했다.

공단은 이듬해 정밀 안전 진단에서 트러스 양쪽을 보강해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받았지만 시공사 의견에 따라 한쪽만 보강했다. 감사원이 전문기관에 구조 안전성 검토를 의뢰한 결과 보강된 연결부에 발생하는 응력이 391∼466㎫로, 구조물이 견딜 수 있는 항복강도인 292㎫보다 높아 지지력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잠실종합운동장 리모델링 사업에서도 지붕 구조물의 중대한 결함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2021년 정밀 안전 진단에서는 지붕 캔틸레버 부재 241개 중 75개의 지지력이 부족하고, 이 가운데 42개가 사용 금지가 필요한 E등급으로 판정됐다.

하지만 서울시는 풍동시험을 하지 않은 채 개방 조건의 풍압보다 낮은 값을 적용해 지붕 구조가 안전하다고 판단하고 보강 없이 5182억원 규모의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했다.

인천문학경기장 야구장에서는 지붕을 지지하는 철골 트러스의 손상이 2021년 1개에서 2024년 50개로 늘어났다. 인천시는 프로야구단의 홈구장 이전이 예정된 2028년에 보강공사를 하기로 하고, 2025년과 올해 안전점검에서는 해당 부재를 보수할 필요가 없는 '양호' 상태로 평가했다.

전주월드컵경기장은 2016년 기둥 브라켓의 철근 부족 시공이 확인됐지만 균열이 발생한 89개만 보강하고 나머지 300개는 별도 점검 없이 방치했다. 감사원이 이 가운데 25개를 표본 조사한 결과 24개에서 철근 부족 시공이 확인됐고, 13개는 지지력도 부족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2022년 정밀안전진단 당시 경기장 내부에 설치된 120톤 규모의 불가마 시설 하중을 반영하지 않고 구조 안전성을 검토했다. 감사원이 불가마 하중을 반영해 재검토한 결과 하부 보의 지지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점검 체계 자체도 허술했다. 문체부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면서 근로자 500명 이상 사업장에 설치된 직장체육시설 약 2500곳을 점검 대상에서 제외했다. 마포구 등 2개 지자체는 최근 3년간 체육시설 안전점검을 실시하지 않았고, 공주시는 간이운동시설 279개를 점검하지 않고도 관리시스템에 '양호'로 입력했다.

안전점검 대상에서 빠졌던 포항의 한 축구장에서는 벽체 균열 등 7개 결함이 발견됐지만 보수 없이 방치됐다. 감사 종료 후인 지난 8월에는 이 경기장에서 천장 석재 조각이 떨어져 관객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해 K리그 경기 개최가 중단되기도 했다.

화재 대응 설비도 미흡했다. 고척스카이돔과 서울월드컵경기장, 장충체육관, 광주의 한 야구장, 전주월드컵경기장 등 5개 시설은 소방설비와 일반 비상설비를 동시에 가동하는 데 필요한 발전기 용량이 최대 729㎾ 부족했다.

관중 대피시간에 관한 국내 기준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영국과 국제축구연맹(FIFA) 등은 관객이 8분 안에 대피할 수 있도록 피난시설 기준을 두고 있지만, 국내 대형 체육시설 25곳 중 20곳은 시설 설치 당시 대피시간을 분석하지 않았다.

고척스카이돔은 대피시간을 임의로 50분으로 정한 뒤 전체 관객 대피에 17∼22분이 걸리는 것으로 분석됐는데도 피난시설 용량이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공연 관객 관리에서도 허점이 드러났다. 2024∼2025년 올림픽체조경기장 등 7개 실내 체육시설에서 열린 공연 33건은 실제 티켓 판매량이 재해대처계획에 신고된 관람예상인원보다 10% 이상 많았다. 초과 판매율은 최대 70%에 달했다.

수영장 수질과 실내 공기질 관리도 부실했다. 감사원이 수도권 수영장 22곳의 수질을 재검사한 결과 용인의 한 수영장에서는 염소투약장비 고장을 방치해 대장균이 기준치 이상 검출됐다. 검사 대상 가운데 9개 수영장에서는 잔류염소 미달 등 수질 부적합 사례가 확인됐다.

고척스카이돔은 공연 특수효과 사용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기준치인 ㎥당 200㎍을 넘어 평균 407㎍까지 높아졌지만 별도의 개선 조치를 하지 않았다. 올림픽체조경기장은 미세먼지 농도가 최대 2209㎍까지 치솟았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로 안전사고 위험요인을 개선할 경우 발생하는 국민 편익을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약 8000억원으로 추산했다고 밝혔다. 문체부와 각 지자체 등은 감사에서 확인된 구조 결함과 수질 문제 등에 대한 사전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

이번 발표는 감사위원회 의결 전 중간 결과로, 기관별 처분 요구와 조치사항을 포함한 최종 감사 결과는 추후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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