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권자 10명 중 8명 이상이 인공지능(AI)을 노동자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불법 이민이나 외국인 노동자와의 경쟁보다 AI를 고용에 더 큰 위협이 되는 요인으로 지목한 것이다. AI가 인류의 미래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로이터와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미국 성인 45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등록 유권자의 84%가 AI를 미국 노동자에 대한 위협으로 평가했다.
이는 불법 이민(60%), 외국인 노동자와의 경쟁(74%), 대기업(73%)을 노동자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한 비율보다 높다.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생산성 향상에 대한 기대와 함께 기존 일자리가 대체될 수 있다는 불안이 미국 사회에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려는 고용 문제에 그치지 않았다. 등록 유권자의 62%는 AI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져 인류의 미래를 위협할 수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 8월 실시된 같은 조사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응답이 나왔다.
AI에 대한 불안은 정부의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로도 이어졌다. 조사에서 등록 유권자의 57%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AI의 위험성을 충분히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거나 전혀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공화당 지지자 가운데서도 약 3분의 1이 같은 의견을 보였다.
미국 의회가 AI의 위험성을 충분히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응답도 54%에 달했다.
규제 강화에 대한 요구는 정당을 가리지 않았다. 민주당 지지자의 80%, 공화당 지지자의 61%가 AI에 대한 정부 규제를 강화하는 데 찬성했다.
AI 산업의 핵심 시설인 데이터센터 건설에 일정한 제한을 두는 방안에도 유권자 과반이 찬성했다.
전체 등록 유권자의 56%가 데이터센터 건설 제한을 지지했다. 정당별로는 민주당 지지자 69%, 무소속 55%, 공화당 지지자 43%였다.
AI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전력을 소비하는 시설이다.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이 확대되면서 전기요금 상승과 소음,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을 둘러싼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AI의 군사적 활용에 대한 거부감도 확인됐다. 미국 정부가 군사 공격 대상을 결정하는 데 AI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응답은 57%로, 지난해 8월 조사 당시 49%보다 8%포인트 높아졌다.
이처럼 AI에 대한 경계심이 확산하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AI 산업 육성과 데이터센터 건설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과의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AI 개발과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엔비디아, 스페이스X, 오픈AI, 앤트로픽, 메타, 구글 등 6개 기업이 자발적인 AI 안전 원칙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합의에는 AI 시스템이 개발자의 의도대로 작동하는지 독립적인 감사인을 통해 점검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다만 기업이 해당 원칙을 준수하지 않더라도 적용되는 제재 조항은 명시되지 않았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AI 규제 필요성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진보 성향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스티브 배넌도 AI 규제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 의회는 AI의 위험성을 관리하기 위한 포괄적인 입법에 합의하지 못한 상태다.
백악관은 AI가 미국 경제와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로이터에 "트럼프 행정부의 우선순위가 경제를 성장시켜 노동자들에게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고, 단기적인 변화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미국 전역에서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조사 대상은 성인 4506명이며, 이 가운데 등록 유권자는 3526명이다. 오차범위는 ±2%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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