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할 곳이 없다"…美에선 급증하는데 韓 스팩상장은 고사 위기

  • 美, 2021년 규제 한파 딛고 25~26년 회복세…올해 상장 건수 전년 초과

  • 韓, 2022년 '소멸합병' 특수 끝나고 2025~2026년 '합병 가뭄' 침체기

  • 상폐 시총 요건 상향에 합병 가뭄…신규 스팩 상장도 '절벽'

  • "수수료 벌이용 주관사 남발 구조 지양...주관사 책임성 키워야"

 
사진챗gpt
[사진=챗 gpt생성 이미지]

비상장 우량기업의 우회상장 통로로 통했던 국내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시장이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상장된 이후 마땅한 합병대상을 찾지 못해 해산위기에 몰린 스팩도 수두룩하다. 사실상 국내에서 스팩 상장이 고사 위기에 몰렸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제 한파를 견뎌낸 미국 스팩 시장이 뚜렷한 반등세를 탄 것과 대조적이다. 업계에선 전반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미국 스팩 상장(IPO) 건수는 지난 10일 기준 154건(공모금액 301억5600만 달러)을 기록했다. 연말까지 석 달가량을 남겨둔 상황에서 이미 지난해 전체 상장 건수(144건)를 넘어섰다.

미국 스팩 시장은 지난 2021년 613건(1625억 달러)으로 정점을 찍은 뒤 SEC가 실적 전망 부풀리기 처벌과 공시 의무를 엄격히 다루는 규제안을 도입하면서 2023년 31건(38억 달러)까지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2024년 7월 최종 규제안 시행으로 시장 내 불확실성이 해소되자, 지난해부터 우량 스폰서를 중심으로 시장이 빠르게 재편되며 반등에 성공했다.
 
미국과 한국의 스팩 시장 현황
미국과 한국의 스팩 시장 현황

반면 한국 스팩 시장은 고사 위기다. 한국은 코로나19 시기 IPO 시장 흥행과 함께 지난 2022년 2월, 스팩이 소멸하고 비상장사가 존속하는 '스팩 소멸합병' 방식을 허용하면서 역대급 상장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기존에는 스팩이 존속법인으로 남아 비상장사의 업력 승인이나 법인격 승계에 불편이 컸지만 절차가 대폭 줄어들면서 IPO 대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수는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해부터 신규 상장과 합병 시도가 동시에 급감하더니 올해는 정작 합병할 우량 기업을 찾지 못해 상장만 해두고 3년 만기를 기다리는 곳들이 수두룩한 실정이다.

시장에서는 국내 시장의 구조적 요인이 스팩 고사 위기를 불러왔다고 지적한다. 우선 고금리 장기화로 스팩 합병의 메리트인 기대수익률(공모 시 적용받는 할인 미적용 등)이 떨어진 게 핵심 요인이다. 또한, 일반 IPO 승인율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스팩 상장 니즈 자체가 크게 감소했다.

여기에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추진한 '상장폐지 시가총액 요건 상향(코스닥 상폐 시총 기준 단계적 상향)' 조치가 결정타가 됐다. 통상 스팩 합병을 노리던 비상장사들은 시총 규모가 작은 게 일반적인데, 상폐 시총 문턱이 대폭 높아지자 소형 비상장기업들이 스팩 우회상장 방식보다 일반 상장을 선호하거나 상장 자체를 미루는 현상이 잇따르고 있다. 합병할 대상이 고갈되면서 증권사들도 비용을 들여 신규 스팩을 상장시킬 유인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부진한 스팩상장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4월 1일부터 스팩 IPO를 '의무보유 확약 우선배정' 대상에서 제외하며 주관 증권사의 기관투자가 모집 부담을 낮춰줬다. 이에 따라 올해 4~9월 최초 IPO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스팩은 9개사(공모예정금액 118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 늘었다. 하지만 스팩 호황기였던 2024년 같은 기간에 비해 기업 수는 55.0%, 공모예정금액은 44.7%나 급감한 수준이다. 

국내 스팩 시장 특유의 '주관사(증권사) 중심 구조'도 한계로 작용했다. 미국 등 글로벌 스팩 시장은 대표이사와 스폰서의 자체 네트워크 및 기업 발굴 역량이 딜의 핵심이다. 반면 국내는 증권사들이 수수료 수입과 IB 실적 쌓기용으로 스팩 상장을 남발하면서 정작 상장 이후 알짜 비상장사를 연결하는 사후 발굴 역량은 부실했다는 평가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상장된 스팩이 3년 이내에 합병 대상을 찾지 못하면 상장 폐지돼 투자 원금과 소정의 이자를 돌려주고 해산하게 된다"며 "실제로 합병 대상을 찾지 못해 줄해산이 현실화되면 스팩 시장 전체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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