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또 패닉] 7거래일만에 시총 1200조 증발·지수 20% 폭락…'사상누각'이 된 코스피

 
코스피가 15일 7 넘게 급락했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45459포인트757 내린 555422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 지수는 6306포인트765 급락해 76082로 장을 마쳤다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종가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코스피가 15일 7% 넘게 급락했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454.59포인트(7.57%) 내린 5554.22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 지수는 63.06포인트(7.65%) 급락해 760.82로 장을 마쳤다.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종가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그야말로 '패닉'이다. 국내 증시가 7거래일 만에 20% 넘게 폭락하면서 시가총액 약 1200조원이 순식간에 허공으로 날아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약 6년 7개월 만에 나타난 급락세다. 지난 6월 9000선을 돌파하며 고공 행진하던 코스피는 석 달 만에 5500선까지 밀려났다. 상승장을 지탱했던 호재들이 한꺼번에 흔들리면서 국내 증시의 취약한 수급 구조가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6일부터 7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날 하락 폭은 454.59포인트(7.57%)로 열흘 남짓한 기간에 1449.52포인트(20.70%) 떨어졌다. 지난 2일까지만 해도 7003.74였던 지수가 일주일 남짓한 기간에 5000대 중반으로 주저앉은 것이다.
 
하락 속도는 과거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2003년 4월 이후 코스피 일별 지수를 분석한 결과 7거래일 누적 하락률이 20%를 넘어선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인 2020년 3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코스피는 3월 10일 1962.93에서 19일 1457.64로 7거래일 동안 25.74% 급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0월 15일부터 24일까지는 7거래일 동안 29.96% 떨어진 바 있다.
 
시가총액 감소 규모도 막대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일 약 5775조원이었던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은 15일 약 4581조원으로 줄었다. 7거래일 동안 약 1194조원에 달하는 기업가치가 사라진 셈이다.
 
특히 반도체 대형주의 급락이 시가총액 감소를 주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일 27만6000원에서 15일 21만원으로 약 24% 하락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184만1000원에서 126만2000원으로 약 31% 급락했다. 이날 하루에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9.48%, 11.06% 떨어졌다.
 
두 종목에서 증발한 시가총액은 약 809조원에 달한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약 1614조원에서 1228조원으로 약 386조원 감소했고, SK하이닉스도 약 1345조원에서 922조원으로 약 423조원 줄었다.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 감소분 중 약 68%가 두 종목에 집중된 것이다.
 
외국인의 대규모 자금 이탈도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지난 6일부터 15일까지 7거래일 동안 외국인은 코스피에서만 약 18조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약 11조원, 기관은 약 1조6000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외국인 매도세는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됐다. 이달 들어 지난 14일까지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약 3조4000억원, SK하이닉스를 약 8조2000억원 순매도했다. 두 종목 순매도액만 약 11조6000억원이다. 반도체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가 약화한 가운데 외국인 자금까지 빠져나가면서 주가 하락을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이날 증시가 급락한 직접적 원인은 미국 물가 쇼크다. 미국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높게 나타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한 데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주식의 밸류에이션 부담도 커졌다.

하지만 근본적 원인은 인공지능(AI) 투자 사이클에 대한 신뢰 약화다. AI 투자 확대에 따른 수혜가 가장 컸던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투자 둔화 우려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근본적인 원인은 AI 사이클에 대한 의구심이며 소비자물가지수(CPI) 등은 부수적인 변수"라며 "과거에는 대규모 AI 투자의 회수 가능성이 쟁점이었다면 지금은 자금 조달이 가능한지, 투자를 지속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 AI 인프라 기업들의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면서 반도체 수요 증가세가 예상보다 빨리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구글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기술기업과 달리 차입에 의존해 설비투자를 확대해 온 중소형 AI 인프라 기업들의 재무 건전성이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최현재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구글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충분한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AI 투자가 가능하지만 중소형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상황이 다르다"며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AI 관련 수요가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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