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대통령의 자신감 속에서 살지 않는다. 오히려 집값과 전세금 걱정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의 성과를 아무리 강조해도 내 집 마련은 어렵고 전세금 부담은 여전하다면, 정부는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국민에게 정책이 성공했다고 믿으라고 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주거 부담을 실제로 덜어줘야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3일 내놓은 페이스북 글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던지는 또 하나의 질문으로 읽힌다. '주택공급은 숫자만 발표한다고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 글에서 대통령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주일 전 대통령의 부동산 인식을 '정신승리'라고 비판했던 맥락을 생각하면 겨냥 점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공급을 말하는 것과 공급을 만들어내는 것 사이의 거리를 묻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일에도 오 시장은 정부 정책으로 주택 인허가와 착공이 늘었다는 대통령의 평가를 반박했다. 정비사업은 조합을 만들고 인허가를 받아 착공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오늘 집계된 실적에는 수년간 쌓인 행정과 민간의 노력이 들어 있다. 정부가 성과를 설명하려면 어느 사업의 어떤 절차를 앞당겼는 지부터 밝혀야 한다. 집권 이후 발표된 숫자라고 해서 모두 현 정부가 만든 성과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 오시장은 자신의 성적표를 내밀었다. 서울시가 집중 관리한 25개 사업장 중 14곳, 약 1만5000호가 착공했다. 남은 11곳은 1만6117호다. 한남3구역 5970호, 방배13구역 2228호, 신월곡1구역 2200호, 마천4구역 1254호 등이 포함된다. 사업장과 물량이 특정돼 있다. 무엇을 언제까지 해내겠다는 것인지 시민이 확인할 수 있다.
오 시장은 크리스마스까지 3만호 착공을 달성하겠다고 했다. 조합과 시공사, 자치구를 모아 협력을 다짐하고 사업장별 장애물을 직접 제거하겠다고 약속했다. 공사비 갈등은 누가 조정하고 인허가는 누가 책임질 것인지, 공급정책은 이런 질문에 답해야 한다. 거창한 물량 발표 뒤에 현장의 문제가 그대로 남아 있다면 공급계획은 종이 위의 숫자에 머문다.
그가 과거 정비구역 해제를 거론하며 '피눈물'이라는 표현까지 쓴 까닭도 여기에 있다. 오 시장은 2012년부터 2020년까지 389곳이 해제되면서 43만호의 공급 기반이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개별 구역의 해제 사유와 당시 주민 의사는 따져봐야 한다. 다만 공급 기반을 없애는 결정의 영향이 훗날 주택시장에 돌아올 수 있다는 경고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주택정책에는 시차가 있고 그 비용은 시민이 치른다.
이재명 정부에 필요한 것은 시장을 이겼다는 선언이 아니다. 무엇이 막혀 있고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설명하는 일이다. 투기 억제도 필요하다. 그러나 투기라는 말로 공급의 지연이나 실수요자의 불안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정책에 대한 비판이 이어진다면 비판자의 의도를 묻기 전에 정책의 효과부터 점검해야 한다. 국정 최고책임자에게 방향 수정은 체면의 문제가 아니다.
외교에서도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대북정책은 안보를, 대미정책은 동맹의 실질을, 중국·러시아를 향한 외교는 국익을 얼마나 지켰는 지로 평가받아야 한다. 정청래 의원의 미국 비자 발급 지연과 국정원 직원의 비자 문제는 정부의 설명과 관리 능력을 묻게 한다. 다만 정보공유 제한 보도는 국정원이 부인했다. 논란을 곧바로 동맹 파탄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정부가 설명 한마디로 국민의 의문까지 해소했다고 여겨서도 안 된다.
이 대목은 오 시장의 페이스북에 담긴 외교 비판이 아니라 국정을 바라보는 필자의 판단이다. 주택과 외교를 관통하는 기준은 같다. 정부가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느냐 보다 국민의 생활과 국가의 신뢰가 실제로 나아졌느냐가 중요하다. 대통령의 확신이 현실의 불안을 덮는 방패가 돼서는 안 된다.
물론 오 시장 역시 약속으로 평가를 끝낼 수 없다. 착공은 입주가 아니며 3만호 달성이 곧바로 주거 안정의 완성을 뜻하지도 않는다. 그가 추진 현황과 착공 실적을 시민에게 공개하겠다고 한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목표를 못 채우면 설명하고 책임져야 한다. 대통령도 서울시장도 같은 기준 앞에 서야 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더 큰 자평이 아니라 확인할 수 있는 성과다. 오 시장이 내건 크리스마스라는 시한은 그 경쟁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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