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반도체는 인공지능(AI)에 심장·폐와 같은 핵심 역할을 한다. AI 붐은 이제 걸음마 단계라는 점, 레드테크(중국 반도체 굴기)는 늘 허구였다는 점에 비춰 볼 때 한국 증시는 현저히 저평가 상태다."
미국 월스트리트의 대표 기술주 애널리스트인 댄 아이브스 요크빌 아이브스 앤 코 파트너 겸 수석 매니징 디렉터는 1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월가의 투자자들은 AI 산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한국 기업들의 역할을 여전히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수십 년간 빅테크 부문에서 한국을 주시해왔던 전문가적 관점에서 한국은 1990년대 중반 미국 실리콘밸리와 닮았다"며 "반도체, 에이전트, 에너지 인프라, 피지컬 AI 등 다양한 영역에서 AI 산업 확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만큼 언젠가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과 기업의 가치를 주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요크빌 아이브스는 기업 금융 서비스와 직접 투자를 결합한 머천트 뱅크 모델을 기반으로 한 미국 금융회사다. 글로벌 고객 서비스에 강점을 갖춘 요크빌 증권과 월스트리트에서 오랜 기간 기술주 애널리스트로 활약한 댄 아이브스의 전문성을 결합해 지난 7월 출범했다. 주요 관심 분야는 AI, 에너지, 인프라 등으로 최근 미·중 AI 경쟁 구도에서 다양한 AI 밸류체인을 갖춘 한국에 주목하고 있다.
아이브스 수석 디렉터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주가 디커플링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이 메모리 반도체 투자 사이클에만 포커싱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라며 "2029년까지는 메모리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12~18개월은 슈퍼사이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삼전닉스 주가 역시 실적에 맞춰 완만한 상승 흐름이 예상된다"며 "코스피 지수는 12개월 내에 전고점인 9000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추격이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악화시킨다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지적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그는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기술 발전에 대한 시장의 우려에 대해 "전형적으로 허구(fiction)에 기반한 내러티브"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경쟁사보다 최소 3년 이상 기술력이 앞섰다"고 했다.
아이브스 수석 디렉터는 AI가 이끄는 4차 산업혁명이 아직 15% 정도밖에 진행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라스베이거스 도시 조성을 예로 들며 "사막에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벽돌을 하나씩 쌓아올리듯 AI라는 거대한 문명의 전환이 이제 막 시작되려 한다"며 "이 과정에서 자본 투자, 인프라 확장, 기업들의 시행착오, 중국 딥시크 충격, AI 자본지출(CAPEX)에 대한 지속가능성 등 시장의 의심이 끊이지 않을 것이고 이런 질문은 새로운 형태의 경제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나오는 과속방지턱"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파티가 오후 9시 30분 시작됐다면 지금은 막 자정을 지났다"며 "늘 그렇듯 곰들은 창문 밖에서 파티를 구경하고, 저점에서 기회를 알아본 용감한 숫소들만 파티를 즐길 수 있다"고 비유했다. 그는 "새벽 6시에 곰과 숫소가 만난다면 숫소들이 훨씬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고 얘기할 것"이라며 "파티를 하다 보면 음악이 중단되고, 컵이 깨지며, 경찰이 출동하는 순간도 온다"고 했다.
기술주 강세를 뒷받침할 핵심 요인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설비 투자를 꼽았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구글 등 하이퍼스케일러들이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력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면서 관련 산업 전반으로 성장 효과가 확산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이브스 수석 디렉터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캐팩스는 향후 3조~4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며 "AI 산업이 본격적인 수익화 단계에 진입하면 미국 주요 기술주가 평균 30% 상승하고 나스닥지수는 2029년까지 3만5000선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2027년 AI 시장 주도 종목으로는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팔란티어, 애플, 크라우드스트라이크를 제시했다. 국내에서는 피지컬 AI와 자율주행 경쟁력을 갖춘 현대차, 방산과 AI의 결합이 기대되는 한화그룹을 꼽았다. 그는 "AI 혁명으로 다양한 산업에서 새로운 투자 기회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과 투자자들이 글로벌 AI 산업의 성장 과정 속에서 보석 같은 기회를 발굴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각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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