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도 전 중소벤처기업부 차관/논설고문]
청년들은 언제부터인가 자신이 원하는 첫 직장에 취업하기가 어려워졌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바로 안정된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 보니, 취업을 준비하는 기간은 길어지고 있다. 기업은 신입보다 경력직을 선호하면서 청년들이 경력을 쌓을 기회마저 줄어들고 있다. 경력이 있어야 취업할 수 있지만, 취업해야 경력을 쌓을 수 있다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최근 정부가 청년 일자리 문제를 중요한 정책과제로 다루는 것도 이런 절박한 현실이 담겨 있다. 청년들은 치열해진 취업 경쟁과 양질의 일자리 부족에 더해, 노동시장에 처음 진입할 수 있는 ‘출발선’을 잃어가고 있다. 2025년 상반기 기업의 채용공고 가운데 경력 채용이 82.0%에 달한 반면, 신입 채용은 2.6%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오늘의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자격증이 아니라 자기 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일해 본 경험’이다.
그런데 이 문제를 청년의 눈높이에서만 바라보면 해법을 찾기 어렵다. 한편에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구직기간이 길어지는 청년이 있고, 다른 한편에는 사람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이 있다. 청년에게는 경험이 부족하고 중소기업에는 사람이 부족한 것이다.
중소기업의 인력문제는 ‘구인난’을 넘어 기업의 경쟁력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 특히 AI와 디지털 전환은 이러한 변화를 더욱 빠르게 만들고 있다. 스마트공장도 그 사례다. 2014년부터 25년까지 약 2만5000개 중소기업이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을 받았고, 도입기업은 생산성 29.4%, 품질 15.9% 개선, 비용 15.9% 감소 등의 성과를 보였다. 문제는 현장에서 기 술을 이해하며 어려움을 해결할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지난 9월 “제5차(2026~2030년) 중소기업 인력지원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기본계획은 AI 대전환 시대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공급하는 동시에, ‘일하고 싶은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을 만들고 지역 중소기업의 구인난과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 확대, 맞춤형 인력 양성, 근무환경 개선, 일자리 미스매치 완화와 중소기업 인식 개선 등이 주요 방향이다.
이제부터 정부가 챙겨야 할 것은 각 사업을 얼마나 많이 시행했느냐보다 ‘기술과 사람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연결했느냐’가 중요한 기준이다. AI 인력을 몇명 양성했고 채용했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인력이 실제 기업의 생산성 향상으로 얼마나 이어졌는지, 청년은 현장에서 제대로 경험을 쌓았는지를 살펴야 한다.
그 출발점은 청년의 입장에서는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이어야 한다. 청년에게 아무리 훈련의 기회를 제공해도 실제 일할 자리가 없다면 출발선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중소기업의 인력정책도 단순한 인력 공급에서 벗어나, 기업의 성장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기업이 성장하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일자리가 늘어나면 청년이 경험을 쌓을 기회도 커진다. 결국 인력정책은 고용정책이면서 동시에 중소기업 성장정책이어야 한다.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질 필요가 있지만, 청년들의 인식 문제를 떠나 임금과 복지, 근무환경 등 중소기업이 개선해야 할 부분도 많다. 그래서 정부도 제5차 기본계획에서 대·중소기업 간 격차 완화와 근무환경 개선, 중소기업 인식개선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그렇다고 모든 중소기업을 하나의 모습으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기술력이 있고 청년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유망 성장 기업도 많다. 문제는 이런 기업의 정보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 데 있다. 중소기업을 일방적으로 홍보한다고 해서 청년들이 관심을 갖지는 않는다. 어떤 기술로 제품을 만들고, 어떤 일을 배우고, 어떤 경력을 만들 수 있는 기업인지를 세세히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구인기업과 구직자 간 일대일 맞춤형 채용과 취업을 연계해 주는 ‘AI를 활용한 인력매칭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이유이다.
청년이 중소기업을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첫 직장’이 아니라 그곳에서 자신의 경력을 시작해도 좋다는 인식을 주어야 한다. 기업도 청년이 기술을 배우고 성장하는 일자리를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결국 인식의 전환은 청년에게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기업과 정부가 함께 만들어야 한다.
중소기업에 이미 재직하고 있는 사람의 성장도 중요하다. 새로운 인력을 채용하는 것으로 모든 인력난을 해소하기는 어렵다. AI와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확산하는 산업기술 환경에서는 재직자가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직무 역량을 높이도록 지원해야 한다. 사람을 ‘기업과 함께 성장하는 자산’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역 내 기업생태계와 인프라 역시 중요한 연결고리다. 지역 중소기업의 인력 부족과 청년의 지역 이탈은 전혀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의 대학, 기업, 훈련기관과 정부의 지원체계를 ‘원스톱’으로 연결해 청년이 지역에서 배우고 경험을 쌓고 취업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기존의 중소기업 연수·교육 인프라도 단순한 교육시설을 넘어 지역의 인재를 키우는 플랫폼으로 활용해야 한다.
결국 “제5차 중소기업 인력지원 기본계획”의 실행에서 중요한 것은 사업의 숫자가 아니다. 청년에게는 일할 기회를, 기업에는 성장할 사람을, 사람에게는 성장할 기회를 연결하는 것이다. 교육을 받은 사람이 일자리를 얻고, 일하면서 기술을 익히고, 숙련을 통해 더 나은 인재로 성장하며, 그 성장이 다시 기업의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되어야 한다.
필자는 중소기업 현장을 다녀보면서 ‘기업의 성장은 결국 사람에게 달려 있다’라는 명제를 수없이 확인하였다. 자금과 기술이 있어도 사람이 부족하면 기업은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 반대로 사람에게 성장할 기회를 주면, 작은 기업도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큰 기업이 될 수 있다.
기술은 빠르게 변한다. 청년에게 첫 기회를 주고, 경험을 쌓게 하고, 성장의 사다리를 놓아주는 일은 정부와 기업이 함께 책임져야 한다. 청년의 ‘잃어버린 출발선’을 다시 만드는 것. 그것이 곧 중소기업의 미래 인재를 만드는 길이고, 우리 산업의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만드는 길이기도 하다.
김학도 필자 주요 이력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 정치경제학 박사 △전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 통상교섭실장 △전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현 충북대 특임교수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