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 쇼크, 韓 딜레마] 고유가에 택배기사 한숨…"주유비만 월 60만원"

  • 경유 1년 새 1534원→1842원…ℓ당 300원 올라

  • 박스당 수수료 그대로…유가 상승분 기사 부담으로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아주경제]

“예전에는 한 달 주유비가 48만~50만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60만원이 넘어요. 수입은 그대로인데 지출만 늘어나는 구조죠.”
 
서울에서 택배업을 하는 이모씨는 최근 경유 가격 상승을 이렇게 체감하고 있다. 이씨는 일주일에 두 차례 정도 주유하며 한 달에 약 60만원을 기름값으로 쓴다고 했다. 1년 전 ℓ당 1500원대였을 때보다 300원가량 오른 1800원 수준에서는 40ℓ를 채울 때마다 1만2000원이 더 든다. 이씨는 “기름값이 오른다고 일을 줄일 수도 없다”며 “대부분 한 달 일해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라 결국 손에 남는 돈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유 공급난이 장기화해 국내 가격까지 오르면 이런 부담은 택배기사와 영세 화물차주에게 가장 먼저 나타날 전망이다. 개인 차량으로 배송하면서 유류비를 직접 부담하는 구조여서다. 전기 화물차 보급이 늘고 있지만 충전 인프라와 운행 효율 등을 고려하면 현장에서는 여전히 경유 차량 비중이 높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18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전국 주유소 경유 평균 가격은 ℓ당 1842.01원이다. 지난해 10월 18일 1534.39원이던 경유 가격은 올해 5월 2000원대를 찍은 뒤 7월 3일부터 1800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국내 수급은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중동과 러시아발 공급 차질이 길어지면 국제가격 상승분이 국내에 시차를 두고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유가가 올라도 택배기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가 바로 올라가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이다.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택배사는 대리점에 박스당 정해진 수수료를 지급하는 구조여서 유류비가 오른다고 즉시 수수료가 바뀌지는 않는다”며 “당장은 차량을 직접 운행하는 기사들이 비용 부담을 떠안게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별도 유류비 지원 항목이 있는 구조는 아니다”며 “고유가가 장기화하면 대리점이나 기사들의 부담이 커져 재계약 시점에 운송비 조정 요구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간선 운송은 계약 갱신 때 유류비 상승분을 운임에 반영할 여지가 있지만 택배기사는 박스당 수수료를 받는 구조여서 단기간 유가 상승분을 즉시 보전받기 어렵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영세 화물차주의 부담은 더 직접적이다. 이미 정해진 운임을 곧바로 올리기 어려운 반면 주유비는 운행할 때마다 발생한다. 차량 할부와 보험료, 정비비까지 더해지면 경유 가격 상승은 곧 실질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거래처와 장기 운송계약을 맺은 영세 차주는 유류비가 올라도 계약기간 중 운임을 다시 협상하기 쉽지 않아 비용 증가를 자체적으로 흡수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비용 압박은 택배업계에만 머물지 않는다. 유통업체와 중소 제조업체도 원재료 조달과 완제품 배송 과정에서 운송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특히 비용 흡수 여력이 작은 중소기업은 물류비 상승이 수익성 악화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경유 가격 상승이 장기화하면 배송비나 제품 가격 인상 압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개인 차주가 유류비 상승분을 감당하지만 장기화하면 운송단가 재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며 “결국 택배·유통·중소기업 전반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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