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티빙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윤영빈 감독 [사진=티빙]
윤영빈 감독은 '낭만'을 아는 감독이다. 데뷔작 영화 '강릉'(2021)은 개발 바람이 불던 강릉을 무대로 한 정통 한국형 누아르로 낭만을 좇는 길석(유오성 분)과 그 끝을 내다보는 민석(장혁 분)의 엇갈린 운명에 서정을 입혔다.
최근 종영한 티빙 시리즈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는 무대를 조직에서 회사로 옮겼다. 13억원 로또 당첨에도 사직서 대신 출근을 택한 팀장 공은태(이준혁 분)의 이야기다. 장르는 달라도 두 작품은 세상이 요동쳐도 제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강릉'의 낭만이 저물어가는 의리에 있었다면 이번 낭만은 매일 아침의 출근길에 있다.
"카페 사장님 대사 중에 '사람은 상상하면서 현실을 버틴다'는 말이 있어요. 현실은 버겁고 힘들잖아요. 요즘은 주어진 일을 잘 해내고 회사생활을 열심히 하는 가치보다 일하지 않고 돈 버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두는 분위기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자기 중심을 잊지 않고 우리가 해낼 수 있는 일을 잘 해내는 것도 충분히 낭만적이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작품은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윤 감독이 원작에서 발견한 건 '13억원'이라는 숫자가 아니었다. 인생을 뒤바꿀 행운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한 사람의 태도였다. 남의 행운을 나의 이야기로 끌어오는 일, 그것이 각색의 첫 번째 숙제였다.
"로또라는 거대한 행운이 찾아왔는데도 자기 삶의 가치를 지키면서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이 제일 재미있었어요. 처음에는 '로또에 당첨된 사람 이야기가 당첨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재미있을까' 고민했어요. 그 부분을 잘 각색하면 괜찮은 드라마가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죠."
최근 종영한 티빙 시리즈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는 무대를 조직에서 회사로 옮겼다. 13억원 로또 당첨에도 사직서 대신 출근을 택한 팀장 공은태(이준혁 분)의 이야기다. 장르는 달라도 두 작품은 세상이 요동쳐도 제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강릉'의 낭만이 저물어가는 의리에 있었다면 이번 낭만은 매일 아침의 출근길에 있다.
"카페 사장님 대사 중에 '사람은 상상하면서 현실을 버틴다'는 말이 있어요. 현실은 버겁고 힘들잖아요. 요즘은 주어진 일을 잘 해내고 회사생활을 열심히 하는 가치보다 일하지 않고 돈 버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두는 분위기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자기 중심을 잊지 않고 우리가 해낼 수 있는 일을 잘 해내는 것도 충분히 낭만적이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작품은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윤 감독이 원작에서 발견한 건 '13억원'이라는 숫자가 아니었다. 인생을 뒤바꿀 행운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한 사람의 태도였다. 남의 행운을 나의 이야기로 끌어오는 일, 그것이 각색의 첫 번째 숙제였다.

티빙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윤영빈 감독 [사진=티빙]
활자를 영상으로 옮기며 가장 먼저 손댄 건 인물이었다. 로또 당첨은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놓을 수 없는 비밀이다. 소설이라면 지문으로 얼마든지 풀어낼 속내지만 화면 위에서는 그 고민을 받아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사람은 상상하면서 현실을 버틴다'는 대사를 건넨 카페 사장님은 그렇게 탄생했다.
"소설은 감정이나 심리를 지문으로 풀 수 있지만 영상은 그렇게 할 수 없고 내레이션에도 한계가 있잖아요. 그래서 로또 이야기를 실제로 나눌 수 있는 사람으로 카페 사장님을 만들었어요."
영화 문법에 익숙했던 그에게 10부작 드라마 대본은 낯선 언어였다. 영화가 두 시간 안에 모든 것을 압축해야 한다면 드라마는 열 번의 호흡으로 시청자를 붙잡아야 한다. 무엇보다 회차마다 다음 화를 기다리게 만드는 '엔딩'은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했다.
"영화는 대사를 어떻게 압축하고 신을 얼마나 컴팩트하게 만들지를 많이 고민하잖아요. 가장 어려웠던 건 매회 끝날 때 다음 화를 보게 만드는 방식이었어요. 한 번도 안 해봤으니까요. 정말 뼈를 갈아 넣었습니다."
오피스물의 숙명은 무대가 좁다는 데 있다. 칼도 총도 없는 사무실에서 10회 내내 긴장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윤 감독은 해답을 사건이 아닌 사람에게서 찾았다. 주먹이 오가던 '강릉'에서도, 결재 서류가 오가는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에서도 그의 시선은 같은 곳에 머문다.
"저는 사람의 삶이 겉으로 나타나는 양태는 달라도 본질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액션을 찍을 때도 동작 자체보다 때리는 사람과 맞는 사람의 표정과 감정에 더 관심이 있거든요. 회사에서 사건이 벌어져도 그것을 맞닥뜨린 사람들의 감정에 중점을 뒀어요."

티빙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스틸컷 [사진=티빙]
직장 경험이 많지 않은 감독의 작품인데도 회사 생활 묘사가 현실적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윤 감독은 그 공을 배우들에게 돌렸다. 배우들이 저마다 준비해온 소품과 행동 위에 감독은 방향을 더했다.
"배우들이 정말 준비를 잘해줬어요. 제가 주문하지 않았는데도 소품을 준비하거나 자기 행동을 만들어오는 경우가 많았고요. 저는 거기에 제 경험상 이런 방향이 더 좋겠다고 제안하는 식이었어요."
원작과 가장 크게 달라진 지점은 당첨금의 쓰임새다. 원작 속 공은태가 집을 사고 월세를 받으며 돈을 불려간다면, 드라마 속 공은태는 13억원을 품고도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다. 윤 감독은 이 대목에 자신을 대입했다. 돈이 생긴다면 무엇을 해야 행복할까. 그가 내린 답은 의외로 담백했다.
"저한테 대입해보니 제가 돈이 생겼을 때 뭘 해야 즐거운 사람인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편집에서 빠진 대사 중에 '좋은 시계 사니까 일주일 기분 좋고, 좋은 차 사니까 한 달 기분 좋더라'는 말도 있었어요. 돈은 쓰고 나면 잠깐 기분 좋을 뿐 본질적이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공은태도 일단 돈을 쓰게 하지 말자고 생각했습니다."
돈이 물러난 자리에는 '일'이 들어섰다. 작품 속 인물들은 직급과 처지를 막론하고 저마다 제 일에 능숙하다. 서로 날을 세우던 이들이 끝내 다시 마주 앉을 수 있는 것도 결국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공감대 덕분이다.
"저는 노래 잘하는 가수, 연기 잘하는 배우처럼 자기 일을 잘하는 사람을 좋아해요. 양준호가 처음에는 공은태와 사이가 안 좋지만 결국 '이 사람도 일을 열심히 하고 싶은 사람이었구나'를 알게 되고, 정선혁과도 감정을 넘어 다시 대화할 수 있는 건 둘 다 일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 드라마에는 뚜렷한 악역이 없다. 저마다 열심히 살다 보니 입장이 엇갈렸을 뿐이다. 선과 악의 대결 대신 선과 선의 충돌을 택한 것. 어느 한쪽을 손쉽게 미워할 수 없는 이유다.
"처음부터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선과 악이 부딪히면 안 된다는 거였어요. 각자의 선과 선이 부딪히는 이야기였으면 했어요. 상황에 따라 입장이 달라지는 것이지, 누군가에게 처음부터 악한 의도가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으면 했습니다."
화면 곳곳에는 감독이 숨겨둔 장치들도 있다. 소품 하나로 인물의 심리를 은유하고 회차 제목의 색깔에 로또의 흔적을 남겼다. 그는 아직 댓글에서도 발견되지 않은 이스터에그가 있다고 귀띔했다.
"양준호가 혼자 앉아 있을 때 머리 위에 천사링처럼 보이는 오브제를 배치해 넋이 나간 상태를 표현한 장면도 있고요. 두 화마다 제목 색깔이 바뀌는데 로또 공의 번호대별 색을 반영했어요."

티빙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윤영빈 감독 [사진=티빙]
작품이 시청자에게 닿은 이유로 윤 감독은 '이입할 수 있는 얼굴'을 꼽았다. 계약직부터 관리직, 팀장까지. 화면 속 사무실은 저마다의 자리와 사정을 품은 한국 회사의 축소판이다. 시청자들은 그 안에서 자신, 혹은 옆자리 동료의 얼굴을 발견했다.
"계약직부터 관리직, 팀장까지 각자의 서사가 있었기 때문에 자기와 비슷한 캐릭터를 찾을 수 있었던 게 장점 아닐까 싶어요. 사람들이 자기 일의 가치를 조금 더 깨닫고 일하는 태도가 바뀌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각자가 자기 일을 조금 더 소중하게 생각하면 사회도 더 재미있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첫 드라마 연출작을 마친 소회를 묻자 그는 만족을 이야기하면서도 이내 스스로를 경계했다. 잘된 기억에 기대는 순간 무너진다는 것이다. 좋은 반응 속에서도 '망한 사람처럼' 일하겠다는 다짐에서, 13억원을 품고도 묵묵히 출근하는 공은태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당연히 만족해요. 그런데 이번에 잘된 부분을 다음에 더 강화해야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사람이 망한다고 생각해요. 계속 무언가 잘 안 되고 힘든 상황을 염두에 두고, 드라마가 망했던 사람처럼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단단함의 뿌리에는 데뷔작 '강릉'이 있다. 적은 예산과 빠듯한 회차, 열악한 환경 속에서 완성한 첫 작품. 그에게 '강릉'은 아픈 손가락이자 함께한 이들의 자부심이다. 호평과 혹평 사이를 지나며 그가 얻은 건 평가에 흔들리지 않는 태도였다.
"'강릉'은 저한테 아프면서도 좋은 작품이에요. 너무 적은 예산과 회차, 열악한 환경에서 만든 첫 아이 같은 느낌이거든요. 칭찬을 들어도 너무 행복해하지 않고, 욕을 먹어도 너무 기분 나빠하지 않는 게 저한테 필요한 태도라고 생각해요. 거기에 흔들리지 않고 계속 만들어나가는 게 제 일이죠."
조직에서 회사로 무대를 옮겨온 그의 다음 행선지는 그라운드다. 무대는 달라져도 제 자리에서 제 몫을 해내려는 사람들을 향한 시선은 이어질 터다.
"다음 영화 대본을 준비하고 있어요. 장르는 야구 영화입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