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고 연 아르코미술관…韓 현대미술 50년의 장면들

  • 소장품전 18년만…작가 60인의 작품 70점

  • 1970년대~2000년대 한국 현대미술 흐름 조명

  • 2010년대부터 작품 수집 중단…전환점될까

《소장품 시대의 장면들》 전시 전경 1970년대 섹션 아르코미술관
'소장품. 시대의 장면들' 전시 전경. 1970년대 섹션. 아르코미술관. 사진 조준용.

아르코미술관이 18년 만에 수장고 문을 연다. 미술관이 보유한 소장품 400여점 가운데 작품 70점을 꺼내 한국 현대미술의 시대별 장면들로 전시장을 채웠다. 50여 년간 축적한 소장품을 재조명하는 이번 전시가 10년 넘게 중단된 작품 수집을 되돌아보는 전환점이 될지도 주목된다.

아르코미술관은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한국 현대미술의 다층적 흐름을 조명하는 특별기획전 '소장품, 시대의 장면들'을 오는 16일부터 12월 6일까지 개최한다고 15일 밝혔다.

아르코미술관이 소장품을 중심으로 전시를 여는 것은 2008년 이후 두번째다. 1974년 미술회관으로 개관한 아르코미술관은 50여년간 실험적인 청년 작가와 다양한 미술단체의 활동을 지원하며 한국 현대미술의 주요 무대로서 역할해왔다.
 
《소장품 시대의 장면들》 전시 전경 1980년대 섹션 아르코미술관 서울 2026 © 아르코
'소장품. 시대의 장면들'  전시 전경. 1980년대 섹션. 아르코미술관. 서울. 2026. © 아르코미술관. 사진 조준용.

이번 전시는 그 과정에서 축적된 소장품을 통해 미술관의 역사와 작가들의 예술적 성취를 재조명하는 자리다. 김구림, 이건용, 성능경, 신학철, 윤석남 등 한국 현대미술의 주요 작가 60인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전시는 작품 제작 시기를 기준으로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10년 단위로 구성했다. 단색화를 비롯해 실험미술, 민중미술, 신세대 미술 등 각 시대의 주요 미술 경향을 살펴볼 수 있다. 

1970년대 전시 공간에서는 권영우, 성능경, 최영림 등의 작품을 통해 단색화와 실험미술, 반추상 회화 등 다양한 미술적 시도를 만날 수 있다. 1980년대에는 민정기, 박승규, 박생광 등의 작품을 중심으로 민중미술과 추상회화, 한국화의 변화 등 다원화된 미술의 흐름을 조명한다.

1990년대에는 신학철, 윤석남, 양만기 등의 작품을 통해 장르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표현 방식이 확장되던 시기를 돌아본다. 2000년대에는 김을, 송상희, 임민욱, 함양아 등의 회화와 설치, 영상 작품을 통해 동시대 미술의 확장된 매체와 주제 의식을 살펴본다.
 
《소장품 시대의 장면들》 전시 전경 1990년대 섹션 아르코미술관 서울 2026 © 아르코미술관 사진 조준용
《소장품. 시대의 장면들》 전시 전경. 1990년대 섹션. 아르코미술관. 서울. 2026. © 아르코미술관. 사진 조준용.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들도 관람객과 만난다. 박생광의 '이조', 김구림의 '음양 99-S, 207' 등 미발표작을 비롯해 이기봉의 '날 것—흰 수건이 있는 자리', 강애란의 '생-II' 등 대한민국미술대전 수상작 20여 점도 선보인다.

아르코미술관의 소장품 수집의 역사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역사와도 맞물린다. 상당수 작품은 개관 이후 20여 년 동안 집중적으로 수집됐으며,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대한민국미술대전 수상작을 기증받는 방식으로 확보한 작품이 전체의 약 25%를 차지한다.

그러나 2010년대 초반 이후 새로운 작품 수집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작품 구입 예산이 없는 데다 협소한 수장고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기존 건물의 증·개축이 어려워 수장 공간을 확충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소장품 시대의 장면들 전시 전경 2000년대 섹션 아르코미술관 서울 2026 © 아르코미술관 사진 조준용
'소장품. 시대의 장면들' 전시 전경. 2000년대 섹션. 아르코미술관. 서울. 2026. © 아르코미술관. 사진 조준용.

차승주 아르코미술관 학예연구사는 "2000년대 이후 미술계의 지형도가 굉장히 다변화됐지만 이러한 변화가 소장품에는 드러나지 않는다는 아쉬움이 늘 있었다"며 "소장품은 미술관 정체성의 중요한 축인데, 그동안 소장품을 통해 미술관의 역사와 방향성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수조사를 통해 좋은 작품들도 기회를 만나지 못해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며 "이번 전시가 소장품이 얼마나 중요한지, 미술관의 역사와 연계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가 아르코미술관의 소장품 활용과 운영 방향을 재검토하는 출발점이 될 것인가에도 관심이 모인다. 다만, 작품 구입 예산 등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실제 수집 재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범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전시는 아르코미술관이 수십 년간 축적해 온 소장품과 전시 역사를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다층적 서사를 입체적으로 되짚어보는 뜻깊은 자리"라며 "앞으로도 미술사적 성취를 대중과 공유하고 새로운 시각예술 담론을 생산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다. 관람료는 무료.
 
소장품 시대의 장면들 전시 포스터
'소장품. 시대의 장면들' 전시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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